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분석
2008년은 세계경제에 있어 위기와 시련의 한 해였다. 우리 경제는 돌이켜 보면 당시 다른 선진국들보다도 훨씬 양호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하락에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할 만큼 평가절하되었다.
그 결과 다른 나라들은 08년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폭락과 경기위축으로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까지 하락하여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었으나 우리나라는 금년 초반까지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를 유지하다가 최근에서야 2%까지 상승률이 둔화되었다.
금년 상반기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는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인해 계속 하락하였으나, 우리나라는 환율로 인해 물가는 4월까지도 3% 후반에 머무르다가 5월부터 환율이 1,200원대로 진입하면서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금년 1월 3.7%까지 하락했으나 2월에는 환율급등으로 4.1%까지 다시 상승하였다가 이후 6월 2.0%까지 하락하였다. 7월에는 별다른 요인이 없는 한 1%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동향(전월비)을 2008년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08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낮다.
부문별로 볼 경우 농축수산물은 2008년에 비해 봄가뭄 등의 영향으로 큰 변동성을 보이며 더 높게 상승하였고, 공업제품은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과 2월 이후 환율의 하락으로 2008년에 비해서는 크게 안정된 모습이다.
개인서비스의 경우에도 경기위축으로 2008년보다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공공요금은 2008년부터 정부의 인상최소화 방침에 따라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공공요금의 인상은 없었으나 지자체가 결정하는 택시요금 등 일부 요금이 상승하는데 그쳤다.
2. 향후 소비자물가 전망
3월부터 금융• 자산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올해 초의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원자재가격도 올해 초 저점대비 상당히 상승하여 물가에 다소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원유가를 보면 올해 초 30불 후반에서 100% 가까운 70불까지 상승한 후 다시 60불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향후 국제원자재나 원유가격이 현 수준에서 더 상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 상반기의 국제원자재, 원유 가격의 상승은 작년 하반기 수요 감소와 투기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가면서 고점대비 70%까지 폭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
또한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수요가 회복된 상황이 아니어서, 수급여건이 향후 계속적인 상승을 뒷받침 해 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유의 경우 작년 최고치를 보이던 7월에 비해 추가 생산여력이나 재고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환율이 점차 안정되어 감에 따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을 상쇄시키고 있으며 환율이 더 하락할 경우 물가를 더욱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상승률 수준이므로 디플레갭이 존재하여 총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보다는 하락요인이 더 큰 상황이다.
따라서 하반기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률은 2%대에서 안정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2009년 연간 상승률도 2% 후반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유동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즉, 경기회복이 서서히 가시화될 경우 풀렸던 유동성이 강한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에 따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통화유통속도를 보면 아직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강하게 반등하면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이 투기화되지 않도록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므로 우려스런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유동성 확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3.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한 최근 정책과제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경제구조가 선진화되면 물가를 정책적으로 다룰 필요성은 낮아진다. 선진국에서 물가를 정책적으로 다루는 부서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정부의 인위적인 물가관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에 따라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의 물가정책은 사라지게 되었다.
정부가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주요 생필품의 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하려고 만든 ‘52개 주요생필품 물가’(MB물가)에 대해 정부가 인위적인 관리를 다시 부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다만, 여기서 짚어 봐야 할 것은 시장이 경쟁을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냐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소비자와 기업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는 가격수준이 결정되고 있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겠으나, 우리나라는 내수가 크지 않고 대기업이 발달한 반면 수입은 활성화되지 않아 과점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밀가루, 설탕, 라면, 제과• 빙과 등 식료품과 자동차, 대형 가전 등은 과점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산업들이다.
따라서 가격이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는 지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역할을 정부와 소비자 중 누가 하는 것이 좋은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소비자가 소비자권리 차원에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정부는 정책을 통해 인위적인 관리를 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고, 시장경제에 위배되는 정책으로 인식될 여지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금년부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가격 모니터링을 위한 ‘원가분석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아직 출범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초기에 업무개발 및 기업들과의 협조 과정 등에서 시간이 필요하여 많은 품목들을 다루지 못했으나 기저귀, 세제의 원가분석과 유통과정을 분석하여 발표한 바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품목들을 다룰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체감물가를 완화하는 정책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사실 지표와 체감의 괴리감은 비단 물가지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수란 평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증권시장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주보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주가 더 크게 오를 경우 체감지수는 KOSPI가 아무리 올라도 일반 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물가도 489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이므로 실제 국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의 가격이 많이 상승하면 체감물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 구입빈도가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152개 품목), 신선식품지수(51개 품목) 등의 보조지표이다.
실제 작년 주요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를 때 생활물가지수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하였고,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이 많이 상승하여 신선식품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다. 또한 소비자물가는 5년마다 한 번씩 개편되다 보니 개편후 4~5년이 되면 체감도가 많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편후 3년이 지나면 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보조지표 개발이나 지수 개편보다 국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변동성이 큰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4. 물가안정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
2009년은 물가안정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한 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정부는 인위적인 물가정책은 배제하되 물가안정을 위하여 비대칭적인 정보부족의 해소와 시장경쟁 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선 소비자의 정보부족 해소를 위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신설한 원가분석팀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아울러 주요 생필품 등의 가격정보를 조사• 공개하여 제조단계 뿐만 아니라 유통단계에서의 가격정보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계 기관들과 구체적인 공개방법 및 공개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체감물가와 물가지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지수개편은 물론 변동성이 높은 농축수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연구• 검토하고 있으며 정책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경쟁과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들을 시행할 것이며, 여기에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책정하는 가격에 순응하기 보다는 소비자주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기업에 전달하여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앞으로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협력과 역할분담이 중요하며,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적극적인 협력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종화 ●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