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흥미로운 광고'와, 기업
2010.05.26 05:38 신문광고저널, 조회수:2435

 
지상현 I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교수
광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소비자들의 눈에 쉽게 띄어야 한다.‘ 주목률’이 좋아야 한다는 것인데, 말이 쉽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독자들은 광고 면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3~4번 정도는 반복되어야 그동안 심상히 넘겼던 광고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주목률이 5% 정도 올랐다는 것은 상당한 성과가 될 수 있다. 주목률만 올릴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비교적 순탄하다. 예컨대 상품정보나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는 문제들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대목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목률보다 상품정보에 더 신경을 쓴 광고들을 종종 접한다.

주목할 만한‘ 문화적 원형’ 효과

문제는 주목률이다. 경쟁광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눈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즐겨 사용되는 방법들은 대개 지각·인지 심리학 분야의 정신물리학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색상보다 명도 대비가 시인성에 유리하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델 사진이 주목 효과가 크다거나, 눈 운동의 흐름을 유도하는 배치방법과 같이 것들이 그러한 사례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모델을 등장시키는 정도다. 유머도 나름의 효과가 있지만 저관여 상품이 아닌 다음에는 조심스럽다.

이런 방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이 최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효과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문화적 원형’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사례부터 살펴보고 배후에 있는 원리를 이해해 보자. <광고 1~3>은 2004년 1월 1일 일본경제신문에 7단으로 게재된 안리츠(Anritsu)라는 정밀측정기기업체의 기업광고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광고인데 응답자의 70% 정도가 이 광고를 보았다고 답했다. 같은 날, 같은 신문의 더 좋은 면에 실린 소니와 후지츠 광고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더욱 놀랍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확실히 보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4.6%였는데,‘ 광고의 내용을 기억한다’고 답한 사람이 34.1%였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확실히 보았다는 사람보다 광고의 내용을 기억 한다고 답한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을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그러나 문화적 원형의 성격을 이해하면 이 수치도 더불어 이해할 수가 있다.

투자하라‘, 흥미로운 광고’에

문화적 원형’이란 신화나 전설 속에 형상화되어 있는 많은 상징 가운데 핵심적이고 보편성이큰 것들을 말한다. 그 보편성이란 한 집단 내 대다수 구성원들의 누적된 공통적 경험에 의해 생겨나고 후대로 전해져 획득하게 된 것이다.

문화적 원형 가운데에는 특정 집단이나 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적 보편성을 갖고 있는 원형들도 있다.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8가지를 꼽고 있다.

원(圓)·늙은 현자·태모(太母)·영웅·모녀·아동·그림자·아니마와 아니무스가 그것이다. 문화적 원형이란 것의 존재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쉽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문화적 원형이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례는 계속 쌓여가고 있다.

경험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통찰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으로는 그간의 물량위주의 거친 접근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로운 돌파구를 인문학에서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점점 흥미로워지는 광고의 세계다. 그렇게 흥미로워지는 광고에 한발 앞서 투자하는 기업은 소비자 들의 주의와 흥미를 끌고, 그것이 매출과 기업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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