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에 나타난 반기업정서
2010.03.17 12:00 KAA저널, 조회수:4177
 
 KAA 취재 I 이수지

출생의 비밀, 불치병, 불륜과 외도, 배신과 복수, 재벌 태우기와 흔들기, 한국 드라마의 단골식단 5종세트다. 우리 전통 사회에 있어 사농공상(士農工商)에 상(商)은 마지막 항목이고 조선조 사회를 지배하던 성리학의 사상에서도 돈(錢)과 재(貨)는 경원했다.

선비정신과 '견리사의'(見利思義)주의가 그것이다. 부와 재는 커질수록 질시와 경계가 비례하며 자본의 논리와 인간의 논리는 서로 배치되는 상황을 보여왔다.

기업, 기업가 흔딜기는 한국 드라마 40년사의 단골 소재였다. 1973년 TBC 토요드라마 <데릴사위>, 1977 TBC 주말극 <청실홍실>, 1982 KBS 월화드라마 <현대 입지전> 시리즈, <개성상인>, <북청물장수>, <객주>, MBC <거부실록>, <야망의 25시>,<내일은 태양>, 1991년 KBS 주말 주말극 <야망의 세월>, 2004년 MBC <영웅시대>, 2009년 MBC <에덴의 동쪽>, SBS <태양을 삼켜라>, <그대 웃어요>, KBS <꽃보다 남자>, <아가씨를 부탁해> 등이 계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기업, 기업가는 재벌로 언급되며 편법, 비리, 유착, 특혜, 불법, 탈법, 투기, 폭력집단으로 묘사되었다. 독선적이고 오만하며 냉혹한 사람으로 그려지며 부정축재, 탈세, 분식회계, 노동착취를 일삼고, 세습경영, 문어발확장, 정략결혼, 해외도피를 일삼는 등 자극적인 묘사와 전개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했다.

반기업 정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근본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 우려

원천적으로 대중이 갖는 반기업 정서를 따져 보면 기업에 대한 반갑보다는 기업주에 대한 것이다. 드라마 속의 반기업 정소도 같은 맥락으로 사람에 대한 반감이다. 가진 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국민 10명중 7명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정서다.

부자가 돈을 보는 데 있어 "부정적인 방법으로 축적했을 것"(70.9%)이라는 대답이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했을 것"(29.1%)이란 대답보다 훨씬 많은 것도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현대경제연구소 공동조사 발표 2007.6.15)

가진 자에 대한 감정이 첨예화되면 반기업 정서를 넘어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에 대한 반감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
 

 
반기업 정서의 불식과 해소를 위하여

드라마 속 반기업 정서 불식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 드라마의 모니터링 강화와 수정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예가 금융감독원의 드라마 참여와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2004년 SBS의 <파리의 연인>에서 재벌 2세 주인공 박신양이 라이벌 회사 중역에게 "지난 2년 동안 회사 주식 10%를 비밀리에 넘겨받았다"고 추궁하는 상황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즉 주식 총수의 5% 이상 보유하거나 10% 이상 변동 시에는 임의처분이 아닌 반드시 공시하도록 되어 있는 주식회사법을 상기했다.

금융감독원은 방송3사와 방송작가협회에 공문을 보내어 잘못된 내용을 비롯, 향후 기업의 공적인 역할과 제도에 대한 왜곡이 없도록 작가 측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즉각 지문에 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말하자면 감시와 지적과 지문'을 지속적으로 실천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지적과 수정의 노력이 없으면 잘못된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한편 모든 기업이 투명경영과 윤리의식(business ethics)을 강화하고 제대로 현행법을 준수하면 그것 하나만으로 반정서나 역 감정은 없어진다.

현대사회에서도 유효한 "최부자집 6가훈(家訓)" 이 있다.

-과거는 보되 진사(進士) 이상 벼슬은 하지 않는다.(정치권과의 밀착방지, 권력과의 유착 고리 근절)
-재물은 모으되 만석 이상은 집에 들이지 않는다.(독과점 자제. 매점매석 절제)
-찾아오는 과객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후하게 대접한다.(고객제일주의, 소비자우선주의)
-흉년엔 절대로 땅을 사지 않는다.(투기금지, 한탕주의, 폭리자제)
-가문에 시집온 새색시에겐 3년간 무명옷을 입힌다.(근면 절약의 습관화, 자만, 오만함 방지)
-집을 중시하며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다.(사회 환원 및 기업 윤리 실천,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의 실행)

이 여섯 가훈을 요약하면 내부로는 절제, 외부로는 배려의 정신'을 기초하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선언적인 장식물이 아니라 실천덕목으로 체질화 해야 한다.

기업의 1차 목표는 매출 신장을 통한 이윤창출에 있다. 기업은 당초 자선단체나 봉사단체는 아니며 그것은 기본목표 달성 후 다음 항렬에 있다.

그러나 사회공헌 활동이나 자발적 봉사를 연계하면 이미지 제고는 물론 의외의 후광효과를 볼 수 있다. 바로 기업의 감동 연출이다. 성실한 실천과 더불어 이의 적극적인 홍보가 뒤따라야 한다.

2008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고경영자(CEO)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반기업 정서(35%), 정부규제(24%), 노사갈등(20%) 순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국민대응책으로서 기업이 갖는 5대 창출 능력(고용창출, 이윤창출, 소득창출, 국부창출, 미래비전창출), 그리고 해외 수출과 진출을 통한 국위선양, 글로벌화의 실현 등 변함없는 기업의 가치를 구현하고 이를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칠전팔기 등 기업인이 가진 불멸의 덕목과, 민족의 저력, 한반도의 기적을 이룬 주체도 기업의 힘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부각하는 노력을 지속해야한다.

이제 뒤와 옆도 봐야 하는 차원에서 이런 노력은 경제단체와 각 협회에서 적극 주관할 필요가 있겠다.

드라마 현실적 주제로 신중히 접근해야

2001년 영국의 경영컨설팅회사 악센추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반기업 정서 수준은 70%로 조사 22개국 중 가장 높고, 화란이 제일 낮은(13%)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70%), 영국(68%), 이태리·남아공·아르헨티나(3국 모두 55%), 브라질(53%), 프랑스(53%), 인도(50%), 호주·일본(2국 모두 45%), 스페인(43%), 폴란드(42%), 독일(40%), 미국(23%). 말레시아(23%), 캐나다(20%), 대만(18%). 화란(13%)

2006년에도 대한상공회의소가 밝힌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호감지수(CFI)는 50.2%로서 2003년 첫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점을 넘었다고 밝혔다.

기업호감지수의 항목 증 국제경쟁력(100점 만점 중 66.6점)과 생산성 향상(58.5), 국가경제 기여도(46.0)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사회공헌(35.3) 및 윤리경영(17.6) 측면은 매우 낮았다.
 
또 국민들이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 분식회계 등 비윤리 경영(37.3%) 경영권 세습 및 족벌 경영(20.9%) 근로자 희생 강요(13.7%)를 꼽았다. 이상 몇 가지 자료는 향후 기업경영 지표가 무엇인지를 암시해 준다.

반기업 정서를 가중하는 드라마는 내용에 관계없이 어디까지나 픽션'임을 강변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현실감을 실어내야 하고 현실적인 주제와 소재를 차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TV매체의 특성은 영화처럼 과도한 허구나 호나상을 조성하지 않고 현실과의 연계력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TV드라마는 논픽션에 가깝고 내용도 역시 현실기반적이다. 기업이 드라마에 무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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