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의 척도’로 불리는 2025 칸라이언즈(Cannes Lions)_1
2025.08.19 01:37 광고계동향, 조회수:233

 살아 움직이는 사자의 등에 올라타라!
칸에서 목격한 크리에이티브의 본질

글 김수경 기자 | 브랜드브리프



지구상에서 가장 냉정하고 생생한 ‘크리에이티브의 척도’로 불리
는 칸라이언즈(Cannes Lions)는 지금, 이 순간 글로벌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와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만을 가려내 묵직한 사자 트로피를 품에 안긴다. 올해 칸라이언즈에 출품된 2만 6,900편의 작품 중 칸의 사자를 품은 작품은 전체의 3.08%(828편) 뿐이다.

AI(인공지능)가 아이디어를 무한 생성하고, 알고리즘이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시대. 그 안에서 살아남은 3.08%의 시대정신은 크리에이티비티의 현주소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이는 단순한 어워즈 경쟁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서에 가깝다. 2025 칸라이언즈에서 목격한 ‘살아 움직이는 사자’가 남긴 날카로운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2025 칸라이언즈에서 선보인
‘라이브 캡션(Live Captions)’ 서비스.
©브랜드브리프
 
AI는 ‘파괴자’인가 ‘구원자’인가
올해 칸라이언즈에서는 AI 조작 논란에 휩싸인 캠페인이 그랑프리(Grand Prix) 수상을 발탁당하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벌어졌다.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라이언즈(Creative Data Lions)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브라질 가전업체 꼰쑬 어플라이언시스
(CONSUL APPLIANCES)의 ‘Efficient way to pay(효율적인 지불 방식)’ 캠페인(DM9 상파울루 대행) 케이스 필름에 AI로생성 및 조작된 콘텐츠가 포함돼 있었고, 칸라이언즈 측은 철저한 조사 끝에 그랑프리 및 관련 수상 내역을 모두 철회했다.

조사 결과, DM9는 영상 내 일부 장면에서 CNN 브라질의 뉴스보도를 무단 도용·변형한 AI 조작 영상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보도된 적 없는 내용을 캠페인 반응처럼 연출해, 심사위원단이 심사 당시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근거로 판단하게 만든것이다. 이번 조작 논란의 여파로 이카로 도리아(Icaro Doria)DM9 공동대표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Officer, CCO)가 사임했고, 칸라이언즈는 생성형 AI 시대에 발맞춰 강화된 AI 윤리 조치를 도입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올해로 72회를 맞은 칸라이언즈에서 AI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휘몰고 온 것이다. 크리에이티비티를 더욱 효과적으로 완성해 주는 협업의 주체로 확고히 자리 잡은 만큼,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더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슬기로운 AI 활용법'을 보여주며 전례없는 브랜드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의 ‘리들라이즈(Lidlize)’ 캠페인(마르셀 파리(MARCEL, Paris) 대행)은 자체적인 브랜드 상품을 출시하는 대신, 일반 대중에게 크리에이티브의 통제권을 넘겼다.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훈련된 맞춤형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어떤 물건도 ‘리들’ 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72시간 동안 200만 개의'리들'화된 제품이 등장했고,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캠페인 사이트가 두 번이나 다운됐다. 무엇보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리들’의 브랜드 자산을 가지고 노는 데 열광했다. ‘리들’은 생성형 AI를 영리하게 사용해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대규모 참여를 끌어냈으며 크리에이티비티와 AI가 만날 때 어떤 폭발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 캠페인은 다이렉트 라이언즈
(Direct Lions) 골드를 포함해 4개의 사자 트로피를 획득했다.페스티벌에서도 AI의 활약은 놀라웠다. 칸라이언즈는 올해 ‘라이브 캡션 앳 칸라이언즈(Live Captions at Cannes Lions)’ 서비스를 도입해 각 세션의 연사가 발표하는 내용을 실시간 영문 텍스트로 제공했다. 칸라이언즈의 모든 세션은 영어와 영어 수화로만 진행되는 만큼,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늘 겪어왔다.

올해 ‘라이브 캡션’ 도입으로,
전 세계 칸라이언즈 참가자들은 해당 텍스트를 다양한 AI 애플 리케이션으로 실시간 번역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는 등 정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AI가 칸라이언즈의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널리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 준 것이다.

AI 기술의 숙련도나 전문성보다 중요한 것은, AI 활용의 최종 결정권이 인간의 전략적 통찰과 윤리적 리더십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목적과 가치에 맞게AI 기술을 제어하고 영리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칸라이언즈에서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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