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 페이스북 운영자
2020.04.17 04:01 광고계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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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인의 삶을 살아가고 버터내는 모든 광고인들에게 희로애락의 분출구 같은 짤과 카피를 공유하며 폭풍 공감을 얻고 있는 곳이 있다. 광고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했을 페이스북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이하 내광힘)” 페이지에서 만들어낸 콘텐츠들이 그렇다. 최근에 내광힘의 엑기스만을 뽑아낸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들에게 날아간다”는 제목의 책으로도 발간되어 화제다. 내광힘의 운영자이자 광고업계에서 7년째 카피라이터로 일하고있다는 오하림씨를 서면으로 만났다.
(*편집자주- ‘내광힘’ 페이스북 콘텐츠 특성상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오하림 카피의 소속회사는 밝히지 않기로 한다.)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이하 내광힘)’ 페이스북 운영자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14년쯤인가,작은 디지털 대행사를 다니던 때였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지만 털어놓을 수 없는 저년차 시절 친구와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다교[ 도저히 텍스트로는 전할 수 없는 분노를 짤로 승화하면서 페이지나 만들어볼까 하는생각에 (중요: 별생각없이) 만들었다.
내광힘 페이스북 운영한지가 얼마나 되었나?
5,6년 정도 된 것 같다. 과거엔 하루에도 몇 번씩 포스팅했는데 최근엔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 끈기가없는 편이라…….
주 52시간,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한다고 들었다. 달라진 업무 풍경이 있는가?
게시글이 광고인들에게 폭풍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연재형식의 콘텐츠가 많은데,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따로 아이디어를 짜내지 않아도, 회사 일을 하면서 드는 의문은 늘 존재하기 때문에 소재를얻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메시지로 제보도 정말 많이 해주신다. 제보를 보면 오히려 만들어내는 이야기보다 더 비현실적인 경우도 많더라.
카피라이터인지 몰랐다. 이미지(짤)가 너무 재미있어서. 직접 편집을 하는 건지, 웹툰의 경우는 직접 그리는 건지,조력자가 있는지 등 컨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평소에 재미있다고 생각한 짤을 응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기존 짤에서 얻는 효과도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광고인들이 보기에 맞도록 튜닝만 조금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걸 정말 재 미있게 봐주셔서 기쁘고 감사하다. 최근까지 연재했던 조감독툰의 경우는 실제 조감독님들 이 연재하는 걸 우연히 발견해서 원고료(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커피값 정도)를 드리고 연재를 부탁하기도 했다. 혹시 연재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메시지로 연락 부탁한다.
프로필 사진을 데이비드 오길비로 하는 이유가있나?
광고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페이지니까 광고인들이 알만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그때 전공 시간에 알게 된 오길비가 생각이 났다. 사진을 찾는데 제목과 딱 어울리 는 자세를 발견했다. 실제로 그 제목과 오길비 의 포즈가 매칭되면서 더 재미있다는 반응이 있더라.
팔로워가 4만 8천여 명 가까이 된다.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노하우는 사실 없다. 목적이 있어 만든 페이지 도 아니었고,별생각 없이 나 재미있자고 만든 건데 예상외의 분들이 좋아해 줘서 얼떨떨하다. 이걸로 돈 벌겠다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광고 게재 의뢰가 수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 페이지의 팔로워가 광고/마케팅/디자인/프로덕션에 실제 현업인 분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좋아서 올린 척해도 선수 들에게 금방 탄로 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 욕심으로 진정성을 져버리기는 싫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스트레스를 푸는 편한 장소가 되자는 마음으로 쭉 운영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가끔 댓글을 보면 해외에이전시에 근무하는 한국인분들도 제 페이지를 팔로우 해주시더라. 신기하다.
업로드한 것 중 가장 바이럴 적으로 폭발력있었던 컨텐츠는 무엇인가?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하면 3개 정도가 생각이난다. 첫 번째로 광고회사 야매 용어를 정리한 포스팅인데 “컨펌이 나다”, "있어빌리티” “좋은 소식 먼저 들을래,나쁜 소식 먼저 들을래” 등 회사에 다니다 보면 듣는 생활용어들을 모아 올리니 다들 공감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댓글에 본인이 아는 야매 용어를 많이 달아주었는데,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내 페이지의 특징은 포스팅만큼 댓글도 재미있다는 거다. 그게 귀한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도비에서 만든 영상에 약간 내 유머를 섞어 자막을 넣은 영상이 있다. 온에어를 해야 하는데,갑자기 피드백이 오고,글자를 크게 만들고 색깔을 넣고,또 해시태그를 넣자고 하는 그런 상황이다. 결국,마무리는 예산이 절반으로 되면서 끝난다. 이 영상은 30만 뷰를 기록했다. 다소 적어 보이지만,그때 팔로워 수 대비 엄청난사람들이 봐주셨던 것 같다.마지막으로,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에서 자살한 24살 신입사원의 트위터를 번역해 옮겨 놓은 것도 큰 반응을 얻었다. 그 포스팅은 댓글이 정말 슬프다. 다들 바꿔야 하는 문화라는 말과 함께 고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페이지에서 재미를 전하는 것도 내 일이지만,바뀌어야 하는 문화를 알리는 것도 나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포스팅이었다. 그리고이 포스팅은 몇몇 인터넷 뉴스에 참조되어 실리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데, 다른 채널로의 변경을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일단 나부터가 페이스북을 잘 쓰지 않게 된다. 그냥 괜찮은 콘텐츠를 스크랩해놓는 용도 정도. 인스타그램으로 옮길까 생각도 해봤지만,인스타그램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기존 인터넷 짤을 응용 하는 방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 부분은 아직도고민중이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란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는?
페이지를 운영하니 책으로 내보자는 제의도 많 있었다. 출판사에서 페이지로 먼저 연락이 왔고,많은 곳과 미팅을 했다. 정말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와 종이에 인쇄되어 소비되는 콘텐츠는 재질과 속도가 완전 다르다생각한다. 자칫하면 별 의미 없는 책이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고민이 많았고,그 고민을 함께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제목을 바꾼 이유는 디지털은 타깃팅이 가능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지만,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형태가 된 이상 구매한 구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에 제목을 마지막 콘텐츠의 소제목으로 정했다. 제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재산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잘한 선택이라 생
각한다. 짤에 대한 저작권 해결은 최대의 문제였는데,인스타를 둘러보다 우연히 조자까 를 발견해 함께 작업 했다. 그분도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다. 그분의 도움이 컸다. 지금은 절친이 되었다.
책을 통해 광고인(카피라이터)이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피라이터라는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처음엔 이름이 멋있어서였다. 내 이름 옆에 카피라이터라고 쓰여있는 명함을 받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큰 광고회사 AE로 입사하려면 학벌이 좋아야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광고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 그래서 공모전에 많이 도전했던 것 같다. 몇 번 해보니 은상,동상을 주더라. 서울 애들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기획보단 제작팀이라고. 아트는 못하니 카피라고.좀 없어 보이는 이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내 일을 너무 사랑한다.
직장생활과 페이스북 채널 운영이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있나?
아무래도 트렌드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유튜브에 광고를 하려면 유튜브 유저여야 하고,페이스북을 활용하려면 페이스북 유저여야 한다. 심지어 나는 페이지 운영자이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어떤 것에 더 반응 하는지 쉽게 알 수있다. 그런 점이 조금은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업무적으로나 페이스북 운영을 하면서 메모나사진촬영 등 평소 습관 같은 게 있나?
나는 기억력이 정말좋지 않다. 그래서 메모를 많이 해둔다. PC와 모바일이 연동되는 에버노트를사용한다. 가끔 심심할 땐 예전 메모를 꺼내보는 용도로 쓴다. 그리고 텍스트보다 영상 매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예능이나 드라마,영화를 보며 괜찮은 말들도 메모해둔다. 지금 확인해보니 모아둔 카피는 7천 개 정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를 캡쳐 해놓은 것도 6?7천 개 정도 되는 듯 하다. 이걸 나만 보기 너무 아까워서 재작년부터 내 생일날 책의 형태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도 하다 보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지금 책으로 만드는 중이다. 가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걸 계속하다 보면 어찌 됐든 기회가 계속생긴다.
일에 치여 방전이 되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그리고 요즘엔 여가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충전을 하는 편인가?
나는 그 시기가 저년차에 빨리 찾아온 편이다. 그때는 그걸 해결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고 성격도 괴팍해졌다. 지금은 워라밸이 잘 정착된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방전될 일은 잘 없다. 하지만 휴식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전보다 더 엄격하게(?) 쉰다. 대부분 무리해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 쉬는데 나는적당히 일하고무리해서 쉰다. 엄청난집순이 이기 때문에 집에선 일할틈을 주지 않고 쉬어버린다. 그런데 그것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튼튼한 마음은 튼튼한 몸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어렸을 땐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는데,그걸 실감하는 중이다.
주 52시간,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한다고 들었다. 달라진 업무 풍경이 있는가?
감사하게도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를 빠르게 선 택해서 진행하고 있다. 아마 3월 말까지 계속될것 같은데,우선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 한 경우 출근을 한다. 하지만 광고회사의 업무 특성상 다같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것 이 빠를 때가있다. 그런 어려움이 있지만현명한 팀장님의 판단으로 잘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다.모든 업계가 많이 힘든 것으로 안다. 부디 잘 해 결됐으면 좋겠다.
퇴사에 박수를 보내는 시대에, 묵묵히 내일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용기에 더 멋지다고 언급한 말에 공감한다. ‘내광힘’ 이라는 타이틀 뒤에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 같기도 하다. 함께 같은일을 하고 있는 광고인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의 집 IV에,남의 휴대폰에 우리가 만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시대를 잘 읽어야 하고,가벼운 몸을 가져야 하고,생각도 젊어야 한다.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나는 많은 위기의식을 몇 년 전부터 느끼고 있다. 예전엔 광고회사만큼 빠르고 재미있는 곳이 없었는데,지금은 개인의 콘텐츠력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광고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고 사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거기서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많은 회사가 더 열리고 더 새로워지고 더 젊어졌으면 좋겠다. 이 일이 예전만큼 다시 재미있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단 나부터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소망이 있다면?
회사에서는 광고회사가 안 할법한 일을 해보고 싶다. 이상한 일. 광고회사에서 절대 하지 않을 일이지만, 광고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개인적으로도 여태까지 안해본 일을 벌이고 싶다.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