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광고 이야기 - '냉장고에서 와르르~' 행복한 상상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0.06.29 11:44 조회 3246





 
글 ㅣ 황순욱 (YTN 뉴스앵커, 기자)

 
‘냉장고를 열었더니 바나나맛우유가 와르르 쏟아진다’.

광고의 주인공은 다소 당황하는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흐뭇해 할 것이다. 나는 그 흐뭇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바나나맛우유 광고를 볼 때마다 피식 웃는다.

내가 어린 시절(1970~80년대)에는 바나나가 귀했다.

이유는 값이 매우 비쌌기 때문이다.

바나나 한 개가 500원에서 1000원 정도였고 과자 한 봉지가 기껏 50원이었으니, 그 당시에 바나나를 먹는다는 것이 마치‘부의 상징’과도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하고 우습게 들릴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바나나가 수입이 되지 않는데다, 국내 재배도 거의 없어 값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우루과이라운드로 수입다변화가 되면서 지금은 20여 년 전 그 때 그 가격으로 마음껏 사먹을 수 있지만 말이다.

내가 그렇게‘귀한’바나나를 먹을 수 있는 때는 아플 때였다.

간혹 독감에라도 걸려 밤사이 39도를 훌쩍 넘는 고열로 사경을 헤매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나올 때, 엄마는 내 손에‘비싼’바나나 한 개와 ‘바나나맛우유’한 개를 손에 쥐어주었다.

바나나 두 개가 아니고, 왜 하필‘바나나 + 바나나맛우유’세트였는지는 모르겠다.

엄마 눈에는 바나나가 뻑뻑해 보여서 그랬나?

여하튼 아플 때만 먹을 수 있는‘환상의 바나나와 바나나맛우유 세트’는 아픈 주사와 머리가 깨질 듯한 고열의 고통도 한 방에 날려주는 ‘신비의 명약’이었다.

차라리 쓰디쓴 감기약보다 훨씬 낫다고 할까.

바나나와 바나나맛우유를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때는 병문안 갔을 때다.

친척 가운데 누군가 병원 신세라도 질라 치면, 나는 병문안 길에 선뜻 따라 나섰다.

아픈 환자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선물로 들어온 바나나와 바나나맛우유를‘얻어’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병문안 가는 길이 즐거웠다.

환자 머리맡에는‘귀한’ 바나나와 ‘비싼’ 바나나맛우유가 쌓여있었다.

간혹, 몇 개를 받아올 수도 있었다.

아마, 당시에는 바나나가 귀해서 바나나맛우유도 덩달아 귀한 취급을 받았나보다.

어린 마음에는‘바나나맛우유’가‘흰 우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엄마가 잘 안 사주는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이해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수십 년이 지나 내가 부모가 된 지금은 이해한다.

‘ 맛없는 흰 우유’는 매일같이 챙겨주시는 엄마가‘맛있는 바나나맛우유’는 왜 가끔 사주셨는지를 말이다.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라‘흰 우유’ 가 진짜 우유라는 사실을 이젠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바나나맛우유’는 아직까지도 영원한 추억의 명품으로 내 기억속에 남아있다.

다시‘바나나맛우유’광고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처럼 귀한‘바나나맛우유’가 냉장고에서 와르르 쏟아진다는 것은 정말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침팬지에서 유명 연예인들로 광고 주인공은 여러 번 바뀔지 언정, 와르르 쏟아지는 바나나맛우유 광고 컨셉트가 변함없이 유지되는 이유도 나의 경험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그래서 집사람과 마트에 가면, 꼭 바나나맛우유와 바나나 송이를 슬쩍 장바구니에 넣는다.

냉장고에서 와르르 쏟아지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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