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따뜻한 프론티어 정!신!
2009.09.14 11:03 Cheil Worldwide, 2009년 08월, 403호, 조회수:4086
인터랙티브미디어팀 손상만 팀장


선구자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일송정 푸른 솔’곁에서 ‘말 달리는’ 독립투사다. 무엇이든 빨리 변하는 이 시대에 선구자는 기술과 패션의 첨단을 누구보다 앞서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 혹은 트렌드세터라 불린다. 하지만 단어가 포함하는 의미의 범주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인터랙티브미디어팀 손상만 팀장처럼 말이다.

인터랙티브미디어 1세대의 버라이어티한 15년

손상만 팀장은 인터랙티브미디어 1세대다. 웹이 등장할 무렵 제일기획에는 이미 멀티미디어팀이 있었다. 그는 입사 후 인터넷을 접했고, 인터넷 기반의 신규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1등 회사에서 프론티어가 된다는 건 유불리가 동시에 존재하는 일이다.

“선례가 없다 보니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룰이나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야 했어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회사가 갖고 있는 기존 성공모델과 경험을 적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프론티어의 보람은 독점적 1위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만든 기준이 뉴미디어 산업 전반에 표준이 됐다. 길이 없는 곳을 헤쳐 길을 만드는 즐거움은 아마 그런 것일 게다. 그는 한 번도 팀을 바꾼 적이 없지만 15년 세월 동안 겪은 변화는 적지 않았다. 디지털기획팀, 디지털사업팀, 인터넷마케팅팀, 인터랙티브마케팅팀 등 팀 이름만 무려 여덟번이 바뀌었다. 물론 이름이 바뀔 때마다 팀 안에서 강조하는 지점도 달랐다.

“사업기획, 인터넷광고기획 등 팀 안에서 역할이 계속 바뀐데다 팀장이 되면서 전체 업무를 통괄해야 해서 오히려 지루할 틈이 없었죠.”

춤 추듯 자연스럽게

그가 광고를 보는 기준은 당연히 인터랙티브, 즉 소비자의 반응이다. 임팩트나 핵심 메시지보다 반응 유도에 무게 중심을 둔다. 하지만 반응이 곧 조회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A great interactive experience is like a dance, you don`t know who is leading.’ 그가 생각하는 인터랙티브는 바로 이런 것이다. 누가 이끄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춤을 추듯 이뤄지는 경험. 심리적으로 무언가 다가가도록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들어야지 소위 ‘낚이는’건 소용없다는 것이다.

“아파트나 자동차처럼 큰 경품을 걸면 조회수는 많이 올라 갑니다. 기존 매체에서 광고를 많이 틀수록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가장 좋은 건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녹아 들어가는 건데, 사용자 참여가 기본인 인터넷에서는 콘텐츠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융합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를 만드는 데 다른 매체보다 유리하죠.”

그렇다고 인터넷이 가장 우월한 매체라는 것은 아니다. 웹 건설 초기 2000년이면 1위 매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인터넷은 아직도 3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IPTV를 보면 알 수 있듯 1위 매체인 TV가 인터넷과 융합하고 있다.

“인터넷의 매체 장악 속도가 욕심보다 느리긴 해요. 하지만 앞으로는 1위 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매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융합될 겁니다.”

물 흐르듯 유연하게

생물학과를 다니던 그는 사실 전공 공부나 실험보다는 사회과학 서적을 더 많이 읽었다. 그게 이과 출신이었지만 신방과로 진로를 바꿔 대학원을 진학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줬다. “전공을 바꾼 것도 그렇고 인터넷을 파고든 것도 그렇고 새로운 걸 한다는 재미에 마음이 늘 설?던 것 같습니다.”

그는 취미조차 인터넷 서핑인 사람이다. 취미가 곧 일의 연장인 사람, 하지만 남다른 것을 선택하느 ㄴ열정과 새로 길을 만들어가는 뚝심은 전혀 의외의 것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생물학 전공이면서 사회과학책을 더 많이 읽었듯 인터랙티브미디어 1세대인 그는 소설과 시를 즐겨 읽고 심지어 필사를 하기도 한다.

“필사도 하고 창작법 관련 책도 읽다 보니 이제야 좋은 글, 좋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좋은 글이나 광고, 모두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 같아요.” 그는 물이 되고 싶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도덕경>의 말씀처럼 낮은 곳은 낮게 채우고 거꾸로 가야 할 땐 힘차게 역류하는 물이 되길 지향한다. 이왕이면 즐겁게 흐르는 물이 되고 싶다.

“지금은 모두가 인터넷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기필코 보여주리라’ 이런 오기로 일하던 때도 있었어요. 이제는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팀원들과 함께 즐겁게 성장하는 것이 조직은 물론 저도 위하는 길이고요.”

힘차게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세찬 물살은 빨리 흐르는 대신 파괴적이다. 주변과 함께 갈 수도 없다. 하지만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천천히 가지만 주변의 모든 것과 교감하고 아우르며 흐른다. 조금 더디더라도 평화롭게 흐르는 물처럼 한 발 늦더라도 모두와 함께 즐겁게 가는 길을 고민하는 그에게서 부드럽고 따뜻한 프로티어 정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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