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돌파구 찾으려 해도 해답 보이지 않아
2024.06.19 03:15 광고계동향, 조회수:124
광고 기술, 플랫폼 개발해도 창업 및 투자 지원 받기 어려워
글 이재민 대표|크리에이터스그룹

광고업계에 24년 간 종사하면서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지만, 지금 광고 시장은 정말 힘들다. 해마다 광고시장은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디지털 광고 외에는 모두 정체이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는 새로운 매체에 금방 적응하여 전통 매체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광고는 여전히 전통 매체에 의존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는 제대로 된 광고 정책이나 단가 체계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또 다른 매체에 밀려난다.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그러한 변화에 일반 소비자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주들은 어떠한가? 늘 새로운 것,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는데 이는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대비 광고 수익은 떨어진다. 예전에는 대대행이라는 관례가 있어 규모가 작은 대행사들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떨어지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크든 작든 비딩 기회만 있다면 수많은 대행사가 참여하고, 자연스레 대대행 구조는 자취를 감추게 되어 중소 대행사들이 설 자리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현실에서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광고시장을 벗어나 그야말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2022년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광고와 커머스를 결합한 플랫폼을 구상했다. 어차피 대행 물량이 점점 줄어들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이 많았다. 어느 정도 구체화 된 시점에 변리사를 통해 특허 등록 가능성을 타진해 봤다. 변리사의 의견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고 글로벌 특허를 진행해 봐도 좋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주위 광고 업계 선후배와 광고주들에게 플랫폼 기획안을 보내 검토를 부탁했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절차를 밟게 되는데, 예비창업패키지(예창패)-초기창업 패키지(초창패)-창업도약패키지 등으로 이어지는 창업단계별 정부지원사업이다. 이 외에도 민간기업, 지자체, 대학 등에서 주도하는 수많은 창업지원사업들이 있다. 나 역시 이런 사업들을 신청하고 기술보증기금 주관의 벤처캠프도 수료했다. 그러나, 문제는 1년에 수십만 개의 창업기업들이 새로 생기고 거기에 기존 탈락한 기업들이 누적되며,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이다. 선정되는 기업들은 보통 정부시책에 부합하는 아이템을 신 
청하는데 작년의 경우 수소전지 분야가 아니면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벤처캐피탈과 엑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정부지원사업과 마찬가지로 VC, AC의 심사역들도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게 아니고 더더욱 광고 관련 분야 심사역은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2시간이 넘게 플랫폼 설명을 하면 상담시간에 쫓겨 마무리되고, 며칠 뒤 얻는 답변은 본인들의 투자 방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지원사업이든 민간주도사업이든 심사역들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면, 자신이 구상한 아이템에 대해 자신조차 의구심이 들게 되고 결국 사업을 접거나 상당히 불리한 조건의 투자를 받게 된다. 그나마 투자를 받게 되면 다행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결국 투자 조건에 발목을 잡혀 아이템도 회사도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이 광고 분야라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기보벤처캠프에 함께 참여하고 결선 Top 10에도 올랐는데도 특례 보증이 아닌 일반 보증도 될까 말까 한 상황(기보에서 주관한 기보캠프를 기보 영업소에서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을 보니 어려운 건 다들 마찬가지인 듯하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오면, 기존의 전통 광고 시장이 어려워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해도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비단 새로운 아이템,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부터 신입사원을 더 이상 뽑지 않는, 인적 투자에도 등돌리고 있는 시장이 광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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