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광고매체로 여전히 유효한가?
2009.06.08 10:59 광고계동향, 2009년 06월, 219호, 조회수:11167


라디오가 광고매체로서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는 라디오 광고가 100대 광고주별 광고비 통계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본 결과, 지난 3년간 라디오 광고비가 2006년 약 111,966백만 원, 2007년 105,631백만 원, 2008년 98,077백만 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광고 매체로서 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또한 2008년 1~4월과 2009년 1~4월간의 100대 광고주별 라디오 광고비를 비교해 본 결과 역시, 작년은 평균 90억 원대였다면 올해는 급감하여 52억 원대를 밑도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어 유효성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라디오에 광고비를 전혀 집행하지 않는 광고주도 늘고 있는 추세라는데, 불황기라는 특수한 상황은 차지하고서라도 라디오가 광고매체로서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 라디오 매체에 대한 전망을 짚어봤다.


Talk ① 
매체로서의 매력은 여전하겠지만, 보조 매체로서의 지위에 머물게 될 것

  <<<< 신기혁 고신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지난 수년간 라디오는 광고 매체로서 지속적인 광고량 감소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일부 대기업들의 매체 계획을 보면 라디오 광고는 처음부터 고려 사항에 조차 들지 못하는 현상도 보인다. 이것은 분명 라디오 방송에 있어 중대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민주 사회에서 국영 방송이 아닌 다음에야 방송은 광고 없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라디오를 이용한 기업들의 광고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은 결과적으로 라디오가 건전한 방송 매체로서 자리 매김하는 그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라디오 방송국 운영진은 그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으며, 원인 분석을 통해 극복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매체의 속성을 파악할 때 라디오는 TV나 신문 등과 비교하여 지극히 개인화된 매체라는 점을 내세운다. 즉, 주로 혼자 이용하며, 편리한 휴대성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채널 선택이 거의 고정되는 매체라는 것이다. 실상 라디오가 지니는 최고의 강점으로 방송 내용에 별다른 집중 없이 편하게 들으면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출퇴근길 운전 중이나, 늦은 시간 공부를 하며 라디오를 듣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라디오는 광고 매체로서의 지위를 계속 위협받고 있을까? 

짧은 단견으로도 한국에서 라디오가 광고 매체로서 매력을 상실해 가는 것에 대한 원인은 정보화 시대의 가속화와 채널의 다양성 부족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라디오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그러한 매체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 상승은 라디오 청취자 숫자를 감소시켰다.

또한 라디오 방송은 스스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라디오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을 듣기보다는 MP3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입력하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혼자 즐기고 있다. 자가용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라디오 대신 차에 장착된 CD 플레이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그나마 라디오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은 택시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고 매체로서 라디오가 지니는 강점 가운데 하나가 세분화되어 있는 고정된 청취자이며, 기업들이 라디오를 광고 매체로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메시지를 일정 기간 반복 전달함으로써 무의식중에 메시지에 노출된 표적 대상 청취자들이 광고가 의도한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각 라디오 방송국은 나름대로의 자신만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청취자에 대한 분류도 한국에 비해 훨씬 더 세밀하게 분류되어 있다. 록(Rock) 음악 방송이라고 하더라도 클래식 록으로부터 헤비메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방송국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청취자가 거의 고정되는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라디오는 음악에서 교양, 시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종합 프로그램 방송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기독교 방송조차도 종교 방송으로서의 특징을 유지하기 보다는 종합 교양 프로그램 방송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한국의 라디오 방송이 광고매체로서의 매력을 상실해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라디오만이 지니는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디오는 시대 발전과 변화에 따라 매체 자체로서도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특성마저도 살리지 못한다면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라디오는 다른 매체가 지니지 못한 특성과 장점이 있기 때문에, 광고 매체로서 사라지기보다는 주요 매체가 아닌 보조 매체로서의 지위는 계속 누릴 것이라고 보며, 방송국의 자구 노력 여하에 따라 여전히 매력 있는 광고매체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 

Talk ②

매체력엔 문제없지만, 변화하는 광고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생명력 잃게 될 것
  <<<< 남경우 베컴 매체팀 국장

2009년 상반기, 우리 경제는 심각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향후 전망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경기의 선행 지표라고 말하는 광고업계 역시 광고 경기 전망 지수나 광고비 측면에서 회복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지만, 아직은 확신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특히 라디오광고의 경우 1/4분기 결과는 참담하다. 수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거쳐,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0%에도 못 미치는 매출 결과를 기록했다. 단순히 불황의 탓일까, 아니면 라디오광고의 매체력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이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라디오 광고의 판매 방식이다. 라디오 광고는 이번 불황기를 맞기 전에도 단독 매체로서 판매되기보다는 공중파TV의 연계 매체로서 판매를 push하는 매체였다. 즉 대부분의 광고주가 라디오 광고의 필요성을 느껴서 자발적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공중파TV를 집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별 생각 없이, 혹은 연계율의 메리트를 위해 선택, 구매했던 매체라는 뜻이다.

라디오 광고의 본성을 고찰해 보면, 라디오 광고는 단독으로 이미지를 생산, 확대하고 호의도를 제고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라디오 광고의 청각 메시지만으로는 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광고 홍수 속에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라디오 광고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Main Media를 통해 구축된 이미지에 대해 반복적인 연상을 통한 강화와 상기이다. 

이러한 라디오 광고의 기대 효과를 감안할 때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계층은, 다른 대중 매체의 접근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활동을 하는 남성이며, 이들은 출퇴근 시간대에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라디오 광고에 노출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매체의 특성과 Target 특성에 부합하게, 가장 청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MBC AM/FM의 출퇴근 시간대는 예나 지금이나 연계로 인한 끼워팔기가 아니더라도 활발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시간대 인기 프로그램 덕분에 해당 채널 전체의 판매율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라디오 광고물 안에서도 인기 프로그램은 연계를 붙여 묶어서 판매되고 있고, 그 결과 채널 전체 프로그램의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채널들은 어떠한가. 높은 청취율, 인기 프로그램을 보유하지 못한 채널들은 예나 지금이나 공중파TV의 연계물로써의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공중파TV 판매가 늘어나면 라디오 광고비도 늘고, 공중파TV 판매율이 저조하면 라디오 광고 판매율 역시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현시점의 라디오 광고비 감소 현상은 따라서, 불황기에 광고 마케팅 전반의 비용을 감축하면서 공중파TV 집행마저도 꺼려하는 광고주의 심리 때문이며, 공중파TV의 매출이 심각하게 감소하면서 라디오 연계 판매마저 예전같이 강요하기 힘든 수요공급의 논리 때문이지, 라디오 광고 자체의 매체력에 변화가 생긴 때문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라디오 광고 자체의 매체력에 변화가 없다고 해서, 광고로서의 메리트 역시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매체 환경 전반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TV마저도 강력한 대안 매체가 생겨나고, 쌍방향 광고 등 광고 환경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라디오 광고가 예전의 광고 매체력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광고주의 선택에 변화 요인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다양한 대안 매체가 생겨났음은 차치하고, 연계 판매라는 위상에서도 DMB, OBS 등 연계를 대체할 수 있는 매체가 생겼으니, 라디오 광고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위상을 점하기 위해서는 판매 방식과 광고 형태 등에서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라디오 광고는 독자적인 광고 효과를 내거나, 비용 대비 높은 효율을 지닌, 자체적인 장점으로 선택되는 매체가 아니라, 광고 경기가 좋으면 일시적인 호황을 누리고, 광고 경기가 나빠지면 무방비로 불황에 빠지는, 무관심 속의 서브 매체로밖에 존속하지 못할 것이며, 그 생명력 또한 길지 못할 것이다.

Talk ③
광고매체로서 지위는 흔들리고 있지만, 매체력은 여전히 건재해
  <<<< 백종호  컴투게더 캠페인 3본부 국장

1938년 10월 30일, 미국. 당시 CBS 라디오 프로그램 ‘The Mercury Theater on the Air’에서는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의 소설 ‘우주전쟁(1898, The War Of The Worlds)’을 실제 현실과 흡사한 전쟁 상황으로 각색, 뉴스 형식을 동원하여 방송했다. 방송 전, 프로듀서인 오손 웰스(Orson Welles)는 이것이 실제상황이 아닌 드라마라고 고지했음에도, 이 드라마는 뉴저지 주 일대를 대공황의 상태로 몰고 갔다.

드라마를 들은 사람들이 화성인들에 의한 침공, 내지는 그에 준하는 전쟁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대피하는 일대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얘기할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2009년을 살아가는 지금은 그저 웃고 넘길 일이지만, TV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하물며 인터넷이야~) 그 시기엔 라디오가 굉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랬던 라디오가 왜 광고매체로서 유효한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나올 정도로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라디오 말고도 무수한 미디어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TV로 대표되는 영상 미디어의 존재는 “소리”만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라디오를 한껏 움츠리게 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둘째는 대중(Mass)들의 기호가 거기에 맞물려 변화했다는 점이다. 드라마도 뉴스도 쇼오락도 소리만으로 즐기기엔 한계가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는가? 대중은 이미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셋째는 영상매체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지고하게 지켜왔던 라디오만의 고유 영역이 깨졌기 때문이다. 라디오의 고유 영역은 이동성에 있었고 기기휴대의 간편함에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장점마저도 DMB라는 미디어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어 가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이렇게 라디오 자체의 매체력이 약화되어 가는 시점에 광고매체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광고매체로서 유효한지 아닌지 논의를 할 만큼 힘이 없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를 얘기하자면 첫째, 아직도 라디오는 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실제 청취율 조사에서 잡히는 수치 말고도 많다는 것은 광고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 다 인정 할 것이다.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tv와 달리 피플미터기에 의한 과학적 방법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그저 설문에 의한 사후조사일 뿐이다) 출퇴근 시에 자동차에서 듣는 라디오, 업무를 하며 인터넷으로 듣는 실시간 라디오 방송,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듣는 라디오 등은 청취율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광고주들도 이런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둘째, 아직 지상파 DMB의 광고매출은 라디오의 광고매출액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2008년말 현재 라디오 광고매출액은 980억, 지상파DMB 는 89억 일 뿐이다) 이는 현재 광고주들도 여전히 라디오를 유효한 광고매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셋째, 라디오 광고비는 여전히 저렴하다. 광고비가 많지 않아 TV광고를 활용하지 못하는 광고주들에게 라디오는 가뭄 끝 단비 같은 존재다. 광고예산이 부족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라디오 광고를 통한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라디오 광고가 결코 쓰러져 가는 미디어가 아니란 점을 예견하게 한다.

넷째, 라디오 자체의 변화의 몸부림이다. DMB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보이는 라디오로 진화한 것이 그 예다. “듣는” 미디어에서 “보는” 미디어로의 진화는 청취자에 대한 로열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갔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청취자를 확보 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이유를 굳이 대지 않더라도, 라디오는 궁극적으로 향수의 미디어며, 개인의 미디어다. (밤늦게 공부하며, 혼자 설거지를 하며, 또는 일을 하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DJ 들의 유쾌한 언변에 웃고 울던 기억이 없는 사람 있을까?) 이미 개인의 생활 속에 빠질 수 없는 미디어로 개인들과 함께 해 왔기에 라디오의 매체력이 하루아침에 사라 질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3~4년간 라디오 광고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은 광고주 입장에서 더 많아진 미디어와 줄어든 광고예산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런 추세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그 날까지 지속되겠지만 결코 라디오 광고의 매체력을 의심하는 단서는 아닐 것이다. 라디오는 광고매체로서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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