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은 자기만의 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
2024.08.20 05:00 광고계동향, 조회수:217
 

취재·글 장 웅|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영화감독, 광고감독, 음악감독. 그를 부르는 호칭은 ‘감독’으로 동일하지만 각 분야마다 각기 다른 연출력을 드러내고 있는 매스메스에이지의 유대얼 감독을 만났다. 지금까지 5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고, 2장의 음악 앨범을 발매했으며, 코오롱 스포츠, 대한항공 등 많은 브랜드의 광고를 찍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그. 유 감독만의 연출 철학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보자.

Q. 어떻게 광고감독이 됐나?
학생 때 영상을 전공했지만, 진로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 와중에 제가 군악대를 다녀왔는데,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뮤직비디오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 당시에 뮤직비디오는 전부 광고 감독님들이 찍기도 했고, 영상 중에서는 광고 쪽이 저와 가장 맞을 것 같았어요. 학교 커리큘럼에도 조풍연 감독님, 차은택 감독님처럼 유명한 광고감독님들이 강의를 해주셨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광고 프로덕션에 관심이 생겼고, 영화 프로듀싱을 하는 형님에게 ‘알파빌44(현재 알파빌리)’라는 광고 프로덕션을 소개받아 1년 동안 일하면서 광고업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이후 학교 졸업 후에 당시 매스메스에이지에 계신 PD님과 인연이 있었고, 대표님이신 박명천 감독께서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함께 일하게 됐어요. 그렇게 15년이 넘게 광고감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Q. 감독님만의 연출 철학이 있다면?
광고마다 무게를 두는 포인트가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사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점이 많지는 않아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연출하는데, 저는 대개 자연스럽게 연출합니다. 인물 연출을 너무 과장해서 한다거나, 상황을 너무 억지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찍을 때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
여주려고 하고, 오케이 컷도 그런 것들 중에서 골라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 했다기 보다는 계속하다 보니 제가 그런 연출을 좋아하더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Q. 연출에 대한 인사이트는 어떻게 얻나?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들을 때 찾아옵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생각나고, 영화를 보다가 생각나고, 이미지를 찾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합니다. 연출에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기 시작하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순간들을 최대한 잘 잡아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성준, 탕웨이를 모델로 호주에서 촬영했던 코오롱 스포츠 광고가 재밌었어요. 호주의 어떤 바닷가에서 촬영했는데, 음악을 좋아해서 BGM도 제가 골랐습니다. 그때 썼던 음악이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인 ‘아다지에토’인데, 이 곡이 탕웨이가 출연했던 ‘헤어질 결심’에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또 대한항공 광고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프랑스편을 거의 40일 동안 매일 촬영했습니다. 대략 15편 정도 찍은 것 같네요. 그때가 굉장히 힘들었지만 또 기억에 남아요. 상 받고 화제가 되는 작품들도 기분 좋고 기억에 남지만, 이렇게 촬영 현장에서 특별히 힘든(?) 경험을 했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는 것 같아요.

Q. 단편 영화 연출 경험도 풍부하다. 이런 경험이 광고 연출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
조감독 생활을 7년 정도 하고 난 후, 한 달 휴가 기간에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접목해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져서, 군악대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브라스 퀸텟’이라는 단편 영화를 찍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촬영했고, 뜻하지 않게 많은 상을 받았어요. (웃음) 사실 감독은 누가 찾아줘야 할 수 있는데, 그 후 저를 찾아주는 클라이언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코오롱 스포츠 광고도 광고주가 영화 포트폴리오를 가진 광고 감독을 찾다 보니, 저한테 운 좋게 기회가 온 경우입니다. 연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됐고요. 영화를 연출하면서 스토리텔링이나 논리적인 컷 구성, 동선 등 더 고민할 것이 많은데, 5편의 단편 영화를 통해 그런 작업을 단기간에 반복했던 경험이 초보 시절에는 연출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더라고요.

Q. 앨범을 낼 정도로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지금은 그만두긴 했지만, 어렸을 때 악기를 해서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소리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미약하게나마 앨범도 냈어요.(유대얼 감독은 최근 두 번째 앨범인 ‘리코더의 여름’을 발매했다) 음악 프로듀싱을 해보니 영상 연출과 과정 자체가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음악을 통해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영상이라는 것은 결국 살아있는 것을 찍고,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소리가 있거든요. 저는 영상에서 소리가 절반 이상인 것 같아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하지만 광고에서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게 조금 아쉬울 때도 있지만, 최대한 사운드 측면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노
력하는 편입니다.

Q. 광고 외에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중 감독님이 생각하는 광고 연출만의 매력이 궁금하다.
일단 광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똑같은 연출로 지루하게 반복하지 않아요. 그래서 매일 다른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것을 보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는 절대 가지 못할 공간이라든지, 하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관심 없는 것들을 억지로 한다고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접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Q. 감독으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연출이 재밌기도 하고, 현장에서의 느낌이 두려움에서 점점 즐거움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일부분은 두렵고 힘들지만요. 다양한 것들을 많이 시도하면서 이 순간들을 좀 더 오랫동안 즐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계속해서 영화, 음악, 뮤직비디오 같은 작업도 하고 싶어요. 제가 조감독들에게 가끔 하는 얘기가 있
습니다. 광고를 잘 찍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연출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것을 해야 한다고. 광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연출이나 다른 경험을 해보면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 그냥 광고만 하기는 아까운 인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길 수 있는 작업도 같이해야 훨씬 더 재밌게 오래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광고도 열심히 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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