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WINGSTOP, 치킨을 파는 게 아니라고 외치는 치킨 브랜드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5.11.07 10:46 조회 50

WINGSTOP,
치킨을 파는 게 아니라고 외치는 치킨 브랜드

글 김유림 팀장 | 스프링앤플라워





치킨이 아닌 플레이버(FLAVOR)
레몬 페퍼. 이 단어에는 특유의 사운드가 있다. 입 안에서 바삭한 소리가 감돌고, 뒤이어 미세한 시트러스의 상큼함도 퍼지는 듯하다. 단어를 언급하는 찰나의 순간, 하나의 장면이 연상되는 듯도 하다. 윙스탑을 말할 때 사람들이 ‘치킨 브랜드’가 아닌, ‘플레이버(FLAVOR) 브랜드’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는 ‘윙봉’이라 불리는 존재감이 크지 않은 제품군으로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치고 있는 윙스탑. 이들은 메뉴를 늘어놓기보다, ‘플레이버’라는 언어로 세계관을 구축한다.

때로는 농구 코트에, 때로는 소셜 피드에, 때로는 친구와 가족과 모이는 집의 한 공간에 일관된 언어로 스며든다. 광고로 떠드는 대신,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간과 장소의 중심에서 하나의 장면을 설계하는 브랜드인 것이다.

윙스탑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남부의 그 대책 없는 뜨거움과 스포티한 문화가 교차하던 곳에서 첫 발을 뗐다. 초창기 매장은 항공 모티브의 레트로 감성으로 유명했지만, 사실 윙스탑을 브랜드답게 만든 건 하나의 문장이었다.

‘We’re not in the WING business. We’re in the FLAVOR business. (우리는 윙 비지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플레이버 비지니스를 한다.)'

윙스탑의 이 선언은 곧 브랜드의 전략이자 운영 원칙이 됐다. 어떤 메뉴를 파느냐가 아닌, 어떤 경험을 반복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태도. 그래서 윙스탑은 윙/봉에서 순살, 텐더, 샌드위치로 확장되어도, 단순 제품의 확장이 아닌 ‘플레이버’를 경험하는 스펙트럼의 확장으로 읽힌다.






브랜드가 아닌 친구, 장난스러운 선동가
윙스탑을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한 마디로 ‘장난스러운 선동가’라 할 수 있다. 마케팅 메시지는 늘 한 발 더 과감하게 앞서고, 위트는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사소한 결정—“오늘은 이 맛으로 가볼까?”—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래서 윙스탑이 던지는 메시지는 브랜드의 설득이라기보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같이 놀고 싶은 가까운 친구의 제안에 가깝다. 덕분에 윙스탑의 소비자
는 구매자가 아닌 참가자가 된다. 어떤 날은 윙봉에 갈릭 파마산의 풍미를 얹고, 다른 날은 아토믹으로 화끈하게 결을 바꿔 보기도 한다. 윙스탑의 다양한 플레이버를 조합하는 건 하나의 놀이가 되어 저마다 나만의 공식을 만들고, 윙스탑의 정체성이 되어 브랜드의 영속성을 가져가는 팬덤을 형성한다.

윙스탑은 장난스러운 선동가로써 이런 팬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윙스탑은 브랜드 런칭 초기부터 스포츠와 가까웠다. 미국에서는 스포츠와 윙은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윙스탑은 이 전통적인 결합을 요즘의 언어로 접목하여 지속하고 있다. NBA가 열리는 밤이면 집관을 위한 주문이 쏟아지고, 소셜 피드에는 ‘오늘의 조합’이 자발적으로 확산된다. 광고를 하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은 윙스탑을 중심으로 모여있다.

윙스탑과 문화의 조합은 이 뿐만이 아니다. 마치 한정판 스니커즈의 드롭을 기다리듯, 신메뉴를 공개하는 방식도 매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타깃의 문화에서 접목해 만들어낸다. 매년 돌아오는 ‘National Chicken Wing Day(치킨 윙 데이)’에는 서프라이즈 코드가 공개되며 하나의 축제를 만들기도 한다.

타깃이 즐기는 문화를 접목해 윙스탑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강화하는 팬덤. 윙스탑은 그저 판을 벌리고, 사람들은 윙스탑이 깔아둔 판 위에서 자신들의 서사를 쌓는다. 이런 서사는 위기의 순간에 더 재치를 발휘한다.

어느 해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윙 자체의 원가가 요동쳤다. 많은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느끼던 순간, 윙스탑은 장난스러운 선동가의 기질을 또 한 번 발휘했다. ‘Where Flavor Get Its WINGS THIGHS.’ 윙이 없는 윙스탑에 사람들은 더 열광했다. 농담처럼 시작된 Thighstop은 단숨에 65억 뷰를 터트렸고, 매출은 10%, 주가는 8%가 상승했다. 윙이 없다 해서 브랜드가 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플레이버의 설계가 윙스탑만의 언어이자 경험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도발적인 실험을 통해 몸소 입증한 셈이다.



플레이버, 각국의 문화와 교감하는 감각의 언어로
윙스탑은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지만, 그 언어는 각국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번역되고, 해석되며, 감각의 언어로 문화와 교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레몬 페퍼’가 힙합과 스트릿 문화와 연결되며 일종의 슬랭처럼 회자되고, 프랑스에서는 ‘미국식 플레이버’라는 호기심이 새로운 식문화로 확장된다. 호주에서는 상륙 소식만으로도 “드디어”라는 반응이 터져 나오며 기대감이 먼저 밈처럼 퍼진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단방향 확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었던 단맛과 감칠맛의 조합은 시즌 한정 플레이버로 개발된 뒤 미국 시장에 도입됐고, 다음 시즌에는 전 세계고정 메뉴로 재탄생했다. 많은 브랜드가 말하는 ‘로컬을 존중한다’는 구호가 선언에 그치는 반면, 윙스탑은 실제 소비의 피드백이 브랜드 시스템에 순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브랜드가 미디어를 사지 않고도 문화가 될 수 있는가? 윙스탑은 그 질문에 이미 세계 시장에서 플레이버라는 언어로 답을 쓰고있다.


가장 실험적인 무대의 한국 시장
윙스탑은 지금, 가장 실험적인 무대에 서 있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플레이버라는 언어로 팬덤을 축적하고 있지만, 한국은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이미 성숙한 시장이다. ‘윙봉’은 대중적 인식이 약하고, 낯선 방식의 소비를 제안해야 한다. 때문에 윙스탑이 한국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단순한 확장이 아닌 태도와 운영의 실험에 가깝다.

광고로의 단기 파급보다, 루틴이 형성되는 시간을 설계하고, 팬의 손에서 브랜드의 플레이버 공식이 완성되도록 유도하는 방식. “오늘의 윙스탑 플레이버를 고르자”라는 말이 하나의 문화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윙스탑은 그 실험을 한국이라는 예민한 시장 안에서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전통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이건 꽤나 어려운 싸움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윙스탑의 세계관이 한국의 감각과 맞닿을 수 있다면 윙스탑은 가장 예기치 않은 무대에서, 브랜드의 다음 챕터를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adz ·  9/10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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