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REPORT] Differentiating Super market, 우리 동네, 슈퍼가 달라졌어요!
2014.06.26 11:34 INNOCEAN Worldwide, 조회수:4933


Text. Kim Do Hee (iPublics)

도쿄의 롯폰기힐 지하에 자리 잡은 식료품점 딘앤델루카의 한쪽 벽면에 가득한 각양각색의 소스 병을 보며 황홀경에 빠졌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거대한 벽은 마치 거대한 개성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올 한 해 이런 변화가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슈퍼마켓이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 변했다는 것 외에도, ‘잘 먹고 잘 사는’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반영한 문화 공간으로 질적 변화를 이루어냈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매일같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레스토랑과 함께 요즘 유럽 스타일의 식료품점, 그로서리(Grocery)형 럭셔리 슈퍼마켓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식탁에 ‘프리미엄’을 올리려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백화점에서부터 동네 식료품점들이 차별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2012년 한 해만도 신세계백화점의 신세계 SSG 푸드마켓, 갤러리아 백화점의 고메이494, CJ의 올리브마켓 등이 미각에 민감한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은 안전 먹거리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구미권에 이어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신모델이다. ‘슬로푸드’의 역사가 긴 구미권에서 유기농으로 주목받았다면 국내에서는 생산이력 등을 밝힌 안전식품과 맛 경쟁, ‘쇼핑 이상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들 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은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갤러리아의 고메이494는 획일적이던 백화점 식품관에서 탈피, 국내 최초 ‘그로서란트(Grocerant = Grocery + Restaurant)’이라는 새로운 식문화를 제안했다는 평가다. 특히 델리카 공간(델리ㆍ디저트ㆍ레스토랑)의 경우 미식가 사이에 뜨거운 입소문이 나면서 예전보다 방문 고객수가 2배 이상 늘었다. 고메이494가 꼽는 가장 큰 변화는 그로서리와 피자 전문점 ‘핏제리아 디 부자’, 떡집 ‘호원당’, 일식당 ‘스시 마츠모토’ 등 이름난 레스토랑이 결합한 그로서란트다.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인접한 스테이크하우스에 가져가 2만 원의 서비스비만 내면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고, 전복 전문점에서 전복을 찜, 탕으로 조리해서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레스토랑과 식재료를 연계한 서비스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해외 직수입 아이템 수만 해도 170여 종으로 해외 프리미엄, 웰빙 식재료를 구비했는데,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 ‘펙(PECK)’의 정통 파스타면과 ‘바이오나 오가닉’의 베이크드 빈 등이 대표 상품이다. 지정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 종갓집 종부들의 이름을 내건 장류 등 국내 식재료와 희귀 향신료, 허브 등 다양한 서양 식재료를 취급해서 전문 셰프들에게도 인정받았다. 히말라야산, 이스라엘 사해산, 전남 신안산, 저나트륨 등 산지와 성분에 따라 구분한 소금도 인상적이다. 또한, 장류나 간장게장 같은 전통음식 앞에 지역과 재료, 만든 장인에 대한 설명이 잘 정리되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식문화 트렌드를 소개할 수 있도록 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즐거움을 체험한다’는 취지의 올리브 마켓은 CJ가 생산하는 제품과 과일, 채소류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올리브TV에서 제안하는 요리 관련 콘텐츠를 실제로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 안에 올리브 미디어존이 있는데 요리 프로그램 세트장과 대형 LCD가 설치되어 있어 인기 프로그램 영상 하이라이트가 계속 방송된다.

올해 4월 홍익대 부근 극동방송국 맞은편 골목에 오픈한 ‘고메마켓(Gourmet Market)’은 ‘귀한 식재료를 100% 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식자재를 미니사이즈로 재포장해서 판매하는 숍으로 입소문이 났다. 젊은 세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1인분의 샐러드를 만드는 데 적합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고메마켓의 자랑이다.

가장 최근에는 청담동에 오픈한 ‘반이스트(bHAN East)’를 들 수 있다. 이곳은 일본 고급 식재료를 선보이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후쿠오카의 명물인 야마야 명란, 150년 전통의 기슈고다이 우메보시 등을 전면에 내세웠고 국내에서 까다롭게 만든 천일염, 전통 장류 등도 남다르다. 정갈한 일본식 밥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이 될 것이다. 프리미엄 슈퍼마켓에서도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 업체나 제조 업체가 선보이는 종합형 마켓에서부터 명확한 개성을 앞세운 작은 마켓까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유럽 여행에서 런던이나 파리, 밀라노에서 만났던 1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서울에서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목하여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도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프리미엄 마켓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것은 결국 어떤 개성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전통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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