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빛날 순간을 위해! 그의 긴 들숨, 그리고 격렬한 날숨
2010.04.15 05:24 제일 커뮤니케이션즈, 조회수:2828



 
올림픽 열기가 한창이던 밴쿠버 현지. 조지 거슈인의‘피아노협주곡 바장조’가 시작되자, 일순간 모든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며 경기에 집중했다.

우아하게 활주하던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탄성이 터진다.

하지만 아름다운 금빛 연기가 펼쳐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레이스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밴쿠버올림픽에서 삼성전자 스포츠마케팅 어카운트 책임을 맡은 김희범 프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희범 I Global 광고 4팀장

17일간의 축제, 또 하나의 쾌거를 위하여

스피드스케이트 삼총사의 쾌속 금메달 소식도, 김연아 선수의 역사적인 피겨스케이팅도 그에게는 뒷일이었다. 그역시 밴쿠버 현지에서 또 다른 역사를 창조해야 할 한 사람의‘선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마케팅은, 약 2년 단위의 종합캠페인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7분 드라마’라고 표현하듯이, 우리가하는 일 또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선수들이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긴 시간 준비해온 것처럼, 우리도 2년간 준비해온 것들을 17일 동안 평가 받는 것이니까요.”그는 밴쿠버에 머무는 동안 올림픽 경기를 하나도 관전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막상 실전에 들어가게 되면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중에는 홍보관, 호스피탈리티, 글로벌대학생기자단, 마케팅, PR, 옥외를 비롯한 광고 등소위 마케팅의 모든 영역이 집중 시행되지요.

이를 위해 제일기획 본사에서만 40여 명, 그 배가 넘는 현지 스태프들이 한 팀이 되어 움직였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죠.

그런 의미에서, 밤낮을 잊고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해준우리 스태프 모두가 메달리스트입니다.”

그는 메달의 색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금메달이냐, 은메달이냐는 아직 평가할 시점이 아니기 때문. 단순한 브랜드인지도 제고는 더 이상 삼성의 스포츠마케팅 목표가 아니었다.

타깃시장에서의 매출상승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야만 비로소‘성공’을 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 감동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자신감은 충만하다. 실제로 지난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시장에서의 삼성전자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두 배 이상 늘려놓은 전력이 있지 않은가.

“ 피겨스케이팅의 악셀과 러츠 기술 등은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그 기술을 처음 선보인 악셀 파울센이나 알로이스 러츠는 세계를 휘어잡았습니다.

틀을 벗어나려는 끊임없는노력이야말로, 경험과 함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되지요.”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의 공항을 삼성화(三星化)시키는 것, 애니콜리포터의 글로벌 확산, 올림픽 기간 중 환경포럼 개최 등은 이른바 알을 깨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운도 따랐다. 사전에 선정했던 삼성의 밴쿠버올림픽 홍보대사들이 선전하면서 광고효과가 극대화된 것이다.이 모든것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치밀한 분석과 공조가전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좀 더 확실하게 쐐기를 박을 핵심은‘감동’에 있었다. “예를 들어, 호스피탈리티에 참석할 VIP들의 생일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지인이나 가족을 섭외해 사전에 축하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전혀 모르게 모든 과정이 진행되지요. 그들이‘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삼성이챙기는구나’생각하며 눈물도 흘리고, 고마워도 하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기반이 될 신뢰를 쌓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감동이란, 비용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깜짝 생일이나 결혼기념 이벤트,일정이 진행되는 동안의 스냅사진 앨범 등 작지만 훈훈한감정을 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레이트 마케터에서 그레이트 커뮤니케이터로

올해로 입사 18년 차. 1997년부터 글로벌본부에서 근무해온 그는 1년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보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지치지 않는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이 올림픽 후원을 처음 시작한 것이 1998년입니다. 결국 삼성의 올림픽마케팅 역사 속에 제일기획이 함께 있었던 셈입니다. 때마다 참여했던 구성원들의 얼굴은 달라졌지만, 그 동안 쌓인 노하우는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일까. 요즘 그는‘그레이트 커뮤니케이터’라는 새로운 지향점이 생겼다. 경험이나 지식으로 다져진 그레이트마케터에서 능력과 마음, 사랑까지 어우러진 진일보한 사람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픈 나름의 욕심이다.

“이제 스포츠마케팅에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다른 분야에서도고객과의 터치포인트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CSR일 수도 있겠고, 디자인이나 음악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한편, 올림픽 현장을 누비는 동안 개인적으로도 변화의 순간을 맞았다. 10년 넘게 꿈꾸어 왔던 전원주택을 짓게 된것이다.“ 공사 착공만 보고 밴쿠버에 다녀왔더니 집이 다 지어져 있고, 이사까지 마쳤더군요.

사람이 집을 짓게 되면 십년쯤 늙는다던데, 집사람에게 평생 미안한 일을 했지요. ”너털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는 김희범 프로는 또 다시 짐을꾸려 밴쿠버로 떠날 참이다.
 
남아있는 패럴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그가 툭, 혼잣말처럼 던지는한마디.“ 데크 공사랑 파헤친 마당 복개공사도 다음주에 한다는데…, 또 면목없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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