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1 스파익스 아시아 2013] Spike, Spikes Asia
2013.10.30 02:40 CHEIL WORLDWIDE, 조회수:4607


그 홍보 부스들 중에선 친근한 이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레고, 안드로이드, 게티이미지, SourceEcreative, 그리고 한국의 프로덕션도 있죠. 그곳을 방문해 소개를 들으면, 쏠쏠한 선물들도 받을 수 있어요. 팬티부터 귀여운 USB까지…. 멀찌감치 서서 사진 찍는 척 두리번거리면, 고맙게도 먼저 와서 말을 걸어 줍니다. 물론 잉글리쉬로…그리고선 열심히 설명을 해줍니다.

그 설명이 끝나면, 땡큐란 말과 함께 땡큐한 선물을 주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옆 부스로 건너가 그 앞에서 다시 서성거리면 됩니다. 마치 코엑스의 중소기업 박람회를 찾은 느낌이랄까요?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안드로이디파이(Androidify). 설치된 태블릿에서 자신이 직접 안드로보이를 디자인하면 그것을 에코백에 프린팅해서 줬는데, 마지막 날까지 성시를 이뤘죠. 작은 무빙북을 만들어 주는 유튜브도 인기 만점이었어요. 준비된 소품을 쓰고, 입고, 꾸미고서 유튜브 창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5초 동안 동작을 취하면, 그것을 작은 소책자로 만들어 주죠. 스틸 사진으로 구성된 책이라 촤라락 넘기면, 동작들의 영상처럼 보이는, 그런 작은 재미를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스톡 영상 에이전시 ‘SourceEcreative’가 주는 크리에이티브해지는 크리에이티브 주스를 마시면서 홍보 부스를 돌고, 한글 통역이 지원되는 세미나를 듣고, 쇼트리스트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둘째 날 저녁에는 ‘Networking After Dark’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스파익스를 가기 전에 듣고서 기대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광고회사들의 일종의 오픈 하우스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가한 광고인들을 각자의 오피스로 초대해서 네트워킹 파티를 하는 거죠. 가서 무슨 얘기를 할지는 일단 접고, 무작정 찾아가 봅니다.

처음 찾았던 곳은 LOWE. 그런데 이곳은 사무실을 보여 주기가 부끄러웠는지, 싱가포르의 가로수길 같은 곳에 있는 세 곳의 바를 빌려서 하더군요. 입구에서 명함을 주면, 귀여운 언니들이 귀여운 야광봉을 주며 부담스러운 분칠을 해줍니다. 뮤직도 쿵작쿵작하는 것이 파티 분위기, 제대로 납니다.



그런데 장소가 장소인 만큼 쉽게 말 걸어지지도 않고, 서로 데면데면, 그냥 끼리끼리 얘기하는 분위기랄까요? 사무실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기에 잠깐 머물다가 바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참, 그날은 이층 버스 한 대가 돌아다닙니다. 그 버스는 새벽까지 돌면서 파티를 하는 각 장소로 옮겨 주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JWT 싱가포르. 이곳, 역시, 사무실을 오픈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회사 옥상에서 파티를 열었죠.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역시 쿵작쿵작…. 시원하게 차려입은 언니, 오빠가 환영해 줍니다. 알코올을 한잔 들고, 적당한 자리를 잡고, 타깃을 찾습니다. 걸렸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하이!” 하면 됩니다. 1단계 호구조사부터 시작해서, 뭔가 이야기를 끌고 나갈 거리를 찾으면서, 친한척합니다. WPP 호주에서 온 이모하고도 얘기하고, 일본에서 온 CD 아저씨하고도 이야기하고, 그렇게 몇 번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칩니다. 그러면 한국 광고회사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혀를 좀 풀고, 다시 부딪혀 봅니다.

뭔가 아쉬운 생각에, 남은 체력을 짜내 마지막 맥켄(McCANN) 싱가포르를 찾았습니다. 새벽 1시쯤 되었었는데, 시간이 시간이었던지라 거의 끝물이더군요. 그곳 역시 옥상 파티가 진행됐는데, 다행히 사무실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무실들과 별반 다를 것은 없더군요. 그렇게 인증 샷 한장 찍고 길었던 네트워킹 파티를 마무리했죠.

누군가 물었습니다. 한국도 이런 네트워킹 파티 하냐고. “안 한다”, 그랬더니 굉장히 놀라더군요. 그러고 보니 왜 우리는 그런 게 없을까요? 그냥 각자 알아서들 잘 만나서 그런 걸까? 가끔씩은 이런 파티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각한 것을 심각하지 않게
마지막 날 저녁, 대망의 시상식이 열립니다. 총 16개 부문과 스페셜 어워드, 영 스파익스 부문이 있었는데요.



칸에서와 마찬가지로 호주 맥켄(McCann)의 ‘Dumb ways to die’가 휩쓸었습니다. 총 7개의 그랑프리와 올해의 광고회사와 올해의 광고인까지 말이죠(올해의 광고인은 멜버른 메트로의 광고주였습니다). 정말 멋지고, 대단한 캠페인이었지만, 너무 많은 부문의 수상대에서 소개하다보니 나중엔 지겨워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이 캠페인은 다 아실거라 생각하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광고들 몇 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필름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덴츠에서 만든 어르신들을 위한 약품, Baika Gofuku Gan 광고입니다. 15초 TV광고 3편인데, 심플합니다. 야구 연습장에서 할머니들이 배트를 들고 빠른 속도로 오는 공을 아무렇지 않게 때려 냅니다. 연신 “Baika Gofuku Gan”이라고 외치면서….

그리고 또 다른 편에서는 반대편의 할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날아오는 공을 글러브로 받아 냅니다. 끝 입니다. 심플하고 강력한 15초였죠. 점점 지루해지던 시상식 분위기를 한번에 바꿨던 광고였습니다.한번 보면, 그 이름과 효과를 알 수 있는….

다음으로 필름과 필름 크래프트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멜버른 Clemenger BBDO에서 만든 칼튼드라우트(Carlton Draught) 광고입니다. 칼튼 드라우트는 광고제의 단골손님이죠. 익히 아는 대형 광고(Big AD), 슬로우 모션(Slow Motion), 이번엔 비어 체이스(Beer Chase)였습니다.

은행을 턴 강도들이 한잔하기 위해 바에 들러 맥주를 한잔씩 하려는 순간, 한잔 하러 온 경찰들과 마주칩니다. 그때부터 추격전이 시작되죠. 맥주를 흘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들고서 도망치는 강도들과 경찰들의 코믹한 추격전 스토리입니다. 과장된 표현과 자동차를 의인화해 뛰어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것저것 떠나서 재미였죠.

프린트에서는 그랑프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던 광고가 있었습니다. 태국 광고회사 LOWE 방콕에서 만든 ‘유니레버 선라이트(Unilever Sunlight)’ 주방 세제 시리즈였는데요. 총 3편입니다. 귀여운 돼지와 양과 소가 접시를 꼭 붙잡고 떨어지려 하지 않는 비주얼에 ‘Separate Them’이라는 한 줄의 카피가 있습니다. 비주얼의 승리라고 생각됩니다.



지독한 기름때를 깨물어 주고 싶은 앙증맞은 비주얼로 표현한 것이죠. 전날 네트워킹 파티 때 구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던 동양 아저씨 한 분이 있었는데, 시상대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그분이더군요. ‘역시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분이었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기견에 대한 생각을 바꾼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드래프트FCB 뉴질랜드(DraftFCB New Zealand)에서 만든 ‘Dog Driving’ 캠페인인데요. 유기견들에게 운전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 개들이 미니를 운전합니다. 정말 운전합니다. 물론 바깥에서 조련사가 지도를 하긴 하지만…. 이 캠페인은 역시 큰 이슈를 만들었고, 유기견들은 모두 주인이 생겼다는 훈훈한 결과와 함께 마무리되죠.

이번 스파익스 아시아에서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캠페인들이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앞서 얘기한 두 캠페인 외에 미디어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Tourism New Zealand의 ‘Middle-Earth Passport Stamp’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이펙티브니스 부문 그랑프리의 ‘IKEA Catalogue’와 그 외 수상작들까지…. 조금의 트렌드를 엿본다면, 심각한 문제를 심각하지 않게 재미있게, 혹은 위트 있게 접근하고 표현해서,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송을 만들어 유행시키고, 개에게 운전을 시키고, 여권에 색다른 스탬프를 찍어주면서 말이죠.

‘Agents for Change’라는 주제로 세미나 강연을 했던 John Mescall ECD(Dumb way to die로 올해의 광고제를 휩쓴 분이죠)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Use Your Talent to Change Things.”





주유경 프로 _ 민수라 CD팀 ykiki.joo@ch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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