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시대, '큐레이션'에서 답을 찾다.
2017.09.20 12:00 메조미디어,
조회수:12881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상품이나 정보를 구비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택지가 수없이 많아지고, 무분별하게 생산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결정 장애''에 빠지게 되었다. 어떤 것이 정말 내가 원하고 필요한 정보인지, 또는 나의 구매 행동이 합리적인 소비인가에 대하여 쉽게 판단 내리지 못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 확산으로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져 더 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과 맞물리면서 정보가 그대로 스트레스가 되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의 혼란은 그대로 업계의 전략 변화로 이어진다. '큐레이션' 책의 저자 마이클 바스카(옥스퍼드대 브룩스 국제센터 연구원)는 "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한느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앞으로는 더 적은, 그러나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꿔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 적은 그러나 더 좋은 선택을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는 더욱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O2O와 AI 등 새로운 기술 진화를 맞아 더욱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 및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경우와 그 결과 사용자의 삶을 바꾸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큐레이션 서비스란?
사용자들의 성별, 연령 등의 인구통계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관심사, 현재 기분, 사회적 상황까지도 고려해 정보나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출처 : 한국경제신문 경제용어사전) 이는 특정 타깃에 중점을 맞춰 상품을 선별 제공해 판매하는 큐레이션 커머스의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나, 포털이나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사용자에 따라 뉴스나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하기도 한다.
O2O와 만난 큐레이션, 취향 저격을 연구하는 AI(인공지능)
내일 뭐 입지? 고민해결사, 위클리셔츠
위클리셔츠는 작년에 시작한 의류 렌털 서비스로, 직장인 남성을 위한 출근복 스트레스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매주 3-5벌의 셔츠를 골라 문 앞까지 직접 배달해준다. 세탁과 다림질까지 완벽하게 된 상태로 이용한 후에도 문 앞에 걸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제품을 골라주는 데 까지가 기존 큐레이션의 영역이었다면 O2O와 만나 제품 전달 및 반납 후 관리 과정까지 서비즈의 영역이 확장된 셈이다. 실제 사용자들도 다양하고 질 좋은 셔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는 평이다.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으로 최근 케이큐브벤쳐스와 디캠프, 윤민창의 투자재단으로부터 5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한 스티치픽스(Stitch Fix)
스티치픽스는 바쁜 직장인이나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는 주부, 수많은 상품과 정보 속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의류 추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되어 회원 수 10만 명 이상, 2016년 기준 연 매출 80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핫한 기업이다. 스티치 픽스의 성공 덕분에 큐레이틸(Curated +Retail), 큐레이핑(Curated + Shopping)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스티치픽스의 서비스를 요약하자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연결시킨 섬세한 큐레이팅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스타일리스트가 개인의 취향을 찾아 구매할 수 있는 의류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20달러 지급 후 자신의 정보(신체 치수, 취향) 또는 옷이 필요한 이유, 희망사항 등의 내용을 입력한다.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상을 선별하여 배송해주는데, 만약 소비자가 마음에 들어 구입할 경우 기존에 지불한 20달러를 되돌려 받으며,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반품도 가능하다.
전 넷플릭스 데이터 과학/엔지니어링 부사장이었던 에릭콜슨이 최고 알고리즘경영자(CAO)로 영입되면서 큐레이션 기능이 더욱 섬세해졌고, 그 결과 고객 중 25%는 추천한 옷 중 한 벌 이상을 구매하고, 첫 구해 후 80%가 90일 내 재구매를 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제품만 큐레이션하는 시대는 끝, 이제는 콘텐츠도 큐레이션
할까? 즐길까? 콘텐츠 큐레이션의 매력, 네이버 디스코
지난달 네이버는 자사의 AI 기반 추천 시스템인 AiRs와 인공신경망 기술을 결합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Disco(Discovery의 앞글자를 따왔다는 후문)를 출시했다. AI 기술을 통해 개별 사용자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파악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 앱을 시작하기 전 사용자 취미, 여행, 연예, 스포츠 등 본인의 관심 주제를 설정하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용자가 누르게 되는 '좋아요'나 '싫어요'와 같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큐레이션 과정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특성에 대해 고차원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이전의 큐레이션과 차원이 다른 정교화된 추천 기술이 적용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인 네이버측의 설명이다.
디스코는 단순히 큐레이션 된 콘텐츠를 사용자가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콘텐츠라는 것은 남이 골라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골라서 추천해 주는 데에도 재미가 있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 좋은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이 있다면 URL만 복사해서 내 생각을 담아 공유하면 된다. 나의 큐레이션 과정까지도 Disco의 사용자 분석 데이터가 된다는 것은 안 비밀.
내가 고르진 않았지만 내가 고른 것 같은, 멜론 포유
하도 많은 음원들이 쏟아지다 보니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가 듣고 싶은지 정확히 떠올리는 것도 요즘은 쉽지 않다. 내 기분과 상황에 맞는 음악을 누군가 알아서 들려주었으면 하는 것이 요즘 이용자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뮤직 플랫폼 멜론이 올해 본격 선보인 '포유'는 바로 이런 사용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멜론은 10여 년 동안 축적한 빅데이터와 고객 이용 행태 분석을 통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축했다. TPO 설정으로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을 해주는 '나는 지금'을 비롯하여, 감성을 키워드 입력으로 음악을 추천받는 '셀프 딪잉', 최근 많이 감상한 곡을 기반으로 취향을 읽어 구성한 '맞춤 라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추천 기능이 있다.
당신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넷플릭스
전세계 1억 400만 획원을 보유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는 풍부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유명하지만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역량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보유한 3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장르, 캐릭터, 스토리 전개방식(감성적인, 재미잇는 등) 모든 부분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태그(tag)'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시청 시간 및 행태, 성향, 선호 콘텐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각 고객에게 추천하는 세밀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교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몰랐던 자신의 취향까지 읽어낼 수 있고 피드백에 따라 계속 학습하고 있다. 또한 내가 싫어하는 장르까지 알아서 걸러주며, 다양한 디바이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넷플릭스 이용자의 큐레이션 서비스 만족도는 80% 이상으로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대륙의 뉴스앱, 진르터우탸오
중국의 대표적인 IT 3대 기업을 꼽는다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일 것이다. 여기 차별화된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의 3강 체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바로 뉴스 플랫폼 진러터우탸오다.
명색이 뉴스 플랫폼인데 기자, 편집자, 사설이 없다. 사용자의 취향을 골해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들은 사용자가 QQ나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계정을 등록하면 AI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게 뉴스와 정보를 배치하는 등 철저하게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지향한다. 더불어 언론사와 공공기관, 블로그 등 미디어 30만여 곳의 콘텐츠를 유치, 다양성을 확보하며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 덕분에 15년 대비해 직원은 두 배, 매출은 10배 이상 늘었고 가입자 평균 하루 사용 시간도 1시간을 훌쩍 넘은 76분을 기록했다. 바쁜 현대인의 삶에 매일 한 시간 이상 가입자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AI와 만난 큐레이션, 다음은 디지털 광고 차례
사실 지금도 큐레이션 서비스와 디지털 광고를 연계해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최근 사용자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취향과 관심사를 분석하여 정확도 높은 광고를 집행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더 이상 업계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 소비자를 분석해서 그들이 환영할만한 정보 혹은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진 두 개의 가지 같은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향후 큐레이션 서비스 강자들이 디지털 광고의 주요 Player로 성장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전망된느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캐시슬라이드다. 뷰티, 패션, 스포츠, 시사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이를 즐기는 사용자에게 캐시를 적립해준다. 각 사용자의 성별, 연령 등 기본 사항과 과거 콘텐츠 소비 이력을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다르게 적용되어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잠금 화면에서 관심 있는 콘텐츠를 즐기면서 적립금까지 받을 수 있어 혜택이라 느끼며, 관련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광고주와 사용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사례다.
광고 업계 관점에서 큐레이션 서비스의 미래가 매력적인 것은 비단 AI나 데이터 분석의 영역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큐레이션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사람들은 누가 골라주었느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간에 차별화되는 가치가 사람에서 시작해 기술로 확대되고 결국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 큐레이터가 갖고 있는 사회적인 신뢰도와 AI를 통해 설계되는 섬세한 개인화 서비스가 융합되어 큐레이션이 갖고 있는 커머스 역량이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 업계의 가장 핫한 화두로 꼽히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큐레이션 형태로 심화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부 전문가들은 큐레이션 서비스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검색이 사라질 것이란는 대담한 전망을 하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AI로 무장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먼저 알아챌 것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앞서 언급한, 또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시키고 있을 여러 플레이어들을 생각해보면 대담하지만 제법 현실성 있는 전망이기도 하다.
AI와 O2O를 만난 큐레이션은 우리가 정보를 만나고 판단하는 과정을 어떻게 바꿀까? 그리고 디지털 광고 업계의 상식을 어떻게 바꿀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그 새로운 환경에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본다.
소비자들의 혼란은 그대로 업계의 전략 변화로 이어진다. '큐레이션' 책의 저자 마이클 바스카(옥스퍼드대 브룩스 국제센터 연구원)는 "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한느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앞으로는 더 적은, 그러나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꿔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 적은 그러나 더 좋은 선택을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는 더욱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O2O와 AI 등 새로운 기술 진화를 맞아 더욱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 및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기술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경우와 그 결과 사용자의 삶을 바꾸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큐레이션 서비스란?
사용자들의 성별, 연령 등의 인구통계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관심사, 현재 기분, 사회적 상황까지도 고려해 정보나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출처 : 한국경제신문 경제용어사전) 이는 특정 타깃에 중점을 맞춰 상품을 선별 제공해 판매하는 큐레이션 커머스의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나, 포털이나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사용자에 따라 뉴스나 음악, 동영상 등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하기도 한다.
O2O와 만난 큐레이션, 취향 저격을 연구하는 AI(인공지능)
내일 뭐 입지? 고민해결사, 위클리셔츠
위클리셔츠는 작년에 시작한 의류 렌털 서비스로, 직장인 남성을 위한 출근복 스트레스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매주 3-5벌의 셔츠를 골라 문 앞까지 직접 배달해준다. 세탁과 다림질까지 완벽하게 된 상태로 이용한 후에도 문 앞에 걸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제품을 골라주는 데 까지가 기존 큐레이션의 영역이었다면 O2O와 만나 제품 전달 및 반납 후 관리 과정까지 서비즈의 영역이 확장된 셈이다. 실제 사용자들도 다양하고 질 좋은 셔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는 평이다.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으로 최근 케이큐브벤쳐스와 디캠프, 윤민창의 투자재단으로부터 5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한 스티치픽스(Stitch Fix)
스티치픽스는 바쁜 직장인이나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는 주부, 수많은 상품과 정보 속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의류 추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되어 회원 수 10만 명 이상, 2016년 기준 연 매출 80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핫한 기업이다. 스티치 픽스의 성공 덕분에 큐레이틸(Curated +Retail), 큐레이핑(Curated + Shopping)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스티치픽스의 서비스를 요약하자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연결시킨 섬세한 큐레이팅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스타일리스트가 개인의 취향을 찾아 구매할 수 있는 의류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20달러 지급 후 자신의 정보(신체 치수, 취향) 또는 옷이 필요한 이유, 희망사항 등의 내용을 입력한다.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상을 선별하여 배송해주는데, 만약 소비자가 마음에 들어 구입할 경우 기존에 지불한 20달러를 되돌려 받으며,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반품도 가능하다.
전 넷플릭스 데이터 과학/엔지니어링 부사장이었던 에릭콜슨이 최고 알고리즘경영자(CAO)로 영입되면서 큐레이션 기능이 더욱 섬세해졌고, 그 결과 고객 중 25%는 추천한 옷 중 한 벌 이상을 구매하고, 첫 구해 후 80%가 90일 내 재구매를 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제품만 큐레이션하는 시대는 끝, 이제는 콘텐츠도 큐레이션
할까? 즐길까? 콘텐츠 큐레이션의 매력, 네이버 디스코
지난달 네이버는 자사의 AI 기반 추천 시스템인 AiRs와 인공신경망 기술을 결합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Disco(Discovery의 앞글자를 따왔다는 후문)를 출시했다. AI 기술을 통해 개별 사용자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파악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 앱을 시작하기 전 사용자 취미, 여행, 연예, 스포츠 등 본인의 관심 주제를 설정하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용자가 누르게 되는 '좋아요'나 '싫어요'와 같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큐레이션 과정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특성에 대해 고차원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이전의 큐레이션과 차원이 다른 정교화된 추천 기술이 적용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인 네이버측의 설명이다.
디스코는 단순히 큐레이션 된 콘텐츠를 사용자가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콘텐츠라는 것은 남이 골라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골라서 추천해 주는 데에도 재미가 있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 좋은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이 있다면 URL만 복사해서 내 생각을 담아 공유하면 된다. 나의 큐레이션 과정까지도 Disco의 사용자 분석 데이터가 된다는 것은 안 비밀.
내가 고르진 않았지만 내가 고른 것 같은, 멜론 포유
하도 많은 음원들이 쏟아지다 보니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가 듣고 싶은지 정확히 떠올리는 것도 요즘은 쉽지 않다. 내 기분과 상황에 맞는 음악을 누군가 알아서 들려주었으면 하는 것이 요즘 이용자들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뮤직 플랫폼 멜론이 올해 본격 선보인 '포유'는 바로 이런 사용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멜론은 10여 년 동안 축적한 빅데이터와 고객 이용 행태 분석을 통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축했다. TPO 설정으로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을 해주는 '나는 지금'을 비롯하여, 감성을 키워드 입력으로 음악을 추천받는 '셀프 딪잉', 최근 많이 감상한 곡을 기반으로 취향을 읽어 구성한 '맞춤 라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추천 기능이 있다.
당신이 무엇을 보고 싶은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넷플릭스
전세계 1억 400만 획원을 보유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는 풍부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유명하지만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역량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보유한 3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장르, 캐릭터, 스토리 전개방식(감성적인, 재미잇는 등) 모든 부분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태그(tag)'를 활용해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시청 시간 및 행태, 성향, 선호 콘텐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각 고객에게 추천하는 세밀한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교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몰랐던 자신의 취향까지 읽어낼 수 있고 피드백에 따라 계속 학습하고 있다. 또한 내가 싫어하는 장르까지 알아서 걸러주며, 다양한 디바이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넷플릭스 이용자의 큐레이션 서비스 만족도는 80% 이상으로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대륙의 뉴스앱, 진르터우탸오
중국의 대표적인 IT 3대 기업을 꼽는다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일 것이다. 여기 차별화된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의 3강 체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바로 뉴스 플랫폼 진러터우탸오다.
명색이 뉴스 플랫폼인데 기자, 편집자, 사설이 없다. 사용자의 취향을 골해 콘텐츠를 큐레이션 하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들은 사용자가 QQ나 웨이보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계정을 등록하면 AI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게 뉴스와 정보를 배치하는 등 철저하게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지향한다. 더불어 언론사와 공공기관, 블로그 등 미디어 30만여 곳의 콘텐츠를 유치, 다양성을 확보하며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 덕분에 15년 대비해 직원은 두 배, 매출은 10배 이상 늘었고 가입자 평균 하루 사용 시간도 1시간을 훌쩍 넘은 76분을 기록했다. 바쁜 현대인의 삶에 매일 한 시간 이상 가입자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AI와 만난 큐레이션, 다음은 디지털 광고 차례
사실 지금도 큐레이션 서비스와 디지털 광고를 연계해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최근 사용자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취향과 관심사를 분석하여 정확도 높은 광고를 집행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더 이상 업계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 소비자를 분석해서 그들이 환영할만한 정보 혹은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진 두 개의 가지 같은 관계라고도 볼 수 있다. 향후 큐레이션 서비스 강자들이 디지털 광고의 주요 Player로 성장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전망된느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캐시슬라이드다. 뷰티, 패션, 스포츠, 시사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보여주고 이를 즐기는 사용자에게 캐시를 적립해준다. 각 사용자의 성별, 연령 등 기본 사항과 과거 콘텐츠 소비 이력을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다르게 적용되어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잠금 화면에서 관심 있는 콘텐츠를 즐기면서 적립금까지 받을 수 있어 혜택이라 느끼며, 관련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광고주와 사용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사례다.
광고 업계 관점에서 큐레이션 서비스의 미래가 매력적인 것은 비단 AI나 데이터 분석의 영역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큐레이션 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사람들은 누가 골라주었느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간에 차별화되는 가치가 사람에서 시작해 기술로 확대되고 결국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 큐레이터가 갖고 있는 사회적인 신뢰도와 AI를 통해 설계되는 섬세한 개인화 서비스가 융합되어 큐레이션이 갖고 있는 커머스 역량이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 업계의 가장 핫한 화두로 꼽히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큐레이션 형태로 심화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부 전문가들은 큐레이션 서비스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검색이 사라질 것이란는 대담한 전망을 하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AI로 무장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먼저 알아챌 것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앞서 언급한, 또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고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시키고 있을 여러 플레이어들을 생각해보면 대담하지만 제법 현실성 있는 전망이기도 하다.
AI와 O2O를 만난 큐레이션은 우리가 정보를 만나고 판단하는 과정을 어떻게 바꿀까? 그리고 디지털 광고 업계의 상식을 어떻게 바꿀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그 새로운 환경에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