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매체에서 고민하고 있는 몇 가지
2021.12.07 12:00 HS Ad, 조회수:2179
  

올해 초 세웠던 계획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거창한 포부가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무언가, TV 매체의 넥스트를 위한 무언가, 디지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 무언가는 충족할 만큼 만들어지지 않았고, 다시 한번 거창한 포부를 꿈꾸며 내년을 기약하게 되는 시점이다. 만들어지지 않은 무언가에 비해서 세상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했다. 그중에서도 21년 가장 이슈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단연 ‘오징어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하나의 트렌드로만 보기엔 오징어게임의 이슈는 여러 가지로 예상 밖이었다. 
 

▲2021년 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게임'(출처: 넷플릭스)
 

먼저 오징어게임은 디지털 매체가 갖는 종전의 한계점을 뛰어넘었다. 디지털 매체에서 꼽는 대표적인 한계 요인은 “대중”에게 공통의 기억을 만드는데 필요한 “동시성의 결여”였다. 쉽게 말하자면 방송이나 극장, 무대와 같은 매체는 한정적 시간에 동일한 경험을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그것이 콘텐츠 밖에서도 말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준다.
 
“아까 나왔던 그 주인공”, “오늘까지도 소름 돋는 그 분위기” 이런 공감 요소가 짧은 시간 안에 증폭될 때, 그 콘텐츠의 효과는 더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군거리는 콘텐츠의 공명이 또 다른 대중들의 시청을 요구하게 만드는데, 그간 디지털은 개인마다 주어진 매체 사용 시간이 넓고, 콘텐츠의 폭이 넓어 웬만한 콘텐츠로 그런 힘을 홀로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서 보통은 그런 공명이 이미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가져와서 디지털로 다시 소화하는 ‘다시보기’ 방식이 보통이었는데, 오징어게임은 디지털 매체만으로 이 어려운 걸 해냈다.  ‘다시보기’가 아니라 ‘처음 보는’ 디지털 매체를 만들어 주면서 말이다.
 
다음으로 오징어게임은 디지털 매체의 속성을 잘 드러냈다. 바로 “광고가 없는 최초의 매체”로서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디지털 매체 역시 대부분은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운영되어 왔다. 특히 디지털 안에서 영상 매체가 주를 이루게 됨에 따라 유튜브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마케팅에 주효한 영상 매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허나 “대중에게 공통”의 이슈를 만들어낼 정도로, 단시간에 집중력 있는 영상 콘텐츠로서 유튜브는 ‘글쎄’ 수준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등장한 대중적 이슈의 오징어게임 열풍은 분명 전환적이었으나, 문제는 광고를 받지 않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콘텐츠였다는 점이다. 이제 처음으로 기존 매체와 견줄 수 있는 대중적인 임팩트를 가진 콘텐츠가 등장했으나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디지털 매체가 가진 비즈니스의 미래 지향성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지금까지 많은 광고 프로젝트는 하나의 잘 만들어진 컨셉과 영상물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다양한 매체 중에서 어디를 선택하는 게 가장 나은가에 대한 대답을 매체는 줄곧 요구받았다. TV와 신문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는 어떤 채널이나 신문사, 혹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지면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답을 내놨고, 근간에는 디지털과 옥외 매체의 성장과 함께 IMC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매체의 비중이나 효과성을 묻는 질문에도 어렵사리 답을 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매체를 통해 벌어진 인지도, 검색이나 트래픽 등 간접적인 효과성 증거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공식으로 비즈니스의 예상 성과까지도 설명하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그러다 오징어게임의 등장은 가장 안정적이었다고 믿어진 매체 중심의 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던진다.
 

 

과연 22년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 달라져야 할 건, 광고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어야 하겠다. 과거에는 매체,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매체 속 웰메이드 콘텐츠에 붙여서 그것을 바라보는 대중이나 시의성에 맞춰, 광고 메시지를 어떻게 잘 녹일 것이냐를 대행사는 주로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빈번하게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편에서, 때로는 매체의 편에서 중심 잡기를 통한 “중간자”의 역할을 해왔다. 둘의 입장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일 말이다. 이런 관습적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나 디지털이라는 매체는 이제 굳이 클라이언트나 대행사와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렇게 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서 우리 메시지를 보여줘야 하느냐, 아니면 아예 콘텐츠로서 우리의 메시지를 보여줘야 하느냐가 과제가 될 수 있다.
 
우선 기존 매체를 꾸준히 활용하되, 그 안에서의 효과성을 어느 정도 내려놓는 것이다. 매체는 보통 그간 제로썸의 게임과 같았다. TV 효과가 낮아졌다면 그것을 디지털에서 가져오는 일은 당연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앞서 반복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디지털의 배신(?)으로 제로썸이 아닌 마이너스 썸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에 해왔던 광고 예산으로 기대하던 효과가 매년 낮아진 목표로 갱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의 사회는 디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다음으로 광고 비즈니스가 존속될 수 있는 안정적인 디지털 매체가 선택지일 수 있다. 다만 이런 매체 대다수가 퍼포먼스형, 효율적 운영 목표에 중심인 매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크리에이티브한 메시지 솔루션은 굳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메시지가 작은 영역 안에서 문자나 간단한 이미지로만 구성된다면 답은 1차원적 ‘욕망’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디지털 퍼포먼스 광고의 대다수가 ‘득템’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유다.
 
우리는 다시 22년 거창한 계획을 만들고 있다. 가장 분명한 점은 매체라고만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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