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The Young Lotus Workshop 참관기
2017.05.31 01:49 광고계동향, 조회수:10170


들어가며
 
영로터스워크숍(The Young Lotus Workshop)은 아시아 국제 광고제 Adfest 내에서 열리는 젊은 광고인들의 Creative Competition이다. 2017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리는 Adfest 20주년 행사에서 열 세 번째 영로터스 워크숍(The Young Lotus Workshop)이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간 열렸다. 만 28세 미만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2인 1조가 되어 아시아 각국에서 총 15개팀을 결성해 이 경쟁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대표로 제일기획 카피라이터인 나 박지현과 제일기획아트디렉터 정민희가 팀으로 참가해 5팀의 파이널리스트에 진출했고, 3월 25일 수백 명의 Adfest참관인들 앞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돌아왔다.



Create with a swagger
자신감은 즐거움으로부터 온다. 마치 메리언처럼


생애 첫 광고제, Adfest
 
입사 4년 차, 대리 1년 차. 날마다 새롭고 도전이었던 신입사원시절이 어렴풋해지기 시작할 때. 업무의 흐름에 점차 능숙해지고,어쩌면 능숙해지고 있다고 착각할 때. 그럴 때 영로터스라는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입사 동기이자 같이 여행까지 다니는 절친한 친구 정민희 프로와 함께하게 되어 더 들떴고 또 든든했다. 늘 합이 잘 맞는 우리였기에 이번에도 충분히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일단 한국의 시린 겨울을 벗어나 파타야의 강렬한 햇살을 맞는 것만으로 좋았다. 툭툭을 탈 때, 자칫 방심하면 도로로 굴러떨어질 것같은 그 허술함조차 스릴 있었다. 우리는 생애 첫 광고제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Young Lotus
Workshop의 세션들 -
좋은 생각은 누구에게나 통한다


실상은 다음날부터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에 걸릴 뻔했지만 말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되는 세션에 파타야까지 와서 덜덜 떨어야만 했다. 그러나 차가운 공기와는 별개로 세션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Adfest의 Co-chairman인 Sagar의 9가지 감정에 대한 이론에 대해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각자 들려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공감되는 사례들이었다. 그리고 제일기획 이경주 CD님의 Weapon for the everyday creative 세션에서 잡코리아 광고 사례를 보고 모두 웃음이 터져버린 건 꽤 놀라운 경험이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여,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JOB KOREA를 추천하라’라는 메시지 아래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낸 광고를 보고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공감하고 재미있어했다. 지역에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이 사실은 대부분 보편적인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좋은 생각들은 역시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통하기 마련이다.


워크샵 참가자들의 다른 국적,
같은 열정
 
세션 내에서 의견을 나누고 점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영로터스 참가자들은 서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업종, 나이, 문화권까지 비슷하니 이질감도 없었다. 이름과 소속만 알고 나면 이미 오랜 친구 사이처럼 친근해졌다. 특히 아시아권 참가자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생각보다 꽤 높았다. K-pop, 드라마, 간단한 한국어까지 건네오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다들 하나같이 ‘가지 마~’라는 말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에서 그 대사가 자주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신파적인가. 어쨌든 정작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K-culture의 덕을 본 순간이었다.




파타야의 햇살마저 무색한 PT 전 날

셋째 날, 크리에이티브 브리프가 발표됐다. 광고해야 할 대상은 ‘Adfest’ 그 자체. Create with a swagger라는 주제를 담아, 영 크리에이터들을 타깃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다.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면 자기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드는 건 만국 공통 광고인의 직업병인가 보다. 종일 재잘대던 아이들이 동시에 입을 꾹 다물었다. 점심을 먹는 내내 식탁엔 정적이 흘렀다. 우리도 딱히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부분이 Adfest인지, Young Creators인지, Digital Platform인지 혼란스러웠다.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인데, 12시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아이디어조차 정하지 못 한 채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새벽 한 시, 더 이상 지체할 순 없었다. 캠페인 아이디어를 결정해야 했다. 밤 새우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제한된 시간 내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따사로운 파타야의 햇살이 이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For All Young Creators

우리는 Young Creators라는 타깃에 집중했다. 가장 공감하기 쉬운, 우리 스스로가
타깃 그 자체였으니까. Adfest는 우리에게도 첫 국제 광고제였다. 영로터스라는기회가 없었다면 Adfest 참가도 요원했을 것이다.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을 기회에 목마른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이 좀 더 많이 국제 광고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목표는 명확했으나 그것을 어떤 아이디어로 풀어낼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 우린 VR 기술로 각국의 Young Creators들에게 광고제를 생중계하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했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완성된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세요, Young Lotus Show에

열 다섯 팀 중 다섯 팀.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파이널리스트 팀에 들었을 때, 그래서 기쁨보단 걱정이 먼저 앞섰다. 다행히 이번 해에는 다음 날까지 PT할 파일을 디벨롭해 제출할 수 있었다. 반나절의 여유가 더 생기자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메시지를 분명하게 정리했다. 다른 참가팀들이 마무리 수정을 할 시간에, 우린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아이디어를 더 생각했다. 고민한 끝에 VR 기술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Young Lotus Workshop을 하나의 쇼처럼 생중계해 전 세계의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참가팀들을 직접 살펴보고,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TV처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결국 최종 우승팀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캠페인이 좀 더 실현 가능하고 심플해졌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상에서 영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Adfest 속 또 하나의 광고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캠페인 타이틀은 Young Lotus Show라고 지었다. 우리는 상상했다. 회사 사무실 책상에서 이 쇼를 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아이디어를 내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젊은 광고인들의 모습을. 이 캠페인 플랫폼 안에서 우리는 살벌한 비판과 뜨거운 찬사와 차가운 무관심을 나누며 다시 자극받을 것이고 그만큼 발전할 거라 믿었다.


즐거운 기억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디벨롭하라고 준 시간에 우리는 아이디어를 수정했으니 수상 조건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예선 심사 후 이미 일본팀의 점수가 월등히 높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캠페인을 실행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심사기준이나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떠나서,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게 실행된다면 진짜 재밌을 것 같아’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다. 현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종 어떤 프로젝트는 만드는 과정이 가장 즐겁다. 그럴 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진해서 아이디어를 낸다. 그렇게 열심히 해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방향이 수정될 수도 있고 또 실행된 후에 결과가 안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이 즐거웠던 프로젝트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런 기억들이 모여 광고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힘이 된다.




메리언처럼 즐겁게, 자신 있게

상은 타지 못했다. 그래도 즐거웠으니 됐다. 수백 명의 광고인 앞에서 우리는 당당히 프리젠테이션을 마쳤다. 자신감은 즐거움으로부터 온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오롯이 나 다울 수 있을 때 온다. 제일기획의 이계조 CD님은 영 로터스 세션에서 부산대 켈리 교수의 앙증맞은 딸 메리언이 자기도 모르게 전 세계에 수많은 바이럴을 이끌어낸 사례를 들어 워크샵 주제인 ‘Create with a swagger’를 말씀하셨다.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만족시킬까, 타겟을 어떻게 설득할까, 그전에 스스로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1등 한 일본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일본스럽다’고 했다. 칭찬의 의미였다. 클라이언트나 타깃보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즐기면서 하는 게 보였기에 Create with a swagger라는 주제와 잘 부합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 역시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프리젠테이션을 마무리했기에 수상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가 아닌 근사한 경험이었고, 그렇게 커다란 과정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안녕, Adfest
 
입사 4년 차, 대리 1년 차. 중요한 것을 잊기 쉬운 시기다. 클라이언트에게 잘 맞추는 것. 새로운 툴을 발견하는 것. 수상 실적을 올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언제나 나다움을 잃지 말고, 즐기면서 할 것을 이 곳 영로터스에서 되새기고 간다. 또한, 다른 나라의 광고하는 또래 친구들과 진한 추억을 쌓은 것 또한 큰 소득이다. 같이 밤새 일하고 마시면서 대화하고 자극받는 시간이 좋았다. 다들 열정이 대단했고 그것이 서로에게 전해져 힘이 되었다. 다만 애드페스트 세션들과 아름다운 파타야를 거닐 시간이 부족해 무척 아쉬웠으니 다음에 참관단으로 꼭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도 내 최고의 파트너 정민희 프로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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