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 동향] 신문광고만의 경이로운 차이들
2011.12.07 03:06 신문광고저널, 조회수:11341






| 글 | 김 병 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신문과 신문광고의 위기라고들 하지만, '신문광고에서만 가능한 표현'이 있다. 신문광고의 특성을 한껏 발휘하는 능란한 표현이 많을수록 신문광고의 효과도 올라갈것이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은 2011년 10월 20일자 석간의 광고지면을 백지광고로 내보냈다. 이 광고는 ‘광고의 날’을 맞아 신문광고의 중요성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시도됐다. 신문광고에 알맞은 능수능란한 표현이 어떻게 경이로운 차이들을 만들어내는지 돌아보자.



스티브 잡스를 다룬 두 가지 책 광고



스티브 잡스의 사망은 2011년 10월의 가장 중요한 뉴스의 하나였다. 그렇잖아도 책광고는 신문광고의 전유물이었는데, 잡스의 사망은 곧바로 책 광고로 이어졌다.웅진씽크빅의 <아이리더십(iLeadership)>(제이 엘리엇·윌리엄 사이먼 공저) 광고의헤드라인은 ‘Steve Jobs 1955~2011’이다. 낡은 창고에서 애플Ⅰ모델과 함께한 21살의 잡스 사진을 광고의 지면 전체에 배치한 다음, ‘그는 잠들었지만 그의 정신은우리 가슴 속에 깨어있습니다’라는 서브헤드로 뒷받침하고 있다.


바디카피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잡스가 했던 연설문의 일부를 그대로따왔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그건 다른 사람이 생각한대로 사는 것입니다/당신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늘 갈망하고, 바보처럼 도전하세요. Stay Hungry, Stay Foolish!’ 잡스가 남긴 애플의 정신을 담았다는 이 책의 광고에서는 잡스의 젊은 날의 초상과 감동적인 연설문의 일부를 접목시킴으로써 그의 청년정신을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는 신문광고로만 전달할수 있는 능수능란한 표현이다.



어떤 광고가 더 ‘신문광고스러운가?’



또 다른 책 광고를 보자. 민음사의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지음)는 ‘스티브 잡스’라는 헤드라인 아래에 ‘스티브 잡스가 직접 참여한 유일한 공식전기’‘ 10월 25일, 전 세계 동시 출간!’이라는 서브헤드를 동시에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잡스의 사진을 지면의 2/3가 되도록 정 중앙에 배치하고 있다. 바디카피는‘ 애플의 공동 창업주이자 전 CEO/21세기를 움직인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타임> 전 편집장 아이작슨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신비에 가려져 있던 그의 전 생애와/우리의 삶과 문화를바꾼/혁신의 핵심 원천이 최초로 밝혀진다’이다.

이 광고에서는 책이 스티브 잡스 사후에 발행된다는 점과 출간 전에 예약주문을 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의 두 광고에서 어떤 광고가 더 효과적일까? 직접적으로 말해서 어떤 광고가 책을 더 많이 파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이리더십>은 이미 나온 책이고, <스티브 잡스>는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이기 때문에 책 판매량을 단순 비교해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광고적으로 볼 때 능수능란한 표현이 뛰어난 <아이리더십>광고가 책판매에 더 영향을 미치리라고 평가하고 싶다. <아이리더십> 광고에서는 잡스의 도전정신과 청년정신을 형상화했다면, <스티브 잡스> 광고에서는 전 세계 동시출간이라는 뉴스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두 책 모두 잡스가 직접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독자들은 그의 한 평생보다는 그의 청년정신을 알아보고자할 것이며, <아이리더십> 광고에서는 바로 이점을 ‘신문광고스럽게’ 묘사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들은 왜 전8단 양면 광고가 필요했을까



능수능란한 표현은 삼성전자 갤럭시SⅡ LTE폰 광고 ‘개막’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광고에서는 LTE폰을 도심의 빌딩보다 더 높게 솟아오르도록 배치했다. LTE폰 아래에 있는 빌딩들에서는 LTE폰을 향해 빛나는 조명을 쏘아 올리고 있다. LTE폰이 마치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輯安縣)에 고구려인의 기상으로 우뚝 솟아있는 광개토대왕비처럼 우뚝 솟아있다. 이 광고에서는 ‘본격 LTE폰 시대 개막’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3G보다 최대 5배 빨라진 놀라운 다운로드 속도’이기 때문에 ‘끊김없는 초고화질 영상통화 및 대용량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고, ‘더 넓고 선명한 4.5형 슈퍼아몰레드 플러스’가 특징이라는 소비자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속도가 5배나 더 빨라진 LTE폰 시대가 개막되었음을 알리는 이 광고에서는 신문광고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제품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편 BMW 광고 ‘클라리넷’편 역시 신문광고에서의 능수능란한 표현이 돋보이는 광고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자동차광고를 지켜봐왔다. 많은 경우 자동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느라 온갖 지혜를 짜냈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BMW 광고 ‘클라리넷’편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신문의 전8단 양면을 활용해 클라리넷을 제시하면서 자동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해버린다. 자동차 대신 클라리넷을 활용함으로써 자동차 서비스의 고급스러움을 더 돋보이게 표현했다.


형태는 클라리넷이지만 자세히 보면 중간에 자동차 엔진이 붙어있고, 클라리넷의키(key) 대신에 볼트나 너트가 그 자리에 붙어있으며, 머플러와 스패너도 붙어있다.그리고 입에 물리는 마우스피스 부분에는 점화플러그를 꽂아놓았다. 즉 낯선 두 가지 사물끼리 결합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뜻의‘ 일 더하기 일은 이보다 크다(1+1>2)’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원리를 구현한 광고라고 평가할 수 있을 터. ‘BMW의 감동을 더 길게 누리는 방법’이라는 헤드라인은 물론 ‘BMW 공식 딜러 서비스 센터의 국가공인 자동차정비 기능장이 최고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라는 바디카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사실의 설명에 다름 아니다.

헤드라인에 쓰인 ‘길게’라는 부사가 클라리넷의 길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신문의 전8단 양면의 레이아웃이 필요했으리라. 이상에서 능수능란한 표현이 돋보이는 신문광고들을 살펴봤다. 이밖에도 얼마든지새롭고도 경이로운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경이로운 것들과 경이롭지 않은 것들 사이에는 비록 손톱만큼 밖에 차이가 나지 않겠지만, 바로 그 손톱만큼의 차이가 신문광고를 살려내기도 하고 죽게 만들기도 한다. 경이로운 차이들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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