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한 컷의 힘
2014.02.12 04:47 광고계동향, 조회수:13375


광고인들이 바빠졌다. 한 마디로 아이디어를 표현해야 할 도화지(매체)의 종류가 많아졌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 PR, 소셜마케팅 등을 이용한 새롭고 기발한 광고들이 매일매일 넘쳐난다. 더욱이 2014년은 소치 동계 올림픽, 브라질 월드컵, 인천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해다. 올해 역시 광고 마케팅 시장은 다채로운 미디어 채널의 활용으로 더욱 현란해지고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더욱 빠른 물살을 타고 변화를 거듭하는 광고계 흐름에 반하여,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인 광고가 있다. 소비자와의 동시적, 상호적 교감이 없이는 어필할 수 없는 이 가열된 광고 경쟁 속에서 여전히 단 한 컷 만으로 싸우는 승부사가 있으니…

카피 한 줄, 비주얼 하나로 승부하는 인쇄(Print) 광고다.

인쇄(Print)광고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오늘날 광고의 최초 형태로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작년 한 해 깐느 국제 광고제의 총 35,765개의 출품작 중 5,711개(press 부문 기준)의 작품 수를 기록할 만큼 여전히 인기 있는 출품 분야이기도 하다.

새해의 첫 문을 여는 이번 편에서는 어쩌면 2014년 광고계의 새로운 키워드와 흐름을 이야기해야 적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연초에 불과할 뿐. 광고계의 크고 작은 움직임 속에서 어워드 수상작에 대한 깊이 있는 복습 없이 섣불리 2014년의 광고계 흐름을 점치는 일은 잠시 미뤄두련다. 작년 한 해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수많은 작품이 주는 여운의 끝을 잡고 2013 깐느에서, 그리고 깐느의 조명이 닿지 않은 어딘가에서 다른 화려한 매체들에 묻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인쇄(Print)광고 작품을 소개하며 2014 글로벌 크리에이티브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가장 많이 덜어내고, 가장 많이 함축하고, 가장 많은 상상력의 울림을 주었던, 그래서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 한 컷이 담아내는 힘을 함께 공감해보도록 하자.


그냥 Time 말고, 아이패드 미니 Time


Apple - iPad mini/Time 편/Cannes Lions 2013 Press Lions - Grand Prix

지난해 Time 매거진 뒤 뒷커버에 실렸던 아이패드 미니의 인쇄 광고. 깐느 광고제에서 Grand Prix를 수상했다. 종이로 된 Time 매거진을 한참 읽고 덮었는데, 뒷커버에서 당신이 방금 본 잡지보다 훨씬 더 작은 ‘아이패드미니’에 담아 있는 타임매거진을 보게 된다.

광고 제작자들은 이 아이패드 미니를 실사 크기로 집행하는 센스 역시 잊지 않았다. ‘종이’로 Time을 보지 말고 ‘아이패드 미니’로 보라며 ‘종이 잡지’에 아이패드 광고를 내는 반전의 기발함이라니!


아이스크림 먹기 위해 무엇까지 해봤니?


McDonald’s/Ice Cream Pocket/Golden Drum Festival 2013 -Grand Prix-Print

아이의 상상력은 참 놀랍다.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짜낸 이 아이의 상상력은 더욱 놀랍다. 터키 돈으로 1 Lira 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아이는 묘안을 생각해 낸다. 아빠의 양복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그냥 가져갔다면 그건 아마추어다. 아예 바지 포켓을 가위로 스윽 잘라버려 동전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이 아이가 생각해 낸 진정한 꼼수…. 긴장된 표정과 시선, 아이의 상상력까지 모두 더해져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아이의 열정을 잘 표현했다.


이젠, 유명 작가의 작품을 귀로 들으세요!


Penguin Books/Will Shakespeare, Oscar Wilde 편/Cannes Lions 2013 Press Lions - Gold

이 광고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짐작이 가는가? 영국 유명 출판사인 펭귄북스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소설가 오스카와일드를 활용, 오디오북이라는 제품의 속성에 맞게 유명 작가의 작품을 귀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한 장으로 표현했다.

헤드폰의 귀가 닿는 곳이 작가의 얼굴, 휘어진 다리로 헤드폰을 완성도 있게 표현.
깐느 Press 부문에서 Gold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덜어내고, 가장 많이 함축하고
가장 많은 상상력의 울림을 주었던
한 컷이 담아내는 힘에 공감해보자.



이 빨간 물방울의 정체는?


Indian Red Cross Society-Blood Donation/Gift Blood편/KYOORIUS AWARDS 2013 NOMINEES- Design For Communication

빨간 물방울? 자세히 보니 산타 할아버지가 등에 짊어진 빨간 선물 보따리다. ‘Gift blood this Christmas(이번 크리스마스엔, 헌혈로 선물을)’라는 카피가 보인다. 인도적십자사의 광고. 한 방울의 피와 빨간 선물 보따리가 오버랩되니, 무릎을 탁! 치고 싶어지지 않는가? 크리스마스 선물, 고민 고민하지 말고 헌혈을 하란 얘기다.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심플한 비주얼 하나로 할 말 다 했다.


카피의 반전처럼 인생도 반전될 수 있습니다



Swiss Life/Life Turns in a Sentence편/Cannes Lions 2013 Outdoor Lions - Silver

학창시절, 영어 좀 했다면 왼쪽 광고의 카피를 읽어보시라. 문법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그렇다면 이제 진정하고, 카피 세 줄만 먼저 읽어 보라. “I look forward to the baby(태어날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서 끝에서 두 줄 “The baby is not mine(그 아인 내 아이가 아니다)”를 읽어보라.

오른쪽 광고도 마찬가지다. “We’ve got everything we need(우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가졌어요)”라고 했지만 결국, 결론은 “We need a loan(대출이 필요합니다)”이다. 마침표도 없이 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이 카피가 재미있게 와 닿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작게 이어지는 슬로건. “For all life's twist and turns(알 수 없는 인생에는): Flexible financial plans(유연한 재정 계획이 필요합니다)”이다. 즉 카피의 반전처럼 인생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찾아올 수 있으니 생명보험회사 Swiss Life를 만나 미리 준비하란 소리! 심플한 카피로 제품 속성을 그대로 담아낸 스마트한 아이디어.


두 명 모두 스케치일까?


Star Models/Blonde편/Cannes Lions 2013 Press Lions -Gold

아니다. 깡마른 일러스트 캐릭터 옆으로, 실제 사람 모델이 함께 서있다. 해외에서는 모델들이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심각한 거식증에 걸린 경우가 많다. 살이 찔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해대는 섭식장애를 겪는 것.

브라질 모델 에이전시 ‘Star Models’는 거식증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이런 현상에 대해 반대한다는 공익적 메시지를 “You are not a sketch(당신은 스케치가 아니에요)”라는 카피와 함께 단 한 컷의 비주얼로 모두 전한다. 서있는 포즈,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그리고 날리는 치마의 방향까지 흡사하게 표현하여 재미있는 눈속임까지 더했다.


절대 안 떨어질거야~


Sunlight/Lamb편/Cannes Lions 2013 Press Lions - Gold

후라이팬를 꼬옥 끌어안고 결코 떨어지지 않으려는 동물들의 애절한 표정. 그리고 함께 이어지는 한 줄의 카피, “Separate them(그들을 떼어내세요)”가 희학적인 요소를 더하는 이 광고는 태국의 유니레버 주방 세정제 Sunlight의 지면 광고다. 태국 특유의 유머와 완성도로 제품의 강력한 세척력을 상징적으로 이끌어냈다.


비키니 광고…일까?


Anlci/Bikini편/Cannes Lions 2013 Press Lions - Gold

처음 이 광고를 본 사람에게 이 광고는 무슨 광고로 보일까? 비키니 광고? 아니면 리조트 광고? 영화 광고? 놀랍게도 이 광고는 프랑스의 비영리단체 Anlci(National Agency for the Fight Against Illiteracy) 문맹퇴치기관의 캠페인이다.

‘불행히도 이 카피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300만 명이 넘을 것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프랑스 18~65세 연령대의 국민들 중 100%가 글을 읽지 못해 이 포스터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여 다른 광고로 보일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맹자라면 전혀 다른 메시지로 이 그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반인도 광고 메시지를 혼동하여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만든다.


음식으로 하나 되는 레시-피스(Reci-peace)


Peace one day/Mushroom cloud편/Cannes Lions 2013 Branded Content &
Entertainment - Bronze

Recipeace는 분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을 멈추고 음식으로 하나되자는 메시지를 던진 캠페인이다. 레오버넷 시카고에서는 2012년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Peace day)을 맞아 전 세계의 쉐프와 레스토랑에게 Recipeace Movement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사람들은 Peace meals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에 찾아갔고, 세계 평화를 지키겠다고 서약했다. 작게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일부터, 식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한 메인 요리를 선보이는 것까지 아이디어는 다채로웠다.

광고는 캠페인 정신을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전쟁에 관련된 이미지와 비슷한 형태의 음식들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수류탄과 포도, 장총과 바게트 등 이미지의 연결에 ‘Come together over food’라는 카피까지 함께 읽고 나면 메시지는 더 명료해진다. 지금껏 수많은 반전 캠페인이 있었지만 인간의 가장 공통분모인 ‘음식’을 통해 전쟁을 그치고 함께 어우러지자는 reci-peace라는 말은 또 얼마나 절묘하고 새로운가?



종이 한 장에 비주얼 하나, 카피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담백하지만 강력한 한 컷의 힘!

위 사례들을 통해 단 한 컷이 전달하는 깊은 매력을 느꼈는가? 아무리 예측 불허의 매체가 발명된다 하더라도 광고인에게 print는 기본기 중의 기본기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근 광고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첨단 테크놀로지 열풍 때문에,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잊힐까 아쉬울 뿐이다. 광고를 시작하던 초년 시절엔 누구나 print 한 편에 감탄하며 나도 언젠간 저런 광고를 만들겠다고 꿈꾸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2014년의 첫 포문을 열었던 이번 칼럼에서는 깐느의 영광을 거머쥐었던 인쇄(print)광고 작품으로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면, 아마 다음 편에서는 아시아의 깐느라 불리는 2014 ADFEST의 수상작들과 함께 또 다른 감동을 안고 찾아 뵙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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