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톡 (Tack talk)] Idea Writer와 Code Writer의 시대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2.09.24 09:51 조회 6093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그동안 활용됐던 용어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없음을 방증한다. 알다시피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은 작년부터 ‘Advertising’이란 용어 자체를 버렸다.

‘광고란 명시된 광고주에 의한 아이디어, 상품, 서비스의 유료 형식의 비대인적 제시 및 촉진이다.’라는 미국 마케팅학회의 4대 매체를 중심으로 한 광고의 정의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은 단순한 크리에이터들의 잔치가 아니라 이 시대 크리에이티브의 어젠더를 설정하고 그것을 공표하고 나눔으로써 시대의 트렌드를 창조해 가는 행사로 칸의 모든 행보들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추가된 모바일(Mobile)과 브랜디드 콘텐츠 앤 엔터테인먼트(Branded Contents & Entertainment) 부문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이 시대의 양상(2014년엔 모바일이 데스크톱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과 엔터테이닝을 가미한 홀리스틱 접근법이 대세가 되고 있는 이 시대의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칸이 이전의 애드벌타이징 페스티벌(Advertising Festival)에서 점점 더 아이디어 엑스포(Idea Expo)의 성격으로 방향을 전환해 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전통 미디어 광고가 담당했던 독특하고 기발한 크리에이티브에 초점을 맞춘다기보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에 비중을 둔다는 말이다.

CES Show와 같은 전자제품 전시회가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전시하면서 앞서가는 테크놀로지의 경연장이 되었듯이 이제 칸은 새로운 접근법의 경연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뮤니케이션방식의 진화를 경험케 한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Creative Performance’의 경연에서 ‘Creative Solution’의 경연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은 TV광고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시절처럼 하나의 콘셉트를 잡고 그것을 잘 구현해 내는 크리에이티브 퍼포먼스가 아니라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 내며, 그것을 통해 어떤 내용의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기존의 일해 오던 방식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방식의 혁명을 요구하는 새로운 용어들이 최근에 더욱 빈번하게 생성되고 있다. 올해 칸 세미나에서 AKQ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이(Rei)는 ‘Art+Copy’의 조합으로 일해 오던 관습이 이젠 ‘Art+Code’가 되어야 함을 설파했다.

여기서의 코드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코드 생성하기를 뜻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코드는 기존의 전통매체 시대의 접근법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이어야 한다. 기존의 광고가 하나의 콘셉트를 중심으로 스토리 보드나 인쇄 시안을 작성하는 형태였다면 이젠 디지털, 참여, 경험, 가치 창출 등의 새로운 생태계의 소통 코드를 만들어 내서 그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소비자들과 교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번 부산국제광고제 세미나에서 전 덴츠 ECD이자 현 덴츠 산하의 New School 대표인 아키라 카가미는 이를 ‘Code Writer’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한편, ‘Idea Writer’라는 호칭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이 용어를 제목으로 한 책도 나와 있다. 이 책은 더 이상 기존의 광고 형식에서 활용하던 일방적 메시지 전파가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고 감화시킬 수 없음을 설파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피라이터에게 아이디어 라이터로의 커리어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이디어 라이터는 반드시 카피라이터에게만 요구되는 자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젠 아트와 카피의 구분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미 이전의 사보 지면에서도 강조했던 바이지만 누구든 스토리텔러, 미디어 크리에이터, 큐레이터의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멀티 태스킹의 시대가 이론으로서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 언급된 R/GA의 닉로(Nick Law)는 “사람들이 이제는 여러분이 광고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믿지 않고 심지어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진정한 문화적 전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브랜드가 나의 삶에 들어맞는지 아닌지 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나이키와 2년간 협업하여 퓨얼밴드(Fuel Band)라는 제품을 론칭시킨 장본인이자 ‘칸 키메라’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아이디어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코드일 수도 있고 닉로가 해낸 새로운 서비스 자체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 일 수도 있다. 확장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시대이고, 그것을 기술해 낼 줄 아는 자가 가치를 구현하게 되는 아이디어 라이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본산이라 칭송받는 CP+B의 CEO는 심지어 “우리는 광고를 만들지 않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합니다.”라고 당당히 밝히는가 하면, R/GA가 제품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Product Innovations’란 부서를 만들 정도로 DNA가 다른 광고회사로 구조조정을 해 나가는 것을 보면 정답이 어디 있다는 것은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빈번하게 회자되며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트렌드를 리드해 가는 광고회사는 기존의 명성이 자자했던 월드와이드 대행사가 아니다. 드로가5, R/GA, CP+B, AKQA, Razorfish와 같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비관습적인 접근법을 구사하는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들이 구사하는 필살기는 각각 다르긴 하지만 공통된 핵심 요체는 바로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소비자들이 직접 브랜드를 경험케 하고 그들 입을 통해 자발적으로 구전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강요된 메시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의미(Meaning)와 가치(Value)를 중요시 한다. 그들이 그 두 가지를 느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했던 말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No one remember what you say, they only remember what you make them feel).”

세계 최대 광고회사 그룹 WPP의 계열사 더 브랜드 유니온(The Brand Union)의 CEO 알랜 쿠드리(Alan Couldrey)가 이번 부산국제광고제 세미나에서 남긴 말이다. 우리는 정답을 이미 알고 있다. 이제 답안지에 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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