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마케터’가 되고 싶은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2009.06.09 10:24 광고계동향, 2009년 06월, 219호, 조회수:4825



서경덕은 ‘독도 전문가’가 아니다. 지난 2005년 뉴욕타임즈에 ‘독도’가 한국땅임을 알리는 광고를 처음으로 민간인 신분으로 게재하면서 유명해진 그는 그 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독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거나 일본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심각한 실태를 생생히 알리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등 그의 행보만으로 그를 ‘독도 전문가’로 오해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독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해’, ‘일본군 위안부’, ‘백두산’ 등 역사적 왜곡으로부터 국민들이 지켜야 하고 진실된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단지 총대를 맨 ‘한국홍보전문가’가 옳다. 이제 그의 꿈은 ‘한국홍보전문가’를 넘어 국가브랜드를 알리고 한국이란 나라를 보다 세련되게 전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네이션마케터’가 되는 것이다. 

글 | 정현영 기자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뉴욕타임즈의 실수(Error in NYT)’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냈다. 광고는 전월에 실린 뉴욕타임즈의 한반도 관련 기사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 된 것이 실수라고 지적하며 ‘동해(East Sea)’가 옳다는 그림을 싣고 있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지난 2000년 동안 세계 많은 나라에서 ‘동해’로 불려왔고 동해상에 존재하는 ‘독도’ 또한 한국의 영토로 인정받았다. 이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강조돼 있다. 

전 세계 미디어가 이 광고를 주목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인 뉴욕타임즈의 지도표기 관행을 실수라고 공박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뉴욕타임즈가 광고의 게재를 허락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 독도 광고는 국가 현안에 대한 문제인 만큼 또 다른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또 다른 많은 미디어를 통해 이중, 삼중의 홍보 효과를 낳았다. 뉴욕타임즈로서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자사 홍보를 했으니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웃음이 나올 일인 셈이다. 이제 이 ‘독도’ 광고는 뉴욕타임즈가 가장 싣고 싶어 하는 광고가 됐다. 

이런 지능적인 광고를 실은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홍보전문가’라고 불리는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객원교수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의 지난 10년간 아시아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동해(East Sea)’로 표기 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에서 가장 많이 구독하는 이런 글로벌 신문에 일본해로 잘못 표기된 것을 바로 잡고 싶었다”고 광고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그와 뉴욕타임즈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4개월간의 뉴욕타임즈와의 접촉을 통해 순전히 자비로 ‘독도는 우리땅(Dokdo is Korean Territory)’라는 제목의 광고를 최초로 실은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스 광고국 직원들은 아시아인이 개인적으로 국가현안에 관해 광고를 낸 것은 이 회사가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씨가 자비를 털어서 광고를 싣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 해 일본 시네마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해 대외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뉴욕에 있을 때, 외국인 친구들과 TV를 보다가 한국 관련 뉴스를 접했어요. 그때 그 사실에 분노한 한국인들이 일본대사관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하고 있는 장면이 비춰졌는데, 외국 친구들이 ‘한국인들은 너무 감정적인 것 같다’며 그 장면만을 보고는 그렇게 평가하더군요. 그때 ‘이건 아니다’ 싶었죠.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그저 시위하는 한국인들이 나쁘게 비쳐지고 있는 겁니다. 그때 결심했어요. 일본의 부당함과 독도가 한국땅임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요.”

광고를 택한 것은 감정적 대응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서 이뤄졌으며, 매체 역시 이런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이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각국 정부 및 기관, 기업 등이 신뢰하는 뉴욕 타임스였다.

서씨는 광고 문구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개의 시안을 들고 뉴욕 센트럴 파크로 나가 일일이 조사를 했다. 어떤 광고가 그들의 눈에 잘 들어오며, 어떤 문구가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지 미리 시뮬레이션 했다. 다수의 의견을 받아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강렬한 헤드카피가 써진 첫 번째 광고가 탄생하게 됐다. 그 후, 서씨는 최근 게재된 ‘뉴욕타임즈의 실수’라는 광고를 포함, 총 일곱 번의 광고를 게재했다.

첫 광고 후, 그는 든든한 지지 세력들이 많이 생겨났다. AP연합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그의 소식이 알려졌다. 여기저기 인터뷰가 쇄도했으며, 미국의 각 지역 신문사들의 광고게재 요청뿐만 아니라 정부, 시민단체, 기업, 유명인들로부터 후원 문의가 잇따라 들어왔다. 게다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모금활동은 물론 해외 교민들로부터 돕고 싶다는 격려 메시지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광고 작업 역시 그를 도와주는 12명의 숨은 현직 광고인들의 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퇴근 후 밤 11시부터 서씨 후배의 자취방으로 삼삼오오 광고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란다. 서씨는 이들 광고인들이 AE에서부터 CD, CW, 디자이너 등 다양하며, 현재 방영되고 있는 유명 광고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실력파로 보다 임팩트 있는 광고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진정한 광고인이라고 소개했다. 

“광고 시안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외국인들이 보는 광고인만큼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드는 거예요.

최근 게재된 ‘Error in NYT’ 광고 역시  6개월 동안 수많은 테스팅 과정을 통해 가장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시안이라고 점수를 받은 겁니다. 광고에서 명시된 홈페이지 ‘다음 세대를 위해(
www.forthenextgeneration.com)’를 보고 외국인들이 찾아오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영문으로 제작됐으며 첫 페이지를 보면 한국인들은 낯설지만 ‘구글’과 같은 사이트에 익숙한 외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해 한 화면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구성으로 제작돼 있죠.”



지금까지 서씨가 실은 한국 광고가 모두 흑백톤으로 처리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부러 그레이톤으로 했다”는 그는 “첫 광고의 강렬한 그레이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고 일관되게 톤앤매너를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으로 한국 광고 캠페인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월스트리트저널(Error in WSJ)과 워싱턴포스터지(Error in WPJ)에도 같은 캠페인 광고를 집행할 예정이며, 특히 올해는 간도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인만큼 간도협약이 무효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광고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뉴욕타임스퀘어에 전광판을 이용한 영상광고를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이미 영상은 50%는 제작을 마친 상태며, 현재, 보다 효과적인 영상 작업을 위해 프로덕션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CNN TV광고에도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그를 통해 점점 세련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코디네이팅 되고 있다. 그의 다양한 홍보 활동이 이를 말해준다. ‘국가’를 브랜드화시켜 전 세계에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마케팅하는 것, 바로 그의 꿈 ‘네이션마케터’는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세계의 유명 박물관이며 미술관 등을 방문하여 그 곳에 비치된 한국팸플릿이 너무 오래되고 낡고 부족했다는 것을 보면서 가슴 아파 직접 한국에서 사서 간 최신 영한사전을 기증했던 소년이 15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현대미술관(MOMA), 미국자연사박물관 등에 한국어 서비스를 이끌어 낸 ‘한국홍보전문가’가 된 것이다. 대학시절부터 국가 홍보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몸소 체험해 왔다. 

최근 ‘나라사랑, 학교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객원교수로 참여하고 있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해 독도와 일본, 중국 등 역사왜곡의 현장을 직접 데리고 가서 학생들이 스스로 부딪혀 느끼고 깨닫도록 현장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 답사를 갔다 오면, 학생들에게 감상문을 꼭 쓰도록 하고, 그 글을 엮어 책자로 만드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역사의 귀중한 자료로 남게 된다고 믿는 그다. 현재는 정식 수업이 아닌 기획 프로그램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뜨거운 참여와 반응으로 2학기부터는 수업으로 개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15년 동안 5대양 6대주 약 200개 국가를 다녔다, 외국의 선진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그들이 어떻게 선진국이 됐는지, 어떻게 문화관광도시가 됐는지를 성공사례를 분석해 공통된 부분을 발견했고 이제 우리나라에 맞도록 적용하고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현재 그의 목표다. ‘제1호 한국홍보전문가’에서 ‘제1호 네이션마케터’로 발돋움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 서경덕씨가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2009. 7 미국자연사박물관 한국어 안내서 제공 예정
2009. 5.11 뉴욕타임즈 전면광고 게재 
2009. 2 3.1운동 90주년기념 ‘범국민역사자료기증운동’ 캠페인 기획
2008. 12 최초의 독도 주연 다큐멘터리영화 ‘미안하다 독도야’ 기획
2008. 10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내 한국관 관련 영문홍보책자 발간
2008. 9 세계 분쟁지역 평화전파 프로젝트
2008. 8. 26 네티즌 10만여명과 함께 워싱턴포스트 독도전면광고 게재
2008. 7. 9 가수 김장훈씨와 함께 뉴욕타임스 독도/동해 전면광고 게재
2008. 2. 11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하는 고구려 프로젝트, 뉴욕타임즈 광고 게재
2007. 2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씨와 함께 ‘한글 세계 전파 프로젝트’ 진행
2007. 뉴욕 메트로폴리탄·현대(MoMA) 미술관 내 한국어 서비스 유치
2007. 4 ~ 6  미국 하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한 프로젝트- 워싱턴포스트 광고 게재, 일본·미국 각계에 DM발송
2001. 12 2002년 한일 월드컵 세계 홍보 ‘월드컵 잔디자켓’ 기획
그 외 파리 에펠탑 광장 8.15 광복절 행사 기획, 한일 월드컵 동시개최 기념 ‘한일 대학생 문화 홈스테이’ 기획, 세계 유명 대학 한국학 연구실 자료 보내기 운동, 다이내믹 코리아 대학생 해외 봉사단 기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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