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제도의 향방 - 公査 방법과 객관성 담보 선행되어야
2009.08.04 11:45 신문광고저널, 2009년 07-08월, 39호, 조회수:4057
백 강 녕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 itijchosun@hanmail.net

실용·효율을 중시한다는 MB 정부가 신문광고의 합리적인 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나섰다. 얼마 전 정부는 내년 1월부터는 ABC공사(公査)를 받지 않은 신문과 잡지는 정부광고를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ABC공사를 통해 공인 받은 신문 발행부수에 따라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는 신문·잡지의 발행 부수를 정기적으로 조사·공표하는 기구를 말한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신문·잡지 광고단가가 시장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작년 신문과 잡지에 총 1217억 원 규모의 광고를 집행한, 사실상 국내 최대 인쇄매체 광고주다. 정부 발표는 신문광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광고가격 결정

말인즉 정부의 주장이 맞다. 국민의 세금이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한국 ABC협회 회원사는 238개. 이 가운데 신문은 약 180개, 잡지는 30여 개다, 그러나 작년 기준 무료신문을 포함한 6개 일간지(중부매일·충북일보 ·농민신문·메트로·AM7·포커스)와 23개 잡지만 ABC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주요 일간지들이 기존 부수공사의 방법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 입장이 세부사항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 신문사들을 더 머뭇거리게 한다. 가령 정부는 처음 계획을 발표할 때 ABC 유가부수 검증기준을 현행‘ 정가 또는 80% 이상 수금’에서‘ 50% 이상 수금’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즉 월 1만 5,000원인 신문 구독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반값인 월 7500원을 받고 배달하는 신문까지 모두 유가부수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신문사마다 유가부수를 부풀리기 위해 덤핑 공세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금은 신문사들이 협의해 결정하라고 한발 물러섰다. 신문 입장에서 국내 최대 광고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신문사들이 나름 일리 있는 정부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광고가격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신문사들이 많다. 물론 중간에 ABC가 있다고는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광고 가격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사 간 부수 경쟁의 합리적 제어장치 필요

신문사들이 ABC공사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일단 불필요한 부수 확장 경쟁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발행부수나 유료부수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광고단가를 결정해도 신문사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신문을 찍어내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많이 찍는 신문사가 당연히 광고료를 더 많이 받는다. 발행부수가 많으면 유료 부수도 늘어난다.

또 정부가 인정하는 유료부수 비율이 높을수록 더 많이 찍으려는 욕심은 늘어날 것이다. 말하자면 한 달에 100원만 받아도 유료부수로 인정할 경우 더 많이 찍어 싼 가격에 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럴 경우 덤핑 경쟁이 일어나고, 현재 1만 5000원인 신문 구독료가 흔들릴 것이다.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동시에 고려해 광고단가를 정한다면 발행부수의 비중을 낮추고 정상가를 받는 유가부수만 인정하는 편이더 합리적이다. 현재 신문사별 신문광고 단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발행부수가 100으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지닌 신문의 광고비용이 100이라면, 발행부수가 20인 신문의 광고비용은 20이 아니라 40에 달한다.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발행부수가 적은 신문에 광고를 하고 싶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예 신문광고를 줄이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정부가 부수별로 신문광고 단가를 정하면 기업도 정부 기준을 따라 광고비를 집행할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이번 ABC공사 제도와 광고단가 합리화는 신문과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신문사들이 만족할 합리적인 세부안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이므로 새로운 지혜를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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