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TREND] 한 땀 한 땀, 만드는 즐거움
2017.01.26 12:00 INNOCEAN Worldwide, 조회수:5837



 
재봉틀의 부활과 각종 공방 전성시대
'코코지니의 재봉틀 놀이'라는 재봉틀과 바느질에 대한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2~3천 명에 누적 방문자 수 180만 명이 넘는다. 네이버 카페 '미싱으로 옷 만들기'는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는다. 바느질과 재봉틀을 다루는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대형 서점에 가면 바느질에 대한 책이 수백 권에 이른다. 재봉과 바느질 관련 공방도 급증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관련 강좌가 급증했다. 재봉틀 시장은 더 폭발적이다. 국내 재봉틀 시장은 주로 싱거와 브라더미싱 등 수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데, 2015년 재봉틀 수입 물량이 13만 2천 대로 이는 2014년 대비 400% 증가한 물량이다. 2016년에는 5월까지 10만 대가 수입되었으니, 연간 규모로 20만 대는 훌쩍 넘어갈 기세다.

이런 트렌드는 돈을 아끼겠다고 집에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입기 위해서가 아니다. 돈을 아끼고 싶다면 사 입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물론 원단을 사서 만드는 게 백화점에서 옷 사는 가격보단 분명 싸지만, 옷 하나 만들겠다고 재봉틀 비싸게 사고 공방 가서 강좌도 수강하고, 거기에 옷 만드는 시간과 노력까지 들어간다.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고, 막상 만들어도 생각보다 예쁘지 않을 수 있어 잘 입지 않을 수도 있다. 파는 것만큼 멋지게 만들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과 노력,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명품 브랜드 옷 사는 가격을 능가할 수도 있다. 돈 드는 고급 취미인 것이다.

요즘 목공을 배우는 사람도 꽤 많다. 전국에 수백 개 이상의 목공 공방이 운영 중이고, 계속 증가세다. 가죽 공방도 전국에 300여 개 이상이라고 하는데, 가죽으로 스마트폰 케이스나 가방을 직접 만든다. 핸드메이드 혹은 크래프트맨십이 트렌드가 된 시대라서 그렇다. 직접 만들어야 하는 적당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얻을 새로운 즐거움이자 자기만의 개성이자 창작 욕구가 만들어낸 욕망이다.


왜 핸드메이드와 크래프트맨십에 열광하는가
대량샌상 체제의 풍족한 소비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핸드메이드는 과거로의 귀환이다. 자칫 자가 생산 소비라는 점에서 왠지 대량생산 체제의 현대문명에 거스르는 것 같지만, 이것이 오히려 현대인들에겐 흥미로운 즐거움이 된다.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건 사람이 가진 기본적 욕구다. 그 욕구를 소비에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핸드메이드다. 사람들이 핸드메이드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에서도 개성을 추구하고 싶어서다. 획일화된 제품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제품을 소비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더 확인하고자 하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직접 만드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소비 방법이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법이 된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우린 대량생산된 제품들에 대한 불신이 크다. 몸에 안 좋은 재료가 들어가거나 화학물질이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은 직접 내 손으로 양질의 재료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부추긴다. 노케미족의 확산, 도시농부의 급증도 이런 배경과 일치한다.

핸드메이드는 생산의 즐거움을 누리는 놀이이자 취미다. 결국 재미가 있어서 핸드메이드 라이프에 빠져든 것이다. 만드는 데 시간도 들고, 재료비도 들고, 실패하면 또 만들어야 하는 등 소비 자체를 위해서 하는 선택으로선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능숙해지기 전까진 그냥 완제품을 사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돈이 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드는 것이 주는 성취감과 재미가 있다. 만들어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과 그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드는 그 즐거움, 그걸 우린 소비하고 있다.


DIY를 넘어서는 Maker 시대
자동차를 복원하는 리스토어(restore)도 크래프트맨십이다. 리스토어(restore)는 개조하는 튜닝과 달리 과거의 것을 복원하는 것이다. 오래된 차량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부활시키는 것이다. 자기차를 복원하려는 개인들 여럿이서 외곽에 허름한 창고를 빌려서 취미처럼 놀 듯이 작업하다가 실력도 늘고 소문도 나면서 취미가 아예 직업이 된 경우도 많다. 갤로퍼, 베스파, 포니 등 다양한 리스토어가 이뤄지는데 3D 프린터 기술의 진화로 과거 부품들을 좀 더 수월하게 구할 수 있게 되면 리스토어는 더 활발해질 수 있다. IT의 진화가 우릴 다시 수공업이자 핸드메이드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메이커 페어(Maker Faire)는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이래로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연간 150여 차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데, 메이커 페어의 확장은 누구든 자기가 직접 자기 손으로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DIY이자 자급자족, 혹은 1인 제조혁명에 대한 열광이자 동조로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실리콘밸리에서 1인 제조업이 뜨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은 대규모 시설을 가진 기업들의 분야였다. 그런데 3D 프린팅의 진화와 확산, 아울러 IT가 모든 산업과 제조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1인 제조를 확대시킨다. 미국에선 테크숍(Tech Shop)의 활성화가 이를 해결해준다. 전자나 IT를 비롯해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곳인데, 차고에서 뭐든 고치고 만들던 게 문화적으로 보편화된 미국에선 이런 기계공방, 아니 전자공방도 활성화됐다. 요즘은 혼자서 부품 구해서, 테크숍에서 물건 만들어서 그걸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투자금을 유치해서 좀 더 확장된 제조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만큼 제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셈이고, 누구나 창작과 제조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다. 크래프트맨십이 취미를 넘어 비즈니스도 되는 시대인 셈이다.

핸드메이드와 크래프트맨십, 그야말고 자급자족의 시대다. 도시농부가 되어 직접 먹을 것을 키우고, 가구와 생활용품을 공방에서 직접 만들고, 옷도 재봉틀로 직접 만들고, 전자기기나 기계제품도 3D 프린터나 공방을 통해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다. 우린 지 금 모두가 즐거움을 위해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당신 차례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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