엉뚱하고 유쾌한 망고송의 추억
2009.04.03 12:00 대홍커뮤니케이션즈, 2009년 03월, 조회수:14204
WRITTEN BY 한상균 (CR4팀 부장)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제품인가, 새롭게 등장한 제품인가?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는가? 그리고 제품 판매에 도움을 주었는가? ‘내 인생의 대홍광고’를 선정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은 이 세 가지다.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망고’ 이효리 편과 ‘델몬트 망고, 화이트 구아바, 포시즌 3종’ 김C 편을 선정했다. 두 편의 광고는 하나의 시리즈로 묶어서 볼 수 있는 그런 광고들이다.

델몬트 망고가 출시된 2003년 당시 탄산음료는 정체 내지 마이너스 상태였다. 차 음료시장은 혼조세였고, 오렌지 주스를 중심으로 성장한 주스시장도 거의 포화 상태이고, 웰빙 음료시장은 태동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한 때에 메이커 입장에서는 시장을 새롭게 이끌 아이템이 필요했다. 이 때 롯데칠성이 델몬트 망고를 출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출시 시기 자체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망고라는 과일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소했지만 해외여행자 수가 급격히 늘고, 다양한 수입 과일이 시장에등장함에 따라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친숙해진 상태였다. 델몬트 망고는 경쟁 제품보다 망고 함유량이 높아 열대 지방에서 먹어본 진한 망고 주스의 풍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우리는 델몬트 망고를 새로운 히트 상품으로 만드는 동시에 기존의 주스시장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우리는 이 제품을 ‘또 다른 주스’가 아니라 ‘카테고리가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패션 음료’로 포지셔닝해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2003년 음료시장의 최강자

거두절미하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제품은 대박이 났다.

2003년 한 해에만도 80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 광고 아이디어의 발상은 간단한 것이었다. ‘모델이 델몬트 망고송을 재미있게 부른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캐스팅과 노래 제작, 연출력 그리고 모델의 의욕이 어우러져 정말 유쾌한 광고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도 기억난다. 광고주 시사 당시 대표이사는 시사에 올린 세 타입의 제작물을 딱 한 번 본 후 이렇게 말했다.

“저 중에 하나만 틀어야 한다는 거야? 다른 것도 틀면 안 되나?”라고.

광고가 온에어된 후 음료시장에선 망고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델몬트 망고 캔을 들고 다녔다. 델몬트 망고는 순식간에 히트 음료로 등극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델몬트 망고’보다 먼저 출시했고, 광고도 먼저 집행한 경쟁사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자사 제품을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후발 주자로서 경쟁 제품을 KO시킨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2003년 음료시장의 화두는 단연 ‘델몬트 망고’였다.

2004년, 망고 제품군은 3종으로 다양해졌다. 한 편의 광고에 이 제품을 모두 담아야 했다. 제품을 묶어서 광고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최악의 경우 광고를 본 소비자들이 ‘무슨 제품을 광고한 거지?’ 하며 혼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년도의 성공은 후속 편 광고 제작에 큰 부담이 되었다.

우리는 3종 제품이 주인공이 되는 조금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를 노래 가사로 만들어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올리기로 했다. 김C의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라는 노래가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우리는 김C라는, 당시로서는 다소 의외의 인물을 모델로 기용해 전체적으로 ‘낯선 광고’를 선보여 소비자의 관심을 증대시키고자 했다.

2004년 망고 제품군의 매출 역시 전년도의 성공을 이어갔다. 나는 가끔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지역 주민이 분리 배출한 포장재를 보며 트렌드를 살피곤 한다. 당시 캔 분리 수거함을 보며 망고 제품군이 전년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체감했다.

광고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과 처음 만나면 대부분 어떤 광고를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지금도 두 편의 광고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그러면 질문한 사람들 대부분이 크게 웃으며 “이효리 직접 보면 예뻐요?”라든가 “김C는 직접 보면 어때요?” 하고 묻는다. 광고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 아닐까. 덕분에 낯선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 적이 많다.

20여 년 전 신입 사원 교육을 받을 때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광고인은 야쿠르트 아줌마다’라는. 광고인은 소비자를 직접 마주 보며 판촉하지 않지만 광고의 역할은 그와 같다는 의미였다. 물론 제품 판매가 부진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미지건 하나의 제품이건 간에 판매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광고는 아무리 뛰어나도 담당자의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세월이 변하고 트렌드가 바뀔지라도 광고가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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