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자전거와 CMS, 그리고 미디어 개혁
이노션 기사입력 2016.01.20 10:41 조회 3889


 
MEDIA INNOVATION IN THE MOBILE AGE

모바일 시대를 겨냥한 미디어들의 혁신 목표는 뭘까? 일단 독자들에겐 모든 기기에서 끊김 없는 읽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반면 생산자인 기자들을 위해선 콘텐츠 생산을 비롯해 각종 툴과 기술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광고 역시 모바일 환경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모바일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웹과 다른 방식으로 읽고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바일이라고 할 때는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에서는 어떻게 읽고 쓰는지에 대해 먼저 탐구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시대를 겨냥한 미디어 혁신의 핵심 요소는 뭘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콘텐츠 전송 시스템(CMS)이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장녕2에서 소개한 IT 저널리즘 실력자 토폴스키가 복스를 택한 가장 큰 이유도 CMS였다. 복스의 CMS는 관련 이슈를 비롯해 각종 통계자료, 핵심 키워드 같은 것들을 빼월하게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소수정예 기자들이 어떤 이슈를 집중적응로 처리하는 데 최적의 시스템이라는 평가가 많다. 마찬가지로 워싱턴포스트의 스타 기자 에즈라 클라인이 복스로 갈 때도 탁월한 CMS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CMS로 대표되는 테크놀로지는 미디어 혁신의 핵심 요소다. 기자를 비롯한 콘텐츠 생산자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최고 무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제아무리 선진적인 CMS라도 조직이 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괜히 불편한 점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개한 자전거 사례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던져준다. CMS를 비롯한 기술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조직원 혁신이 뒤따라야만 한다는 교훈. 돈 들여서 자전거 무게 1kg 줄였으니 이젠 쌩쌩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슬픈 교훈.


장면1. 자전거 타는 풍경

자전거는 가벼울수록 좋다. 평지뿐 아니라 언덕길도 한층 수월하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갖고 다니는 것도 좀 더 수월하다. 그래서 자전거 마니아들은 계속 가벼운 제품을 찾는다.

문제는 자전거 무게를 줄이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1kg 줄이는 데 100만원 정도”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웬만한 라이더들은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자전거 무게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타는 사람이 최적화돼 있지 않으면 효과가 별로 없다.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다. 1kg 줄였는데, 타는 사람이 뱃살이 나오면서 몸무게가 2kg 늘었다면 오히려 전체 무게는 1kg 증가한다. 100만원 투자 효과가 사라진단 얘기다.


장면2. 혁신이 있는 풍경

 2011 4월. 미국 거대 인터넷 회사인 AOL에 인수된 IT 매체 엔가젯에 분쟁이 생겼다. 편집권 분쟁이었다. 기자들은 모회사인 AOL이 부당하게 편집권을 침해했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그 일로 핵심 기자들이 엔가젯을 떠났다. 그런데 엔가젯 기자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당시 엔가젯 기자들의 이탈을 주도한 조수아 토폴스키는 IT 저널리즘 쪽에선 손꼽히는 실력자였다. 그가 8명의 동료와 함께 엔가젯을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러 매체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토폴스키와 친구들’은 복스미디어를 선택했다. 요즘 유행하는 ‘카드 뉴스’의 원조인 복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영향력은 갖고 있지 못할 때였다. 하지만 토폴스키는 큰 고민하지 않고 복스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6개월여 준비 끝에 ‘더버지(The Verge)'라는 신생 매체를 만들었다. 더버지는 짧은 시간 안에 IT 저널리즘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삼국지> 맹장 관우의 상징이나 다름없더 보검 청룡언월도를 한번 떠올려보자. 나관중의 <삼국지>에는 관우가 홀로 청룡도를 들고 적진을 유린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무게가 약 20kg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청룡도는 관우의 무예를 극대화해준 최적의 무기였다. 하지만 관우의 손을 떠난 청룡도는 더 이상 위력을 발위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무기라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장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무기를 잘 썼던, 그리고 그 무기에 최적화된 장수의 손을 떠난 청룡도는 더는 적군을 벌벌 떨게 하던 무서운 무기가 아니었다.

기업들의 혁신 시도가 투자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미디어들은 제대로 혁신을 수행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기본적으로 투자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잇다. 게다가 혁신은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구성원의 의식 변화 없이 기술만 도입한 때문일 경우도 적지 않다.

다시 앞의 자전거 얘기로 돌아가보자. 큰맘 먹고 평소 끌고 다니던 자전거보다 훨씬 가벼운 제품을 구입할 경우 처음엔 살짝 어색하다. 몸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타고 다니다 보면 이전엔 생각도 못한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성능이 동일할 경우 무게가 가벼우면 훨씬 잘 나가는 게 순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을 게을리해서 라이더의 몸무게가 종전보다 더 늘었다면 어떻게 될까? 경우에 따라선 종전보다 더 달리기 힘들 수도 있다. 기술을 혁신했지만, 인적 쇄신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무게 못지않게 라이더 단련에도 신경 쓰는 것. 청룡도만 안겨줄 게 아니라, 그 무기를 잘 쓸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도 함께하는 것. 그래서 그 무기를 제 몸에 맞게 단련시키는 것. 어쩌면 그게 진정한 혁신의 완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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