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④ 2010 신문광고를 말하다 - 크리에이터가 본 신문광고
2010.03.18 11:02 신문광고저널, 조회수:5242

특집④ 2010 신문광고를 말하다
크리에이터가 본 신문광고


광고 바이블로서 신문광고의 부활을 꿈꾸며

 

은명희 애드리치 CD | sweety@adrich.co.kr


“요즘 카피라이터들은 신문 카피가 약해~”

얼마 전 동료와 나누었던 얘기다. 아마도 카피라이터 출신 CD나 고참 카피라이터들이라면 후배 카피라이터들에게서 느끼는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물론 우리의 선배들도 우리를 그렇게 평가했을지는 모를 일이나, 요즘 세대들이 영상·인터넷보다 신문에서 느끼는 거리감을 생각해보면 연차 높다는 자만심에서 나오는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카피라이터는 신문광고 헤드라인으로 말했다

내가 카피를 배우기 시작했던 15년 전만 해도 카피의 시작도, 카피의 끝도 신문이었다. 신문광고 헤드라인 한 줄을 뽑기 위해 하루에 수십 수백 개 이상 써보는 건 기본이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은 TV콘티가 위주가 되고 신문광고는 그것을 서포트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신문광고에서 승부가 지어진 적도 많았다.

고민 고민해서 나온 신문 헤드라인 한 줄에서부터 아이데이션이 시작되고, 그것을 시리즈로 만들어 컨셉트를 깊이 있게 광고주 앞에서 쇼업하고 인상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신문광고가 했다.

그 신문광고를 영상화시킨 것이 TV광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문광고의 비중은 컸었다.

기업PR과 같은 무게 있는 품목일수록 그 정도는 강했다.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그 시절을 떠올려 봐야겠다. 당시 - 먼 옛날 같지만 불과 10여년 밖에 안 된 얘기다-

카피라이터들은 신문을 펼쳐들면 그날 게재된 뉴스보다는 광고에 눈이 먼저 갔다.

더 정확히는 ‘새 소식을 보기보다는 새 광고를 보기 위해 신문을 펼쳐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떤 새로운 광고가 우리를 자극할지 기대하며 신문을 한 장 한 장 펼치면서 아침 근무를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좋은 광고라도 발견할라치면 무슨 보물이라도 찾은양 조심스레 찢어 책상 옆에 붙여두고 헤드라인부터 바디카피까지 곱씹으며 카피를 배웠다.

몇 달이 지나면 두꺼운 책이 되어 실로 살아있는 광고 카피의 바이블이 되었다. 삼성생명의 ‘효’캠페인이 그 한 예다.

자기가 먼저 웃어버리는 개그맨은 없다

신문 카피에 필요한 소위‘ 공력’은 신문 매체가 갖는 특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문광고는 15초 TV광고가 할 수 없는 이성적, 논리적 소구가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광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문을 읽는 독자층이나 신문의 특성, 신문 읽을 때의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카피 한 줄 한 줄에 생각을 더 해야 하고, 내용에 있어서도 깊이를 가져야 하는 것은 신문광고의 태생에서부터 오는 특징일 것이다.

요즘은 어떤가? 솔직히 말하자면 신문 보는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 아니, 오해가 있을지 몰라 정정하면 ‘신문광고를 보는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

특히 젊은 층에있어 신문의 친숙도는 인터넷의 그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신문광고 품목도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각종 다이렉트 광고나 분양광고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 광고 카피들도 대부분 단도직입적이다.

‘파격분양’, ‘자양강장에 좋은’, ‘특별 할인가’, ‘공장 대방출’……

물론 이러한 광고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개그맨은 자기가 먼저 웃지 않고 남을 웃긴다. 그게 고수다. 카피도, 광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재미있는 신문광고를 접했다. 신문 2장이 붙어 있어서 ‘왜 붙어있지?’하고 떼려고 보니 반대쪽 면이 펼쳐지는 것이다.양쪽을 펼쳐보니 4면짜리 광고였다.

그 스펙터클함이란! 이제는 신문이 날개까지 달아버린 것이 아닌가! 더 이상 판형의 불가능은 없어 보이고,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숨통이 트였다.

우리나라 신문광고도 본격적인 판형의 자유를 시작으로 신문의 부활을 꿈꾼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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