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함 속에서 희망을 품는 하드 워커의 신년 인사
2010.03.25 02:35 제일 커뮤니케이션즈, 조회수:5799
 
조환준 국장 I 공공커뮤니케이션팀

영화‘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 나비 족의 삶의 터전은 각각의 나무들이 거대한 홈트리를 중심으로 가지 형태로 서로 연결돼 숲을 이룬다.

나무만으로는 낙원 판도라가 될 수 없고, 숲만 보아서는 낙원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없다. 중심부터 곁가지까지 고루 발을 디뎌봐야 한다. 일도,삶도 마찬가지이다.

숲의 울창함과 나무의 세밀한 푸르름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현명함과여유가 필요하다. 숲과 나무를 고루 볼 줄 아는 혜안을 지닌 공공커뮤니케이션팀 조환준 국장을 만났다.


숲, 나무, 그리고 다시 숲으로

입사 당시 그의 1지망, 2지망, 3지망은 모두 이벤트였다. 하지만‘숲을 본 후 나무를 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선배의 조언에 군소리 없이 3년간 실적 관리, 예산 편성 등 사내관리 업무를 맡았다.

“ 덕분에 저 자신의 목표와 팀, 회사의 목표를 맞추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물론 지원 부문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큰 힘이 되죠. 어려운 부탁도 조금은 편하게 할 수 있고요.”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원없이 일했다.

콘서트 같은 기업의 행사, 윈도우95나 삼성자동차의 신제품 발표회는 물론 VIP의전이나 월드사이버게임즈 등의 국제행사 해외 론칭, 튀니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개막식 등 장소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BTL 현장 곳곳을 누볐다.

연수 휴직을 떠나 뉴욕의 프랫에서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공부한 2년 정도가 휴식기간이었을까. 나무를 더 세밀하게, 숲을 더 폭넓게 보기 위한 시간을 보낸 후 그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일종의 직업병인 게, 아무리 좋은공연이나 영화라도 몰입을 잘 못해요. 실수가 더 크게 보이고, 프로세스나 백 스테이지가 다 보이거든요.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디테일한 실무 하나하나를 꼼꼼히 보던 그는 이젠 다시 숲을 봐야 한다. 지난 해 말부터 준비해 올 초신설된 공공커뮤니케이션 팀이 신설된 탓이다.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세계인의 인식을 바꾸는 거죠.”그러려면 할 일이 많다.

공공 민간 구분할 것 없이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키우는 것과 동시에 정부?공공기관의 정책과 국민 사이에서 또 글로벌 마켓 속에서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낭비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앞으로 정책입안자는 물론 학계?언론?사회단체?해외투자자 등수많은 이해관계의 다양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가는 것이 그의 새 미션이다.

체크, 체크, 체크, 체크리스트

이 모든 것은 대학 시절 좋은 일 하자고 벌였던 자선콘서트 탓이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야학을 하던 1980년대 중반, 그의 동아리는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자 수익사업을 찾다 콘서트를 기획하기에 이른다.

포스터 제작부터조명, 연출과 사회까지 맨땅에 헤딩해가며 만든 무대는 대성공. 2회 땐 욕심을 좀 냈다. 방송국 PD로 재직 중이던 선배의 도움으로 프로 가수를 섭외한 것. 두 번째 콘서트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하던 일이 너무 좋았다. 사회에 나가서도 같은 일을 하고 싶어 알아보니 마침 광고회사에 이벤트 부문이 막 생기고 있었다. 제일기획과의 연은 그렇게 닿았다.

하지만 정작 그와 함께 학교에서 콘서트를 기획했던 이들은 아무도 이 업계에 남아있지 않다.
 
그만큼 일이 힘들고 험한 탓이다.“ 행사의 규모나 크기와 상관 없이 사소한 실수 하나도 굉장히 치명적입니다. 국제행사에서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데 마이크가 갑자기 안 나온다고 가정해 보세요.

고장일 수도 있고, 어이없게 누군가 밟아서 콘센트가 빠진 전기사고일 수도 있는데, 그 사소한 실수가 국가 이미지까지 허술하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의 하루는 체크리스트로 시작된다. 업무 사이사이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마무리되지 않은 일은 다음 날의 체크리스트로 이어진다. 일본의 시즈오카 오뎅은 국물을 40년 간 졸인 것이 웅숭깊은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전날의 국물에 이어서 끓이고 또 끓여 누구든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진국을 만드는 것처럼, 지우고 또 지워도 다음 날로 이어지는 그의 꼼꼼한 체크리스트가 믿음직한 커뮤니케이션의 비결인가 보다.

끝이 주는 희망

“이벤트는 시간의 감동이에요. 그 날, 그 시간에,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을 연출하는 거죠. 그래서 단 한 순간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요. 한 번 지나가 면 다시 안 오니까요.”바로 그 유한함이 그에겐 매력이다.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어려워도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일은 끝나도, 일로 만난 사람들은 모두마음에 담고 간다.

다만 그걸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운이 좋아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것 같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요, 마음으론 항상 감사하는데…. 지면으로나마 신년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자주 찾아 뵙지 못 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여전한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신년 소망이 연말쯤엔 모두이뤄지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두루두루 모두에게 평안을 기원하는 그의 한해도 평안하면 좋겠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던 청춘의 마음은 여전한지 그는 여전히 도전적인 새해 소망을 품는다.

“공공 부문은 100% 공개 경쟁이에요. 경쟁사에서 저희가 입찰 들 어가면‘이건 헛수고다, 포기하자’라는 원초적인 두려움을가질 수 있도록 더욱 도전적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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