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마케팅열전 - 런던 올림픽 그리고 국민 운동 캠페인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0.06.30 04:45 조회 5920




 
글 ㅣ 최병두 프로 (제일 월드와이드  영국법인)


 



 
런던 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스트렛퍼드(Stratford)에 위치한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건설에만 90억 파운드(약 18조 원)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여 - 전체 비용 중 63%는 정부, 23%는 국가 복권(National Lottery) 기금, 13%는 런던시가 부담하는 구조 - 되었지만, 2009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를 감안할 때, 영국인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약 3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또 하나의 경제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다.  
 


 
영국 정부의 골칫거리, 비만

영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9개의 금메달을 따 종합성적 4위에 오른 유럽의 스포츠 강국(특히 조정, 요트, 수영, 사이클은 8개의 금을 따낸 우세 종목임)이다. 당연히 영국 정부 및 스포츠계는 이런 상승세를 2012년 올림픽까지 이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스포츠적 자신감과는 별개로 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가 있으니 다름아닌 전 국민적‘비만 (Obesity)’ 이다.
 

2006년 9월 리치 트레이스라는 영국인이 자신의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로 거처를 옮기려다 뉴질랜드 이민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그의 아내 로언이 너무 뚱뚱하기 때문이었는데, 뉴질랜드 정부의 입장은 비만한 외국인들로 인해 자국의 보건 재정을 낭비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 일은 영국의 비만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필자는 2008년 6, 7 월호에서 영국 사회가 직면한 비만 이슈를 다룬 바 있다.

<데일리 미러(Daily Mirror)>가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한 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수천 명이 극심한 비만으로 인해 직업을 갖지 못하고 국가가 제공하는 수당으로 연명하고 있다.

건강 상의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근로 부적격 수당(Incapacity Benefit)’ 의 신청자 가운데 2130명이 비만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함께, 비만으로 인한 당뇨와 암 등의 질병으로 수당을 신청하는 이 들의 규모도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어, 상당수의 영국인들이 비만으로 인해 일을 하지 않고 정부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적인 뚱보의 나라

비만은 영국인들의 건강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매년 과체중으로 암을 키우는 영국인들이 무려 1만 9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조사보다도 무려 50%나 증가한 것으로, 세계 암 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ch Fund)의 조사에 따르면 비만은 유방암, 대장암, 식도암, 간암, 췌장암, 자궁암, 담도암 등 주요 7개 암 발병 원인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세계암연구기금의 의료 자문 마틴 와이즈먼 (Martin Wiseman) 교수는 매년 암 진단을 받는 영국인들이 적정 체중을 유지했더라면 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문제는 이 같은 비만 인구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영국의 성인들뿐 아니라 소아비만도 심각한데, 2010년 영국 NHS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4세에서 5세 사이의 아동 중 약 25%가, 10세에서 11세 사이 아동 가운데 1/3 이상이 소아비만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09년 BBC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영국 어린이들이 건강 유지 및 비만 예방을 위해 권장 되는 적정 운동량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잉글랜드 내 2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체인지 포 라이프(Change4Life) 캠페인을 실시한 뒤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72%가 학교 수업시간 외 권장되는 적정 운동량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의 무려 45% 가 등교 전에 TV를 시청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매 저녁 식사 후 일정한 신체 활동을 하는 어린이들은 22%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이 같은 운동 부족이 당뇨와 암, 심장병 등 비만으로 유발되는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소아비만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아기 중 성인병 발생률도 높이기 때문에 공중보건을 해치는 21세기의 새로운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국민 운동 캠페인

남녀노소를 막론한 범사회적 비만 이슈가 국가의 막대한 재정부담(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 때문에 영국 정부는 초당 3000파운드(약 5000달러)를 보건 예산으로 쓰고 있고 영국 국민이 자전거 타기를 지금보다 20%만 늘리면 보건예산을 연간 5000만 파운드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함)으로 현실화되자 영국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사회각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보수당의 노동연금 담당 제임스 클래핀슨(James Clappison) 의원은 노동당 정부가 영국의 비만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같은 영국인들의 비만 문제가 영국의 경제에 끼치는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이 같은 비만 인구의 수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이 자신들에게 적합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당 대상자 심사를 철저히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근로 부적격 수당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신청자가 실제로 일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인지를 검증하는 개인역량 평가(Personal Capability Assessment)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스포츠는 좋아하지만, 운동은 싫어하는 영국인


영국 정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국민적인 ‘운동하기 캠페인’ 도 시작했다.

푹신하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TV를 통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응원이나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영국 정부가 “일어나 자전거라도 좀 타라”“ (정말 운동이 싫다면) 그냥 춤이라도 추어라” 고 독려하고 있다.

앤디 번햄(Andy Burnham) 영국 보건부장관은 최근 “영국은 스포츠를 사랑하지만 국민은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2012년이면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데 이제 국민들이 날씬한 몸매를 준비할 때가 됐다” 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잡았다.

10년 내 영국을 국민운동량 세계 4위로 올려 놓아 (2009년 국민운동(량) 랭킹에서 영국은 유럽 국가 중 21위), 올림픽 강국의 위상(영국은 런던 올림픽에서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 맞는 건강국가를 만들어 보겠다는 얘기다.
 
더불어 영국 정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이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모든 공공 수영장을 무료화하여 국민건강 증진 및 올림픽 이후 스포츠 시설 이용 활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활용하겠다는 플랜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먼저 1단계로 오는 2012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1600개 수영장을 60세 이상 노인과 16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무료 개방한 뒤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단계 조치로 혜택을 받는 노인과 청소년 인구는 2000만 명에 이를 전망인데, 영국 정부는 전 국민 수영장 무효화를 위해 총 1억 3000만 파운드(한화 약 2600억 원)의 예산을 편성(이 가운데 8000만 파운드는 요금무료화로 인한 지자체의 손실 보상으로, 나머지 5000만 파운드는 노후 수영장의 시설 보수 비용으로 쓰이게 됨) 했다.


요원해 보이는 건강 올림픽의 꿈

이런 강도 높은 정책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비만대국(미국, 멕시코에 이어 3위)이란 오명을 벗어나게 해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에 가깝다.

이유는 이미 2008년 이후 영국 아동들의 비만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면서 영국 정부가 학교 내 비만 프로그램과 가정용 비만 프로그램(살을 빼면 정부가 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 포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재까지도 실제 성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영국인들이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비용이 문화·레저 비용의 세 배나 될 만큼(2009년 4월호에서 다룬 바 있음) 식도락을 즐기는 문화(각종 파티 명목으로)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정부의 필사적인 대국민 운동(?) 캠페인에도 불구, ‘ 건강(비만퇴치) 올림픽’ 보다는‘문화 올림픽(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4000만 파운드를 투입해 런던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각종 문화 예술 축제를 지원할 예정)’ 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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