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의 성취감
2024.08.21 10:43 광고계동향, 조회수:307

글 ·그림 임태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제일기획


 

목적한 바를 이뤘을 때 느끼는 감정을 ‘성취감’이라고 합니다.
어떤 직업이건 간에 성취감은 큰 동력이 되죠. 광고 역시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온에어가 됐을 때 느끼는 그 희열은 그간 힘들었던 시간을 잊게 만들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근데 요즈음 그 성취감이 예전 같지 않은듯하네요. 광고인들뿐 아니라 다른 직장인들도 비슷하다고 하던데…
왜 그럴까요?
 
곰곰이 생각도 해보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다 보니 대충 이런 것 같습니다. 지금 세대 이전 (90년대 정도?)의 직장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느끼는 ‘공공의 성취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급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이죠.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커갔고, 시간이 지나면 급여가 차근차근 오르던 시절, 은행 금리도 높아서 돈만 넣어두면 이자가 붙던 시절이었죠. 국가의 인지도도, 사회적인 인프라도 눈부시게 높아지던 때였으니 개개인의 성취감이 크지 않더라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라는 공통된 성취감이 40프로 정도는 깔려있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호시절이 지나 엔터테인먼트나 반도체같이 특정 분야만 제외하고는 성장을 멈춘 시기이다 보니 공통의 성취감이 줄어들고 개인이 만들어야 하는 성취감이 전부가 된 거죠. 게다가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프로젝트의 일정이 타이트해지고 결과물의 양도 엄청나게 늘었죠. 성취감을 쌓기에는 너무 경쟁이 심해진 겁니다. 거기에 SNS도 한몫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아는 지인의 범위가 그렇게 넓지는 않았죠. 기껏해야 동창, 같은 직장 동료들, 내 주위에 사는 사람들 정도가 비교 대상이었지만 요즘은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의 성공담을 매일매일 보다 보니 내가 이뤄 놓은 것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그런 SNS의 역기능도
크게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A.I도 있군요. 그나마 내가 잘하던걸 컴퓨터가 훨씬 빠르게 잘 해내니 말이죠. 뭐 더 얘기할 게 많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십 년 정도 전에 셰프들의 인기가 갑자기 올라간 적이 있었죠. 그것도 성취감과 관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개인이 가장 성취감을 얻기 쉬운 게 바로 요리잖아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의 영역이기도 하고, 시각적으로도 후각, 미각적으로도 만족을 주는, 성취감을 얻기에 굉장히 좋은 소재죠. 십 년 전쯤 그 시절이 고도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였던 거 보면 꽤 일리 있는 이야기인듯합니다. 성취감 관점에서 보면 최근 유행하는 여러 취미들도 다 설명이 가능한 것 같아요. 골프와 테니스, 러닝과 필라테스처럼 무언가를 배우고 몸이 바뀌는 경험을 통해 부족한 성취감을 얻으려는 거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부정적인 면만 볼 필요는 없어 보여요. 전 세대의 직장인들은 공공의 성취감은 있었지만 개인적인 성취감을 갖기엔 힘들었었던 세대니까요. 그 세대의 직장인들 덕분에 우리가 이 정도의 삶을 누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광고를 하면서 성취감을 얻기엔 너무나도 힘든 요즘입니다. 공공의 성취감은 예전만 못하고, 개개인이 직업적으로 느끼는 성취감을 느끼기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러니 오늘은 다 잊고 다 같이 간단한데 성취감 쩌는 요리하나 같이 한번 도전해 보시죠. 중간에 4시간 기다려야 하는 거 빼곤 정말 간단하고 맛있는 냉수욕 레시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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