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처음 등장하던 시절, 동영상 매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먼저 동영상을 만든다는 일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상당했다.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 해도 영상을 누구나 볼만하게 만들려면, 최소한 수준의 영상 문법이 필요한데, 이를 도와주는 것이 편집이나 자막이다. 보통은 카메라만 있고, 편집을 위한 장비가 없거나, 편집 프로그램 자체도 사용법이 어렵다 보니, 아마추어의 영상은 지루하게 쭉 찍어 둔 개인적인 영상 기록물일 뿐, 보편적으로 볼만한 영상을 만드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2000년대 말 유행했던 UCC와 같은 프로모션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기 어려웠던 건 이런 이유가 컸다. (UCC를 포장한 대행사의 제작 영상물이 많았던 기억은 난다.)
둘째 동영상에 대한 트래픽은 기존에 이미지, 텍스트 위주의 웹 환경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터넷 회선, 혹은 모바일 데이터가 동영상 전송 속도를 지원해 주느냐 문제는 기본이다. 더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을 했을 때, 매체 서버가 동영상을 보기 위한 모두의 접속을 감당하여 안정적인 영상 트래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서버의 수준은 이미지를 주로 올리는 SNS조차 주말 저녁이면 서버가 불안해지기 일쑤였다. 그런 과거를 생각해 보면 그 수백, 수천배의 트래픽이 요구되는 동영상 매체 서비스로서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또 보는 매체가 됐다는 세상의 변화는 대단하게 느껴진다.
OTT로 정의되는 콘텐츠 서비스들의 등장도 유튜브 초기와 같은 우려가 많았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그래왔듯 대규모의 데이터센터에 기반하여 동영상 전송을 안정화시키는 것까지는 예산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갈 콘텐츠라는 건 소프트웨어로서 단순하게 하드웨어처럼 집적량을 늘린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 운 좋게 한 두 개 콘텐츠로 이슈가 됐다고 해서 꾸준하게 시청량이 유지되지 않는다. 이에 OTT는 기존 방송이나 영화와 같이 콘텐츠를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만들어내는 기존 콘텐츠 사업자에 종속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수익 모델일 것이라 생각했다. (불과 5, 6년 전 얘기다)
자체 프로그램을 만든다 해도 잠깐의 이슈라면 모를까 꾸준한 비즈니스가 가능할까? 그러나 이런 우려도 어느새 OTT의 무수한 자체 콘텐츠와 이를 통해 가입자 수가 천만을 훌쩍 넘나드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마치 놀랄 시간도 없이 놀라워진 시대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이와 같이 유튜브와 OTT는 각각 단기간에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조건들을 제거하며 디지털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는 나아가서 디지털뿐만 아니라 TV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편의성을 개선하면서 채널 기반의 실시간 TV매체를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OTT 서비스 이용 시 사용하는 기기는 여전히 스마트폰이 66.3%로 우세하지만, TV 역시 9.2%로 적지 않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다른 조사에서 OTT 중 넷플릭스는 TV를 통해 시청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TV라는 기기는 개인 기기가 아닌 가족 구성원이 공통으로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기에 이런 비중은 서서히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TV매체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미디어 플래너들도 그 설명 방식을 조금씩 다르게 전개해 왔다. 최초에는 TV는 오로지 실시간 채널로서 고유의 관습화된 매체 이용 시간, 즉 프라임 시간을 주로 언급하여 TV만이 할 수 있는 매체의 속성을, 다음에는 모바일과 동시에 활용하는 행태를 활용하여 TV를 보면서 모바일로 검색하거나, 심지어 구매도 할 수 있는 공생 관계의 매체로 TV매체의 특징을 언급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TV 안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가 불분명한 시대가 되고 있다. TV를 보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TV가 아닌 시대. TV매체를 산다는 건, 실시간 송출되고 있는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들을 통해 광고를 구매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는데, 유튜브와 OTT가 자체적인 콘텐츠를 TV에서 시청 가능하게 된 지금, 미디어 플래너들은 TV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분명한 점은 TV 혹은 디지털로 이분법적인 설명만큼은 불필요해지는 시대로 간다는 점일 것이다.
이와 같이 최근 TV를 둘러싼 매체 시장은 지금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디지털과 TV는 적어도 서로의 영역을 지켜왔다. 솔직히 얘기하면 초창기 TV매체는 콘텐츠를 무기로 아주 유리한 위치에서 디지털 확장에 대한 충분한 시간을 선점했었다. 그러나 TV 그대로를 확장해 디지털에서 다각도로의 접속할 수 있는 방식에 신경 썼더라면 좋았겠지만, 디지털에서 보는 TV콘텐츠는 대부분 개별 대체 광고 판매를 통해 또 다른 수익원처럼 여겨지면서, 디지털로 분산된 광고는 실시간 TV매체 광고의 영향력을 낮춰왔다. 아마도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수익을 내는 방식이 우선이었던 시대였으리라.
그 사이 디지털 매체는 불가능할 것 같은 허들을 제거하면서 TV에만 사로잡혀 있는 기존 실시간 TV매체를 대체하려 하는 중이다. 이런 디지털 매체가 TV만을 위한 상품을 따로 파는가? 아니다. 디지털에서 보여주던 방식 그대로를 TV에서도 확장하며 도달률을 비롯한 대형 시청 화면에서의 광고가 보여주는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디지털의 침공은 기존 실시간 TV매체의 마지막 골든 타임을 정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겠지만, 선례를 보자면 앞으로 그리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참고]
세대별 OTT 서비스 이용 현황 (2022,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나스미디어 NPR,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