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고에 대한 이방인의 시선
2009.09.16 04:48 광고계동향, 2009년 09월, 222호, 조회수:4338
글 | 웨인 초이 금강오길비그룹 제작 총괄 부사장

한국을 떠났던 건 9살 때였다. 그리고 다시 찾은 한국. 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한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거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IT를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넘어세계적인 일등 그룹과도 어깨를 견줄 수준으로 발돋움 했다.

영화 분야에서도 발군의 아이디어와 스토리, 한국만의 독특한 예술 감각들이 버무려져 국제 무대에서 주목을 톡톡히 받으며 상한가를 올리고 있는 장면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더불어 한류 열풍이 열병처럼 번지며, 한국의 셀리브리티들이 아시아의 아이돌 스타로 탄생하기도 했다.

몇몇 간판 축구선수들은 유럽의 축구 명가에서 한국의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를 이어간다. 이렇게 다른 분야에서의 눈부신 선전을 하는데 반해, 유독 한국의 광고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오히려 더 놀라운 사실이다.

소비자의 천국, 한국! 그러나 글로벌 수준에는 못 미치는 광고. 한국의 소비자들은 여타 다른 나라들의 국민들보다 브랜드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 만큼의 높은 관여도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브랜드의 광고들이 서로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은 어딘가 아귀가 안 맞는 조합처럼 어색하다.

한국인들이 창조적이지 않은 탓일까? 한국의 광고를 볼라치면 마치 모든 광고들이 똑같은 인기 스타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브랜드 로고만 바꾸면 다른 브랜드 광고로도 사용해도 누구도 알아채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분명 한국인이 창조적이며 재능도 많고, 열정적이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현재 많은 분야에서의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광고는 다른 분야와 달리 세계적 수준으로 진화하지 못한 것일까? 어떻게 하면 한국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은 원래 그래”.“ 한국인의 정서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이런 말들이 내가 몇 년 전 한국으로 옮겨온 후부터 지금까지 들어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은 소비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시장도 소비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어 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수한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하루를 24시간이 아닌 40시간처럼 살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어떻게 마케터들은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는 크리에이티브 방식일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광범위한 선택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매체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또한 그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메시지로 전달해야만 한다.

한국 광고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전은 구태의연한 틀을 과감히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진 용감한 광고주와 이런 의지를 광고로 발전시킬 광고회사의 몫이다. 처음 시작은 어렵겠지만 한 번, 두 번 이런 도전들이 촉매제가 되어 언젠가는 광고업계 전체의 풍토가 바뀌게 될 것이다. 최근 속속 두각을 나타내는 독립 광고회사들, 젊은이들의 활약상 들을 지켜보며 그 길이 아주 멀지 않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ID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