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2009.04.21 12:00 오리콤 브랜드저널, 2009년 04월, 46호, 조회수:7175

이호준 캠페인본부 캠페인7팀 차장

바야흐로 불황의 시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곡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불황을 체감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2009년 기업의 키워드는‘생존’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광고들은‘할 수 있다’식의 공감도, 재미도 없는 자위 광고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꼭 불황기의 광고는 격문으로 뒤덮인 감정 과잉으로 풀어야 하는 것일까? ‘상황이 상황인데 어쩔 수 없잖아’라는 게으른 변명으로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막연한 죄의식을 느끼던 차에 요미우리신문이 주도한 ‘광고에, 사건을’캠페인을 보게 되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도대체 이런 캠페인을만드는 者들은 어떤 인간인게야?’간만에 나의 전의를 불태우게 한 캠페인이었다.


갑자기 불경기가 되었지만 몇 밤 더 자면 1월입니다

2008년 12월 29일, 요미우리신문이 총대를 메고 불황기를 대처하는 매스미디어의 자세를 말한다. 힘들때일수록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여주겠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백구 한 마리가 후지산을 향해 뛰어가는 비주얼에 얹혀진 정갈한 카피로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캠페인 프리런칭 광고이다 <그림1>. 장난치는 듯하지만 현실문제에 빗겨서 있지 않고, 가벼운 듯하지만 결코 날아가지 않는 응원가. 본캠페인을 기대하게 하는 힘도 힘이 지만 그 카피의 내용이나 톤앤무드가 참으로 멋지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아이디어로 광고의 솜씨를 보여준다는 것인가? 2009년 1월 1일, 요미우리 신문의‘광고에, 사건을’만나보자.

일본의 2009년, 광고까지도 침울한 표정을 지어서야 되겠습니까 다음은 요미우리신문이 시작한 ‘광고에, 사건을’ 캠페인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광고다 <그림2>. 내용을 보면 요미우리신문이 재미있는 광고를 통해 독자들을 TV와 신문 사이를 왕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광고에서는‘하코네역 앞의 요미우리신문 커머셜과 요미우리신문 지면에서 모두 백구 가족이 광고모델로 나올 것이니, 한번 확인해보면서 잠시 즐거움을 얻길 바란다.’라고 말하며 광고의 주 메세지는 광고도 힘을 내고 있으니 당신도 힘을 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불황기에 펼 수 있는 매체사의 탁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색안경을 끼고 보자면 경기가 안 좋으니 깜짝 이벤트로 여러 광고주 꼬셔서 광고비나 챙기자는게 전략의 요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움츠리고 있지만 말고 즐겁고 활기차게, 미디어도, 기업도, 그리고 소비자도 함께 힘을 내자는 이야기에는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 오히려 우수 광고주들과 함께 하는 프리미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요미우리의 꼬임에 넘어간 광고주들은 어떤 광고로 사건에 동참 했을까?

지금은 100년에 한 번, 이를 악물어야 할 때다

이를 꽉 깨물어야 할 만큼 안 좋은 불경기에 당신의 치아를 위해 칼슘이온이 첨가된 껌을 출시했다는 그리코껌을 비롯하여 여섯개의 기업이 ‘광고에,사건을’에 동참한다. 얼굴 만큼은 불경기가 되지 말라는 소프트뱅크 <그림3>,일본에는 홋카홋카(따뜻함)가 부족 하다는 홋카홋카테 <그림4>, 가까운 곳만 보면서 살지 말라는 아스미
키에이스 엔터테인먼트, 시큐리티 없는 컴퓨터야말로 열쇠 없는 금고라는 트렌드마이크로, 한겨울에도 온몸에 봄이 온 듯 따뜻한 집이라는 세키수이하우스, 유류 할증금이 매우 내려간 이유로 세계가 날 부른다는 아나항공까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제품 광고, 신년 인사, 기업 PR등 제 각각의 광고를 선보인다.

전하는 메시지들은 다 다르지만 백구 가족이라는 모델 덕분에 광고는 하나의 캠페인으로 잘 묶여있다. 그리고 밝고 경쾌한 톤앤매너도‘광고에,사건을’캠페인의 힘을 더해주고 있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광고의 솜씨 아닐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면 우리 앞에도 전대미문의 불황이 버티고 서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광고주들은 이러저러한 숙제들을 내주고 있을게다. 불황이니까 그에 맞는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하는 광고주들에게, 지금은 전략의 솜씨를 발휘하고, 크리에이티브의 솜씨를 보여줘서 더 크게 설득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할 때 아닌가. 물론 그것이 윈윈 전략이어야지, 광고회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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