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광고 속 공간을 아름답게 구현하다 l 지형우 연못의 봄 아트디렉터
2026.02.20 03:53 광고계동향, 조회수:27
 
광고 속 공간을
아름답게 구현하다

지형우 연못의 봄 아트디렉터
글·취재 송한돈 | 사진·팡고TV촬영 유희래


 
지형우 아트디렉터가 일본 유학 시절 좋아하던 드라마 프라이드 속 키무라 타쿠야의 배역 이름 ‘하루(はる, 봄)’와 자신의 성(姓)인 ‘연못 지(池)’를 조합 만든 회사가 바로 ‘연못의 봄’이다. 연못의 봄 대표이 자 14년 차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그는 일본에서 공부하기 전 우 연히 촬영 현장에 매료돼 세트장을 만드는 일을 3년간 했고, 스스로 능력의 부족함을 느껴 일본 유학을 택했다. 건축학과를 전공한 뒤 다 시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카메라 뒤에서 세상을 만드는 프로가 됐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아트 실장에 대한 모든 것을 물어봤다. (편집자주: 직함은 아트디렉터이나 미술 감독이자 아트 실장이라고 주로 불린다고 한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트디렉터는 아트 실장(이하 실장)으로 표현했다.)

광고 제작 현장에서 실장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대행사에서 가져온 카피와 컨셉 이미지를 그림, 즉 콘티
로 구현하는 사람이 프로덕션의 감독이라면, 그 콘티를 현실 공간 에 구현하는 것이 아트디렉터의 일이다. 세트를 만들어 공간을 디 자인하거나 로케이션을 찾기도 한다. 또한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 소품, 컬러까지 앵글 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현실화하는 비 주얼 디렉터이기도 하다. 업무는 감독과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부 터 함께 그림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그대로 구현하기도 한다. 보통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부터 세트로 할지, 로 케이션이 좋을지에 대해 감독과 논의하는 편이다.
 
실장님께서 구현한 대표적 사례는 무엇인가?
삼성증권 ‘내일을 향해 사라’ 캠페인 영상에서 평야 위 티피(인디언 텐트)가 모여있는 인디언 마을의 그림이 필요했다. 인천에 말도 안 되는 허허벌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나무를 공 수해 울타리를 만들어 인디언 마을을 만들었다. 또 배우 유아인이 나오는 프렌치 카페 로스터리 캠페인에서는 미국의 66번 도로와 그 옆에 작은 카페가 있는 그림이 필요했다. 세트를 제작하거나 로케이션을 찾을 수 없어서 인천의 허허벌판에 400m에 달하는 아스팔트를 깔고 카페를 만든 적도 있었다.
 

2025년 파리바게뜨 ‘베리밤’ 캠페인의 경우, 기존의 공간을 완전히 비워낸 뒤, 오직 브 랜드 무드만을 위해 모든 요소를 새롭게 설계했다. 특히 ‘겉딸속케’라는 반전 매력을 시 각화하기 위해, 딸기와 케이크가 언급되는 찰나마다 그에 부합하는 소품을 적합하게 배 치해 컨셉의 완성도를 높였다.


2017년 프렌치카페 로스터리 캠페인은 인천의 한 광활한 유휴지에 대규모 세트
를 조성해 완성했다. 미국의 66번 국도를 완벽히 구현하고자 아스팔트를 직접 타
설했으며, 길을 따라 빈티지한 카페와 에어스트림(메탈 소재의 캠핑 트레일러)을 
배치해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했다. 위 장면은 그 중 제작된 카페 내부의 모습이다.

세트를 만드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집보다 가상의 공간이 더 오래 걸리고, 직선보다 곡선이, 나무보다 철제를 사용한 세트 제작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보 통 일주일에서 열흘, 짧으면 3일 만에도 가능하다. 한번은 세트 짓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는 바람에 칠이 마르지 않아 곤혹스러웠 던 적도 있었다.
현장 변수로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하는가?
광고 촬영장에서 생기는 피드백을 받아서 유연하게 조치한다. 일 화로 유성훈 감독님과 함께한 닛산 자동차의 광고 촬영 때 대각선 으로 달리는 자동차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2층 높이의 삼각형 구 조의 철제 세트를 만들었는데, 세트 위를 매끄럽게 달려야 하는 차가 심하게 요동쳐서 불가피하게 세트를 수정해야 했다. 그때 정 해진 촬영 일정을 바꾸고 빠르게 세트를 보완해서 진행했던 기억 이 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이슈를 현장에서 신속히 해결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앵글 안에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제대로 표현됐는지 확 인하면서 배치를 바꾸거나 컬러를 조정하기도 한다. 특히 컬러는 페인트 브랜드에 따라 다르고 어디에 칠하냐에 따라 다르다. 게다 가 결과물이 아이폰이나 갤럭시 등 기기에 따라 달라서 적절한 합 의점을 찾아야 한다. 현장에서는 보통 펜톤 컬러 칩으로 기준을 잡는다.

연극, 뮤지컬, 영화 등에도 실장과 같은 역할이 있 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모든 분야에 아트(미술)를 담당하는 역할이 있지만 아트는 콘텐 츠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일 뿐이지, 모든 콘텐츠들이 아 트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광고의 주인공은 제품이기에 그 제품 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할지가 중요하다. 차이로는 연극같은 오 프라인 공간은 관객이 다방면으로 느낄 수 있지만, 광고는 감독의 눈으로만 공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품을 더 아름답 게 표현해야 한다. 또한 광고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기도 하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 공간에 있을 법한 인물에 빙의해서 작업한다. 보통 광고에서 공간은 뉘앙스만 표현해 주면 되지만 나는 가상의 인 물을 만들고 캐릭터의 설정을 계속 부여한다. 예를 들어 갤럭시 를 쓰는 30대 남자의 방이라면 취미가 무엇일지, 그리고 어떤 성 격인지를 생각한다. 이 남자가 서핑을 좋아한다면 벽에는 슈트 가 걸려 있고 책상에는 보드를 관리하는 왁스가 놓아져 있을 것 이며 겨울에는 서핑 대신 즐길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를 방 한쪽 에 기대어 놓는 등 그 공간 안을 디테일한 요소로 채워넣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 디자인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입봉 초기까지는 벽과 가구를 모두 하얀색이거나 책 위에는 커피잔, 방에 놓인 꽃처럼 인위적인 아름다운 공간을 디자인 했다. 그렇게 배웠고,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다. 그런데 김성주 감 독과 작업한 삼성 통합 가전 프로젝트 이후로 바뀌었다. 감독이 한번도 본 적 없는 킨포크 잡지를 건네며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냐고 했을 때다. 자연스럽고 생활감이 잔뜩 묻어난 공간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후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캐릭 터를 부여하고 디테일을 살리는데 더욱 신경쓰고 있다.


위 사진은 2022년 삼성증권 캠페인 영상 속 제작된 인디언 마을의 제작 과정이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취미를 가져야 한다. 나는 캠핑을 다닌다. 입봉 이후 핸드 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우연히 좋아하는 감독 을 따라 캠핑을 갔는데 의외로 할 일이 너무 많아 핸드폰을 손에 잡을 수가 없었다. 문득 “하루 정도 핸드폰이 없어도 되는구나”라 는 생각이 들면서 리프레쉬 됐던 경험이 있다. 그런 시간이 있어 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인상 깊은 광고를 보고 광고 일을 선택했 을 텐데 나도 그중 하나다. 오래전 트렌드를 이끌던 광고시대를 생각해 보면 그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 어내는 만큼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듯하다. 그 매력에 빠져 연 못의 봄의 모티브도 ‘극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뉴욕대학 교 영화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졸업작품에 참여했다. 열정 넘치 는 풋풋한 모습을 보며 이 직업이 주는 재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느꼈다. 최근부터는 일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중 오프라인 공 간에 관심이 있어서 팝업스토어 전문 플랫폼에 협업 제안 메일 을 보냈는데 긍정적인 회신이 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팝업에 참 여하는 회사가 인테리어나 건축이 많아서 컨셉에 맞는 디테일이 나 소품 제작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의 일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열어놓고 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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