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임신으로 인해 4년동안 계속 해오던 아침 방송을 그만 뒀고 5개월의 휴직 후 복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SBS 주말 8시 뉴스 앵커로 다시 아나운서 일을 하고 있다. 입사 후 8~9년 쉬지 않고 달려왔던 방송생활을 잠시 멈추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원래 변화 자체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육아로 인해 180도 바뀌어 버린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꽤나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냥 먹고 자고 싸고 울어대던 아이가 엄마를 알아보고 뒤집기를 하고, 짚고 일어서 재주를 하나씩 보여줄 때마다 우울한 마음은 조금씩 기쁨과 뿌듯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나운서는 항상 바른 말만 하고 집에서도 정갈하게 옷을 입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은 아나운서들은 식사 때마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식탁처럼) 먹을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정하게 차려입고 프로페셔널하게 뉴스를 진행하는 TV 속 인물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산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더구나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한 끼 식사 제대로 챙겨먹는 것도 영광스러울 때가 많다. 물론 지금은 아이도 컸고 육아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수월하다. 하지만 퇴근한 뒤 장난감으로 엉망이 된 집을 치우고 이유식 식단을 짜고 장을 봐서 만들어 먹이는 저녁 일상은 여느 직장 맘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슬슬 대한민국 엄마들이 그렇듯이 아이 교육에 조금씩 관심이 간다.
인터넷의 육아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면 창의력, 오감발달을 도와주는 문화센터 수강은 기본이고 직접 놀이 교구를 만들어 엄마와 정서적 교감을 키운다는 후기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아직은 어린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인터넷 검색이라도 한번 하면 우리 애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뻗쳐온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생겨나는 직장 맘의 비애(悲哀)다.
그러다가 눈에 띈 광고 하나. 배우 이영애가 출연한 올레 KT 스마트홈 키봇 광고이다. 쌍둥이를 낳았다면서 여전히 미모를 뽐내는 이영애도 부러웠지만 광고 속에서‘이따가 수학문제 같이 풀어주고 영어 동화책도 읽어줘요. 부탁해요. 키봇’이라며 외출 준비하는 모습은 또 어찌나 우아하던지.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눈길이 갔던 건 엄마들이 일일이 신경써야 하는 아이들 교육을 로봇이 해결해준다는 것이었다. 요즘 어른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더 잘 다루는 아이들인데 로봇이라면 분명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15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로봇과 재미있게 노는 아이의 모습과 조금은 마음 놓고 출근하는 나의 모습이 환상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래, 이제는 혼자 낑낑거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지 말고 광고 속 이영애처럼 여유롭게, 좀 더 스마트하게 아이를 키워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