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디지털 리더스 포럼] 3.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라
2010.12.17 04:11 CHEIL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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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빠’. 이미 아는 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말이겠지만, 처음 들어 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이상한 단어일 것이다. ‘소시빠’에서 ‘소시’ 는 ‘소녀시대’를, ‘빠’ 는‘ 빠지다’ 를 의미한다. 즉, ‘소녀시대에 빠지다’라는 의미의 말이다. ‘소시빠’는 그래서 ‘소녀시대’라는 아이돌 걸그룹을 추종하는 열성적인 팬들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들 소시빠들의 소녀시대 추종 행동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다.
글 ㅣ 김원석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 책임연구원
‘소시빠’ 가 무엇인지 아는가?
이들이 소녀시대 관련 뉴스·이미지·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소통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기나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보의 공유나 의사 소통을 ‘일상’ 속에서 매우 즉각적이고, 실시간으로 실현한다. 이러한 상황은 ‘소시빠’가 바라는 바이기도 한 동시에,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가능하게 하는 ‘일상 공유’의 새로운 경지이기도 하다.
‘소녀시대’라는 브랜드와 ‘소시빠’간의 ‘일상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추종 관계는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 진화의 이상적인 지향점을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더해, 새롭게 등장하고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는 이러한 이상적인 소비자와 브랜드 간 관계를 어떤 업종의 어떤 브랜드라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에서 실현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마케팅 환경의 변화 및 새로운 가능성을 반영하여 열성적인 브랜드 추종자의 양산을 지향하는 마케팅 신개념이 바로 ‘라이프셰어(일상점유율, Life ShareTM)’이다.
라이프셰어의 등장 배경
스마트폰, 태블릿PC 및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소비자의 행동 하나하나, 생활의 구석구석을 모두 점령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러한‘일상의 디지털화’는 라이프셰어가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의 중심 개념으로 부상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소비자의 24시간 365일을 변화시키는 이러한‘일상의 디지털화’전개 양상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융합(Convergence)’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의 등장은 이러한 융합의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지 통화의 수단이 아니다. 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SNS의 이용을 바탕으로 하는 확장된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앱의 활용을 고려하면 스마트폰의 사용 범위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맛집 찾기나 날씨 정보 공유에서 건강관리와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일상의 대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 융합을 통한 디지털 제품 진화 및‘일상의 디지털화’의 가속화는 소비자 일상 전반이 소비와 마케팅의 대상으로 부상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두번째, ‘침투(Penetration)’이다. 일상화 된 디지털기술을 마케팅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음료와 같은 비(非)디지털 제품까지도 특정 T.P.O.(Time Place Occasion)를 넘어서는 소비자 일상 전반에 침투 가능하게 된 현상을 말한다. 음료 패키지에 QR(Quick Response) 코드를 삽입하여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대고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렇게 입수된 정보는 소비자들이 일상 속에서 언제나 확인할 수 있게 되며, 음료의 일상 침투가 가능한 상황이 연출된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 과 ‘침투’를 통해 디지털화된 일상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즉,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고 지배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가 되어야만 하는 라이프셰어 기반의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 시대가 열리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일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브랜드 인지·선호·충성도와 같은 기존 마케팅 지표 기반의 패러다임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 디지털화된 일상 속 소비자를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프셰어 측정 방법
24시간 365일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겠다는 라이프셰어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제일기획은 이미 2006년 이래로 각종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라이프셰어라는 개념을 선보인 바 있으며, 2007년 SBS 서울디지털 포럼에서 김낙회 프로가 ‘Share of Life’를 소개하며,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함께 공감하는 새로운 마케팅 시대로의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라이프셰어 개념의 중요성은 일찍이 인식되었지만, 이러한 개념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측정하여 실전 마케팅 도구로서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시도가 전무했다.“측정할 수 없다면, 경영할 수 없다(There is no management without measuring)”고 한 마케팅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명언처럼, 라이프셰어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측정하여 활용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이를 위해 제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는 8개 업종, 40여 개 브랜드를 포괄하는 대규모의 소비자 조사, 연구 및 성균관대학교 한상만 교수와의 공동 작업을 바탕으로 제일기획만의‘라이프셰어 측정 프레임워크(Life Share Measurement Framework)’를 완성하게 되었다.
라이프셰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일상’에 대한 정의가 필수적이다. 소비자의 일상은 일어나서, 식사하고, 출근하고, 일하고, 교제하는 등의 다양한 행동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소비자 일상의 기본 단위인 행동 하나하나를 ‘라이프유닛(Life Unit)’이라 명명하고, 소비자 일상 속 라이프 유닛들을 구체화하고, 목록화하는 것을 라이프셰어 측정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라이프유닛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결과를 참조하였고, 제일기획만의 정성조사 기법인 라이뷰(LiView)를 통해 소비자 일상생활을 분절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5단계 ADCPX 프로세스
완성된 라이프유닛 리스트를 기반으로, 라이프셰어 마케팅을 실전에서 구현하기 위한 전략 수립 절차를 ‘5단계 ADCPX 프로세스’라고 이름지었다. 1단계 분석(Analysis), 2단계 진단(Diagnosis), 3단계 구성(Configuration), 4단계 포지셔닝(Positioning), 5단계 실행(eXecution)이 그것이다(그림 2).
각 단계별로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1단계는 74개 라이프유닛 중에서 반드시 관리해야 할 핵심적인 라이프유닛인 코어 라이프유닛(Core Life Unit)을 선정하는 단계이다. 해당 업종과 각 라이프유닛과의 관련성, 그리고 소비자 생활 속에서의 각 라이프유닛의 중요도, 이 두 가지를 고려하여 선정하게 된다. 즉, 코어 라이프유닛이란 업종과의 관련성도 높으면서, 생활 속에서의 중요도도 높은 행 동들을 말한다(그림 3).
2단계는 해당 업종의 코어 라이프유닛을 기준으로 업종 간 경쟁 및 협력 구도를 보여주는‘ 인더스트리 라이프 플랫폼 (Industry Life Platform)’을 구성하는 단계이다. 업종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떤 코어 라이프유닛에서 어떤 다른 업종들과 경쟁 또는 협력을 할 수 있는지 큰 그림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3단계에 들어서면, 업종이 아닌 브랜드로 관점을 좁힐 수 있게 된다. 2단계에서 그려진 인더스트리 라이프 플랫폼 안에서 해당 브랜드만의 전략적인 코어 라이프유닛과 핵심 산업(Core Industry)을 추출하여 브랜드 라이프 플랫폼(Brand Life Platform)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즉, 코어 라이프유닛에서의 경쟁브랜드 대비 강약점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전략적 코어 라이프유닛을 선정할 수 있고, 이 안에서 공통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전략적 핵심 산업을 선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브랜드 라이프 플랫폼 안에서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 될 수 있는 해당 브랜드만의 포지션을 정립하는 단계가 바로 4단계 라이프 밸류 포지셔닝(Life Value Positioning) 단계이다.
이렇게 해서 라이프 밸류 포지션이 정립되고 나면, 이를 기반으로 하여 5단계에서는‘아이디어 엔지니어링 웍스(Idea Engineering WorksTM)’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
몇 가지 흥미있는 결과
이러한 5단계 ADCPX 프로세스를 통해 발견한 몇 가지 흥미 있는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핵심 관리 라이프유닛인 코어 라이프유닛은 업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T.P.O.를 뛰어넘는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업종에서는 전통적인‘친교 활동’이외에도, 재테크나 백화점 쇼핑, 인터넷 콘텐츠 검색 등의 활동들이 코어 라이프유닛으로 나타나고있다.‘ 포털’업종에서도 기존의 인터넷 콘텐츠 검색 이 외에도 영상미디어 이용, 실내 개인 운동, 친교 활동 등이 주요 관리 대상 코어 라이프유닛들이다.
둘째, 라이프셰어 마케팅의 중심은 소비자 일상과 행동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브랜드 간, 제품 간 경쟁을 뛰어넘는 새로운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연인과의 교제라는 라이프유닛을 기준으로 업종 간 라이프셰어를 비교해 보면, 놀이공원·휴대폰·극장관람·외식업체 등이 서로 경쟁 또는 협력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업종들이라 할지라도 소비자 행동 중심의 라이프셰어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경쟁 또는 협력 관계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 소비자 조사를 통해서 라이프셰어와 마인드셰어(브랜드 충성도, 애착도 등) 간, 그리고 라이프셰어와 마켓셰어(구매 의도) 간 상관성이 입증되었다. 즉, 어떤 브랜드의 현재 라이프셰어가 마켓셰어보다 높다면, 향후 마켓셰어의 상승을 예상할 수 있으며, 반대로 라이프셰어가 마켓셰어보다 낮다면, 미래 마켓셰어의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림 4).
마케팅 패러다임을 주도할 라이프셰어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 패러다임에서는 업종 내 브랜드 간 경쟁이 핵심이었으며, 경쟁의 상황을 기술해 주는 데 그치는 단순한 인덱스(Index, 인지도·선호도 등의 지표)만이 제공되었다. 또한, 미디어 형태를 중심으로 각종 ATL·BTL 전략들이 분절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소비자의 행동과 일상을 중심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에 입각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소비자 행동 중심의 시각을 통해 업종 내 브랜드 간 경쟁은 업종 간 경쟁과 협업이라는 새로운 구도로 전환되며, 단순 기술식 인덱스는 소비자 일상과 밀착된 실질적인 솔루션 중심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에 더해, 미디어 형태가 아닌 소비자 행동이 중심이다 보니, 당연히 미디어 중립적인(Media Neutral) 빅 아이디어 창출을 지향하게 된다. ‘일상의 디지털화’가 무섭게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소비자 일상의 점유와 지배를 지향하는 마케팅 신개념인 라이프셰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라이프셰어 개념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의 시대, 즉‘라이프셰어의 시대’에 과연 우리의 브랜드가 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