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ckTalk] 집단지성으로 가는 길
2012.03.16 05:37 CHEIL WORLDWIDE, 조회수:3947














2001년에 위키피디아라는 새로운 웹베이스 백과사전이 등장했다. 그것은 거의 혁명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백과사전의 필진이 될 수 있는 완전 개방형 편집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월드와이드웹이란 기술은 이처럼 전 지구상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끌어 모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전문성 부족, 편파성 등등의 문제를 늘 지적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키피디아는 지식과 정보를 찾을 때 가장 빈번히 활용되는 무료 백과사전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큰 이유는 위키피디아가 수많은 다양한 의견이 계속적으로 수정되면서 현재진행형으로 형성되는 지식창고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플랫폼이 세상을 하나로 묶는 월드와이드웹 시대의 생태계에 아주 정확하게 들어 맞는 형태다. 위키피디아가 제공한 지식을 나누는 새로운 방식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의 지식iN 역시 한국버전의 캐주얼한 위키피디아라고 볼 수 있다.

위키피디아라는 지식세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성된 것은 위키(wiki)라는 공동참여 웹사이트를 만드는 테크놀로지가 개발된 데 기인하지만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지식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것에 크게 기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집단지성을 언급할 때 늘 첫 번째로 등장하는 예가 바로 위키피디아이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을“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 얻어진 집단적 능력이다”라고 정의한다. 쉽게 얘기하면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가진 지식을 나누며솔루션을 찾아 나가는 지식협업체를 뜻한다. 우리 속담의‘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집단지성이란 표현이 담론의 장으로 나온 것은 1910년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에 의해서지만 현 생태계에 적합한 정의내림, 즉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정의한 것은 프랑스의 미디어 철학자 피에르 레비였다. 그는 집단지성을“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양성에 기반한 역량이 실시간으로 투입되면서 지속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인데, 이 덕목이야말로 크로스오버 문화를 지향하는 현시대의 핵심인자라 할 수 있겠다.

광고를 비롯한 크리에이티브 및 마케팅 집단에서 집단지성이 활성화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특히 그 중심엔 이 지구상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다는 ‘클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의 철학이 존재한다. 이미 몇 번 밝힌 바 있지만 클라우드소싱은 웹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알토란 같은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마케팅의 교과서라 불리는 P&G에서도 클라우드 소싱을 통해 기술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이 새로운 방식을 C&D(Connect & Development)란 용어로 명명했다. P&G의 C&D가 새로운 마케팅 솔루션 생태계를형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IDEO가 창안한 회의 방식인‘딥 다이브(Deep Dive)’역시 집단지성의 틀을 오프라인에 적용한 예라 볼 수 있다. 디자인 회사에 문화인류학자까지 참여하여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심도 깊은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하나의 솔루션을 찾아가 는 과정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제 남의 얘기를 접어 두고 대한민국의 현실로 와 보자. 타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한 창의적인 솔루션 창출의 중요성은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성공 창출의 예를 찾아보기는 힘든 것 같다. 머리 좋고 열정 넘치는 민족인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 걸까?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해본다. 어느 조직에서 집단지성의 중요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면 의사결정권자는 집단지성이 무엇인지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릴 테고, 그 밑 실무 책임자는 TF를 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결과를 토대로 조직을 바꾸고 이렇게 해보자! 라고 밀어 부칠 것이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은 연구를 통해 이해되고 조직변화를 통해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마인드셋의 변화이다. 조직바꾸기에 앞서 마인드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는 것이다. 배타성을 깔고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문화에서 변화는 힘들다.

월드와이드웹의 생태계는 개방·공유를 기반으로 한다. 그 기저문화를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뒷받침해주어도 결국 기존의 틀 속에서 수정 보완으로 연명하는구태를 벗어 날 수는 없을것이다.‘ 백지장도맞들면낫다’라는 좋은 경구를‘눈 가리고 아웅’으로 갈무리하려는 관습부터 없어져야 한다.
ID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