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 되고 미군이 진주하면서 바로 주한미군방송인 WVTP가 개국했다. WVTP는 극동방송네트워크(Far East Network)의 지역국과 같은 위상의 방송이었고,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AFRS(Armed Forces Radio Service) 본부가 있는 LA로부터 가져왔다. WVTP는 대중음악프로그램 같은 오락프로그램을 대거 방송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고, 대중음악인이나 방송인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비록 언어적 장벽은 있었지만, 다양한 오락프로그램을 제공하는 WVTP가 당시 한국의 방송보다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어공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생겼기 때문에 WVTP를 청취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났다. 이렇듯 WVTP는 한국인에게 미국의 대중문화를 경험하도록 해주고 미국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경로였다. 그러나 당시 한국인이 소유한 라디오 수신기가 많지 않았고, WVTP의 출력이 높지 않아 WVTP가 당시 사회에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또한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5년 동안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무조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WVTP를 통한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이 아직 전면적인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