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HONG IS] 지하철에서 마라도까지… 자장면을 부르는 전파의 힘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0.09.28 04:13 조회 11150






글 ㅣ 양두도 (어카운트솔루션4팀 대리)



15초 광고’에도 제품의 속성은 물론 혜택까지 전달하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12년 전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이동통신 광고의 전설이 된 신세기통신 파워디지털017의 자장면 배달 시리즈. 지금 생각해도 무릎을 치게 하는 기발한 광고기획이었다. 광고기획자인 내게 신세기통신의 자장면 시리즈는 언젠가 꼭 한번 만들고 싶은 광고의 ‘롤 모델’이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던가? 모 예능 프로그램에 푹 빠져서 본방송은 물론 재방송까지 꼬박 챙겨본 적이 있다. 그때 방영된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예인이 순간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운명에 처하는 ‘인생극장’ 편이 있었다.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에피소드는 멤버 중 한 명이 마라도에서 자장면을 먹는 것으로 끝났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마라도에 정말 자장면집이 있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문득 오래전에 본 광고 한 편이 떠올랐다.


전파의 힘을 보여준 ‘자장면 시리즈’

‘삐삐’로 불리던 무선 호출기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찾아온 휴대폰의 시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양분하고 있던 초기 휴대폰 시장에 PCS 3사(016, 018, 019)가 진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에 SK 011은 기지국 수가 많다는 장점을 내세워 광고를 시작했고, PCS 3사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리고 신세기통신은 PCS보다 우월한 품질을 강조한 ‘전파의 힘’을 경쟁 무기로 내세웠다.

그렇게 탄생한 신세기통신 파워디지털017 ‘자장면 시리즈’의 첫 광고. 지하철에 현장 리포터로 당대 최고의 개그맨인 김국진이 등장해 “전파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며 ‘전파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지하철 문이 열리고 자장면 배달원 복장을 한 이창명이 등장해 자장면을 시킨 김국진을 찾는다.
 
“어라? 진짜 왔네!” 하며 깜짝 놀란 김국진은 이창명을 외면하려 하지만, 한참 두리번거리던 이창명은 김국진에게 다가가 묻는다. “아저씨! 자장면 시키셨죠?” 시청자에게서 큰 호응을 이끌어낸 이 광고는 이후 날아가는 비행기에까지 배달하러 온 이창명을 “짬뽕을 시켰다”며 돌려보내는 ‘비행기’ 편과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진짜 자장면 집을 생기게 한 ‘마라도’ 편까지 시리즈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올라타 “자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는 이창명에게 김국진이 다가간다. 반색하는 이창명. 그러나 김국진의 대답은? “아니 짬뽕!” 첫 편과 이어지는 스토리에 반짝이는 반전까지 더한 두 번째 편 역시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보인 세 번째 편은 마라도로 배경을 옮기며 더 광대해진 스타일을 자랑했다. 먹구름이 잔뜩 낀 울릉도 앞바다에 위태롭게 떠 있는 나룻배 한 척. 힘겹게 노를 젓는 이창명이 애처롭게 소리친다. “자장면 시키신 분~!” 이때 017 휴대폰을 통해 김국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안한데 말이야, 내가 마라도로 옮겼어.” 망연자실한 이창명은 “못살아”란 한마디를 남긴 채 바다로 빠져버린다.


15초에 담긴 광고전략 ‘나의 롤 모델’


고등학교 시절, 이 광고 시리즈를 볼 때마다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광고를 공부하는 학생이 되었을 때, 이 광고가 ‘자장면’이라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재를 통해 ‘전화가 잘 걸린다’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날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잘 걸리는 전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말해주었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기통신의 광고는 불과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통해 ‘전화가 잘 걸린다’는 제품의 속성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물론 필요성까지 치밀하게 확인시켜주었던 것이다.

현재 광고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내게, 만일 누가 ‘당신이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광고의 롤 모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당히 파워디지털017의 ‘자장면 시리즈’를 얘기하고 싶다. 광고의 웃음 뒤에 정교한 전략을 숨긴다는 것은 광고기획자에게 꽤나 매력적인 일이니까.

우리나라에 이동전화가 도입된 지 26년 만에 ‘1인 1휴대폰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2010년의 통신광고 시장 환경도 1998년의 것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이동통신사들은 전파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통신 서비스가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소비자 혜택에 관해 서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매일매일 쏟아지는 현란하고 멋진 이동통신사의 광고를 보며 나는 불현듯 “저 많은 혜택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오늘 점심은 자장면이나 배달시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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