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142차 BIE 총회에서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유치 확정이 발표되는 순간 대한민국 광고 이벤트 업계 사람들의 이목도 TV에 집중되었을 것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유치와 비교해서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는 다소 떨어졌을지 모르나, 업계 사람들은 이것이 앞으로 대한민국 이벤트 산업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직감했을 터라, 유치 후 한동안 박람회를 통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과 변화에 대비하고자 많은 고심들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총 2조 3,886억 원의 사업비로 100여개 국가, 800만 관람객 참여를 목표로 하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창출해낼 수많은 전시, 행사이벤트, 광고홍보 사업이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광고, 이벤트 회사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치 이후 개최 90여일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약 4년여의 준비기간 동안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발주한 사업은 크고 작은 사업을 합하여 170여 개에 달하며, 특히 광고, 전시, 이벤트 사업 수행을 위해 50여 개의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사들의 협력 업체들까지 계산하면 실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업계 관계자가 어떤 식으로든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몸을 담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70년 오사카만국박람회 이후, 일본에서 박람회 열풍이 불었듯이, 대한민국에도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이후부터, 지자체들이 홍보 수단으로 지역 특화 산업을 주제로 한 수많은 박람회 및 축제들을 런칭하고 있으며, 이는 어느 새 그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거나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앞으로의 업계 트렌드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적 마케팅의 장으로 박람회를 바라보는 기업들
최근 이벤트 흐름을 보면 기존의 단순 전시나 이벤트 개념만으로는 급변하고 다양화되는 각종 미디어 환경 속에서 차별화되기 어려울뿐더러, 수준 높아진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역시 쉽지 않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못지않은 대규모 국제 행사로서, 소비자 접점에서 차별화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어 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자, 통합적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로 비춰지고 있다. 이는 가장 최근에 열렸던 상하이엑스포에 참여했던 한국 기업들이 이미 적지 않은 마케팅 성과를 거둔 바 있기에,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기업들이 거는 기대도 큰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업들이 박람회에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 바로 기업관 참여를 통한 브랜딩이다.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건축, 전시, 이벤트, 운영 등에 통합적으로 담아냄으로써 박람회를 방문한 수백만의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이벤트와는 다른 임팩트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한 이유로 현대자동차, 삼성, 포스코, LG, GS, SK, 롯데 이상 국내를 대표하는 7개 기업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면서 기업관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참여 방식은 바로 스폰서십이다. 기업들이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툴로써 그룹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반면, 스폰서십의 상황은 달랐다. 박람회에서의 스폰서십은 단순 협찬, 기부 활동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국제박람회였던 1993년 대전엑스포는 물론, 그 이후 개최되었던 국내 소규모 지역행사에서도 단순히 휘장 사용을 대가로 후원금을 유치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틀을 깨고, 제대로 된 스폰서십 마케팅 참여로 기업들이 얻어 갈 수 있는 브랜딩 및 사업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으며, 그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가치의 개발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특화된 마케팅 권리와 기회 개발이었다.
스포츠행사 및 다양한 분야의 스폰서십 마케팅을 토대로 2008 사라고사 엑스포, 2010 상해엑스포 현장 답사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후원사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권리를 꼼꼼히 조사했으며, 또한 산업군별 주요 기업과의 미팅을 통해 실질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후원과 연계시키려 노력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기업별로 참여 등급에 따라 차별화된 권리와 기회들을 패키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서서히 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졌고 현재까지 총 19개 기업, 600억 규모의 후원을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박람회 스폰서십 참여가 또 하나의 주요한 브랜딩 및 사업 기회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2012 여수세계박람회 휘장사업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치밀한 전략과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의 구현, 박람회 운영 사업
반대로 얘기하면 아무리 좋은 컨텐츠가 많다 해도 박람회 운영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관람객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다면 관람객들에게 제대로 된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운영은 박람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 파트보다 통시적이면서도 개별 요소 하나하나를 유기적으로 엮어낼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시스템화하여 접근해야 하는 분야가 운영 파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관람객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해야 하는 치밀한 전략과 체계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서는 이 같은 운영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여 한 단계 발전되고 조직적으로 잘 짜여진 운영 업무 체계를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최초로 회장과 전시관의 통합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회장과 전시관 간의 운영 시스템을 통일시키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형성하여 운영상의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전시관과 박람회장 전체에 대한 혼잡 분산 대책을 수립한다거나, 통합적 관점에서의 관람객 동선을 개발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관람객 서비스 방안들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영 관리를 위해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시스템들을 적용하고 있다. 박람회장 내 관람객 혼잡도와 각종 상황을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하여 그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해내는 회장운영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혼잡한 지역의 관람객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동선을 유도하여, 관람객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매우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통합상황실을 구축하고, u-Expo 통합정보시스템으로 수집된 박람회 상황정보를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통합관제서비스를 구현하는 것도 새롭게 도입되는 과학적인 운영 시스템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의 도입도 놓치지 않고 있다. 1993년 대전엑스포 때 인기있는 전시관을 보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이번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전시관 예약제를 통해 내가 보고 싶은 인기 전시관을 대기열 없이 관람하는 편리함을 느끼길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광고이벤트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앞서 언급했듯이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기업, 소비자,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써 그룹관 및 스폰서십 참여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각종 편의시스템 구축을 통해 박람회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줬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트렌드 변화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더 넓은 관점에서 박람회는 기업, 소비자, 업계는 물론 한 도시와 국가까지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오사카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국가이미지 변신은 물론, 기업의 대표 브랜드들을 세계화시킨 사례나, 많은 국제 박람회들이 개최 시점을 기점으로 하여 이후의 관광산업이 크게 부흥했던 사례들을 보아도,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 이후 사후 관리 측면에서 수많은 연계 사업들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꾸어 말하면,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박람회 개막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고 공정률 93%로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으며, 또 대규모 국제행사가 성공으로 결실 맺기를 염원하고 있을 것이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회장운영, 전시관운영과 휘장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입장으로, 이번 박람회의 주요 성과들이 앞으로 개최 될 2013 순천만정원박람회,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등 대규모 국제행사에 의미 있는 길을 밝혀주는 본보기가 되길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