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Insight] 혼族, 어떻게 볼 것인가?
2016.10.13 12:00 광고계동향, 조회수:8267
혼族, 어떻게 볼 것인가?

글 오성수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




혼족, 혼밥, 혼술… 요즘 ‘혼자’의 전성시대다. 소위 ‘나홀로족’을 뜻하는 ‘혼족’이 트렌드의 가장 핫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혼족’은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쇼핑과 여가 시간을 즐기고 혼자 여행을 다니는 등 혼자 시간을 보내는 특성이 도드라지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혼자’라고 하면 유독 외로움, 고독 등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르는 필자에게는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는 현상이다. 해외에서 주재생활을 할 때 근 2년여를 홀로 버텨내야 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다. 외부와의 단절감, 혼자 시간을 무료하게 때워야 하는 삭막함, 가족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래서 주말 내내 혼자 버티다가 말을 잃을까 봐(?) 거울 속의 나와 대화를 나누기까지… 나 홀로가 펼친 흑역사가 떠올라서다. 요즘처럼 페이스북도 카카오톡도 없었으니 다른 탈출구 없이 외로움이란 달갑지 않은 괴물을 묵묵히 버텨내야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래서 Maslow의 욕구단계론으로 보자면 인간은 소속감, 사랑에 대한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당당히 홀로 라이프를 즐기는 혼족이라니?

 


 
이런 심리적 마뜩잖음을 누르더라도 인구 구성, 가족 구성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피동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삐딱한 생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2%인 520만여 가구로 집계됐다. 1995년에는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4인 가구였다. 4인 가구의 비율이 31.7%로 가장 많았고, 5인 이상 가구도 18.4%였다. 1인 가구의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1인 가구의 숫자가 20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20년 뒤에는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로 바뀐다고 한다. 이런 1인 가구의 증가가 혼족 증가의 팩트 그 자체가 아닐까. 출산율 저하나 만혼 증가, 고령화에 따른 피치 못한 결과가 ‘나홀로족’ 증가가 아닐까 하는 삐딱한 생각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 세상의 인식은 달랐다. 소셜메트릭스(Social Metrics)에 ‘혼족’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연관된 감성 키워드들이 ‘즐기다’, ‘도움받다’, ‘강한’, ‘다양하다’, ‘좋다’ 등의 순으로 긍정적인 키워드 일색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압도적이었다. 외로움, 고독 등 부정적 감성 키워드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더욱이 한 조사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도 ‘혼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나홀로족 증가는 당연한 시대 흐름이다’ 86.9%, ‘스스로 원해서 혼자 활동한다’ 71.9%,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72.4%, ‘무언가를 혼자 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77.1% 등 긍정률이 매우 높았다(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 ‘나홀로족’의 출현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무언가 문화나 생활에서 새로운 것을 향유할 수 있는 능동적 기회로 바라보는 것 같다. 왜 사람들은 ‘나 홀로’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가장 단적인 이유는 요즘은 ‘혼자’여도 ‘혼자’라고 느낄 틈이 없어서인 것 같다. SNS 때문이다. 필자는 거의 매일 페이스북을 한다. 페친인 대학 선배를 졸업 후 몇 십 년 만에 ‘실제로’ 만나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보다 오히려 어제 헤어졌다 오늘 다시 만난 듯한 일상적인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다. 매일 올라오는 선배의 글, 사진, 동영상에 서로 이야기 나누는 댓글들로 매일 만난 듯한 느낌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물리적, 공간적으로 ‘혼자’여도 SNS로 인해 심리적으로는 ‘혼자’가 아닌 생활이 가능해졌다. 소위 ‘Real Social Relationship’이 없어도 ‘Virtual Social Relationship’이 ‘홀로족’의 생활을 지원해주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칭해지는 Z세대(1996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서 이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Z세대의 관계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자신의 생각, 느낌, 경험을 공유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을 친구와 스마트폰으로 이야기하는 비율이 Z세대는 30% 이상인데 반해 베이비붐 세대는 4%, X세대는 13%에 머물렀다.(비자카드, 2012 조사) 이렇게 온라인에 모든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여기며 사는 Z세대에게는 오히려 오프라인 세계가 텅 빈 곳이다. 홀로 있어도 언제나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대화와 관계가 지속되니 오프라인 세계에서 신경 써야 할 여러 가지 속박과 부담을 덜고 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더는 집단적 관계에 매달리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가 맺어지면 어쩔 수 없이 지게 되는 의무와 책임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목적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선택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심리적 자유를 맛보길 원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일부러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어 ‘불필요한 것’들에 신경쓰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였다(사람인 조사, 직장인 1,000명 중 54.7%가 아웃사이더 행동 경험). SNS에서는 친구 신청을 해도 상대방이 수락해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의 선택권으로 사람들은 관계를 전략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한다.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나 취향, 추구하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최소한의 심리적 비용과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소위 최대의 이익 관점으로 판단해서 그것도 바로바로 온디맨드(On-demand) 관계를 맺는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도 오프라인의 집단적 관계보다는 나의 입맛에 맞는 관계를 온라인을 통해 적시, 적소에서 제공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온디맨드 관계는 필요할 때 즉시, 일시적으로 연결되는 관계이며 채우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를 따른다. 이러한 온디맨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단들이 주위에 넘쳐나고 있다.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 페이스북 그룹 등을 통해 관심사와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얼마든지 맺을 수 있다. 지인들과 시간, 취향을 맞추는 수고로움보다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간편하게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 게 되었다.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서비스는 보다 특화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맥을 선택적, 전략적으로 관리하게까지 해준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직업, 관심사에 따라 세계 어디에서나 비즈니스 인맥을 연결하고 확장해 갈 수 있다.

이런 세상이 되었으니 오프라인에서 혼자 ‘고독한’ 모습으로 살아도 사람들은 ‘외로움’, ‘소외감’ 같은 문제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혼자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무한대로 확장하는 데 오프라인의 사회적, 집단적 관계가 속박이 된다고 느낄 정도다. 오프라인에서는 혼자로 보이지만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Networked Individualism)’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등장, 이것이 요즘 ‘혼족’들의 본격적 등장을 가장 핵심적으로 짚어내는 분석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이전에 필자가 가졌던 떨떠름한 시선과 삐딱한 생각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는 자발적으로 소외를 선택하고 온라인에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연대를 추구하는 능동적인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에 대해 마음을 열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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