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워홀의 철학』인디워홀의 미로에 빠지다
2009.02.01 12:00 대홍커뮤니케이션, 2009년, 01-02월, 200호, 조회수:4408
w r i t t e n  b y 장 지 현 ( 기 획 2 팀 사 원 )
앤디워홀의 대표작 <마릴린먼로>만큼이나 익살스럽고 기발한 이야기들을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너따위가 내 머릿속을 어떻게 이해하겠어?’라고 말하는 듯한(표지에 실린 사진) 앤디워홀의 눈빛만큼이나 이 책 내용은 무척 난해하다. 10페이지를 읽는 동안 아무 말도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한번 손에 잡은 책이니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미로에서 헤매다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도중에 건져 올려진 느낌이랄까? 그렇게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평소 한 번 읽은 책은 긴장감이 없어 다시 펴지 않지만 억지로 책장을 덮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이번 글쓰기를 기회 삼아 ‘그래 이번에는 스스로 빠져나와보자’ 하는 심정으로이 미로와 같은 앤디워홀의 생각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무모 or 용기 우리가 ‘보통’이나 일반’이라고 하는 것이 직선이라면, 앤디워홀의 생각과 시각은 확실히 곡선이다. 그는 세상을 직선적으로 볼 때는 보지 못하는 옆모습, 뒷모습을 느끼고 표현한다. 특이한 인간이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성에 대해 묘사하면서 자신이 빠졌던 ‘여자애’라고 소개하거나, 예술에 대한 양(量)적 시각-화가나 작가는 작품 수로 평가되어야 한다-등 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적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주눅 들지 않고 이야기한다.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는 일반인의 생각을 깨고 상업 미술의 성공과 대중화를 이룬 주인공의 생각이니 옳은 듯도 싶지만,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고교 수학 ‘확률과 통계’ 단원만큼 죽었다 깨어나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그 나름의 해법과 같은 이야기들, 예를 들어“코가 크다면 그것을 강조하고, 뾰루지가 났다면 그것이 두드러져 보이게 크림을 발라라.‘나 뾰루지 크림 발랐어!’라고 말하는 듯이, 그러면 그게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같은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가 얼마나 용기 없는 사람인지, 또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비난 and 찬양 그의 미술작품을 이해하고자 선택한 책이 아닌 만큼 남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미술품들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미술평론가 수준의 지식이 없어 다수에 맞설 만큼 논리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제목에서처럼 당당히 ‘철학’이라고 묶어놓은 그의 생각을 이해하라고 강요했다면 나는 분명 비난했을 것이다. 다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이해했더라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그처럼 종이 백에 돈뭉치를 구겨서 갖고 다니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대신 느끼고 ‘찬양’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대상(對象)을 남다르게 보는 그의 사고방식이다. 모두 알지 않나? 같은 방식으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것을. 앤디워홀이 거둔 사회적인 성공은 그의 남다른 사고방식의 우위를 충분히 입증하는 셈이다. 이 책을 선택해 읽다 보면 난해함에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그의 생각은 독특하고 흥미 있는 구석이 있다. 읽고 나면 주변의 것들이 더 이상 범상치 않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을 분명 맞이 하게 될 것이다.
ID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