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촉(觸)] 패키지, 하나뿐인 지구를 염려하다
2014.07.29 04:54 CHEIL WORLDWIDE, 조회수:8934



박규원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
kyuwon@hanyang.ac.kr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뿐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제품만의 특성을 표현하는 패키지. 최근에는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패키지 디자인이 선보이고 있다. 패키지의 에코 트렌드에 대해 살펴본다.

지구를 생각하는 에코 패키지
패키지는 제품 보관과 유지를 통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변화시키는 매개체지만, 최근에는 환경오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지목 받기 시작했다. 지구 환경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모든 산업, 사회, 환경 분야에서의 관심과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패키지가 지구 환경 오염에 일조한다는 사회적 지적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패키지를 취급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은 지구 환경 보호에 대처하지 못하면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제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심각성이 커졌다.

지구 환경은 패키지와 관계성이 크다는 사실을 환경 전문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패키지가 에너지 및 지구 환경과 관련성이 있다는 이슈가 생긴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할 기회가 크기 때문이다. 브랜드 경쟁력과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에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

친환경, 지속가능 패키지란 패키지 감량(Reduce), 경량화(Light Weighting), 소규모화(Downsizing), 재사용과 재활용(Reuse & Recycle), 생분해(Biodegrade), 저독성(Low Toxicity) 등 많은 항목들과 관련된다. 하지만 간단히 ‘에너지와 자원, 그리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최적화시키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가볍거나 없거나, 패키지의 경량화
에너지 낭비와 지구 환경 오염 방지는 패키지 발생의 원천적인 차단이 가장 완벽한 방식이다. 그 옛날 물물 교환 시대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포장 없는 제품 거래가 가능할까? 그런데 이를 실현한 유명 브랜드가 있다. 비누를 시작으로 헤어, 보디, 페이스 등 다양한 뷰티 제품을 선보이며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러쉬(LUSH)는 패키지가 없다. 패키지가 없는 것이 이 브랜드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요소다. 비누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퍼주듯 잘라서 판매한다. 사실 패키지가 완전히 없지는 않다. 봉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우아한(?) 고급 종이 봉지를.

지속가능 패키지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대부분 감량, 경량화다. 이는 환경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되지만, 수익 구조와 직결되기에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생수병이 두께가 극도로 얇아졌는데, 요즘 나오는 생수 용기는 비틀어서 구겨 버릴 수 있을 정도다. 뚜껑도 얇고, 작게 최소화됐다. 여기서 더 나간다. 스웨덴의 패키지 업체인 테트라팩은 한 음료 브랜드의 포장을 플라스틱 용기에서 비닐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보다 50~60% 패키지를 감량할 수 있었으며, 공간 비율을 최소화하고 회수 시 에너지도 절감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친환경 포장재의 등장
식물성 성분으로 된 포장재는 자연 분해가 용이한 완벽한 친환경 소재지만,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그런 점에서 코카콜라의 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플라스틱 용기를 주로 사용했던 코카콜라는 지구 환경 오염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사탕수수 가공 공정에서 만들어진 식물성 폐기물을 활용해 ‘Plant Bottle’ 용기를 생산했다. 아직 부분적인 시도이긴 하지만, 향후 모든 용기에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1,2. 러쉬는 매장에서 별도의 포장지 없이 비누 제품을 진열하며, 고객 구매 시 제품을 종이에 싸서 판매한다. 전체 제품의 60% 이상에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블랙 팟 패키지는 100% 재활용된 용기이다. ⓒ러쉬코리아 lush.co.kr
3,4,5,6. 호주의 생수업체인 두워터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종이팩을 사용한다. ⓒdowater.com.au
7. 코카콜라의 ‘플랜트 보틀(Plant Bottle)’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 감소를 유도하는 친환경 페트 용기로, 식물성 재료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들었다. 용기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coca-colacompany.com
8,9. 미국의 생수 브랜드 ‘BOXED WATER IS BETTER’ 역시 종이로 만든 생수 용기를 사용한다. 이 종이 용기는 창립자 벤자민 코튼(Benjamin Gott)이 디자인한 것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끝에 나왔다. ⓒboxedwaterisbetter.com
10,11. P&G가 선보인 세탁용 비누 ‘Tide Pods’는 캡슐형 세제로, 특수 필름으로 제작된 캡슐을 통째로 한 개씩 세탁기에 넣으면 패키지가 세제와 함께 물에 녹는다. ⓒpg.com
12,13. 퓨마가 제작한 생분해성 비닐 쇼핑백 ‘Clever Little Shopper’. 일반 비닐 쇼핑백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물에 담그면 3분 안에 완전히 분해된다. 퓨마는 친환경적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과 포장에 에코 테이블을 표기하고 있다. ⓒbrand.puma.com

획기적인 포장 재질이 개발되기 전 기업 입장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방식으로 기존 패키지 재질을 친환경 재질로 대체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플라스틱 재질에서 종이로 용기를 대체한 생수 브랜드 ‘BOXED WATER IS BETTER’이다. 이 생수 브랜드에서 사용한 패키지는 생분해는 물론 자원 사용과 에너지가 절감되는 효과가 크다. 액상 우유 제품의 패키지도 종이 소재로 사용 후 퇴비로 사용 가능하기에 주목받고 있다. 과거 볏짚으로 포장했던 계란 역시 플라스틱 재질에서 폐종이로 대체됐는데, 또 다시 옛날로 돌아갈 듯 싶다. 볏짚이나 식물성 친환경 재질로 진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물에 녹는 수용성 패키지
모든 제품은 포장재를 필요로 한다. 다만 내용물 사용 후 오랜기간 존재(환경 폐기물로)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를 위해 제품을 사용 즉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 왔다. 니베아(NIVEA) 비누 포장지는 물이 닿으면 녹아버리는 수용성 재료로써 폐기물이 발생되지 않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켰다. 비누 패키지가 물에 젖으면 스르르 녹아 패키지는 사라지고 비누만 남는다. 패키지를 별도로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패키지까지 물에 녹는 세탁 세제도 있다. P&G에서 출시한 세탁 세제 ‘Tide Pods’는 일회용 수용성 포장으로, 세탁기에 투입하면 용기째 물에 녹는 제품이다. 아직 국내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패키지는 제품을 개봉함과 동시에 폐기물이 된다는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 소비자들은 패키지도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패키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 폐기물이 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기발한 디자인 발상과 내구성 있는 재질, 그리고 패키지 구조가 요구된다. 내구성 높은 포장재로, 멋진 디자인으로 패키지가 재탄생된다면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지 않겠나? 폐천막으로 가방을 만들어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킨 프라이탁 사례를 참조해볼 만하다.

패키지는 무조건 저렴해야만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다 마신 생수 플라스틱병이 조립식 장난감으로 변신하는 디자인, 과자 봉지가 화분이 될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격려해야 한다. 현대는 물론 미래에도 패키지 없는 제품은 없다. 그런 방식으로는 제품을 생산할 수 없고, 이를 수용할 소비자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패키지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 지속가능 패키지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 발상이 더욱 필요하다.


박규원은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이며,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이사장과 패키지구조디자인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현대 포장디자인> 등이 있다.
트렌드 촉은 달라지고 있는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통해 동시대를 조명하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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