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고객을 놀게 하라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3.01.16 09:44 조회 5459




어느 날 당신에게 이런 메일이 날아왔다.
“정신 차려, 얼간아! 내일은 면접의 마지막 shifty 단계를 후딱 해치워야 한다고: arwoeufgryo”(발신인: humanresources@whysoserious.com 발신 일자: 2007.12.3. 2pm)
와이소시어리어스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내일 면접 보러오라고 메일을 보낸 것 같은데, shifty라는 알쏭달쏭한 단어와‘arwoeufgryo’라는 이상한 암호가 들어 있다. 이게 뭐지?

사람들은 온라인 토론방 등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암호 해독에 열을 올린다. 결국 arwoeufgryo 각 글자의 자판을 하나씩 옆으로 옮겨(shift) 치면 ‘steprightup’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www.whysoserious/steprightup이라는 웹사이트를 발견한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경험 제공 
그 사이트에는 타이머가 작동하고 있는데, 다음 날인 12월 4일 정오에 타이머가 종료되면 동물 카니발 게임이 나타나고, 게임을 통해 곰인형 22개 속에 숨은 주소와 지령을 찾아낸다. 지령은 이런 것이다.
“내가 어떤 특별한 물건을 Robin Banks라는 이름으로 아래 주소에 맡겨놓았다. 제일 먼저 가는 한 사람만이 그 물건을 가질 수 있다. 보안을 유지하고, 절대 그리로 전화해서는 안 된다. 1-2-3 가라.” 그 주소는 미국 전역의 22개 베이커리 매장의 주소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맡겨놓은 물건을 받았는데, 그것은 케이크였다. 케이크 위에 전화번호가 쓰여 있고 전화하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전화를 걸었더니 케이크 안에서 벨 소리가 울리고, 케이크를 파헤치니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는 휴대폰과 충전기, 그리고 조커카드와 조커의 새로운 지령 쪽지가 들어 있었다. 조커의 지령을 충실하게 수행한 사람들은 아이맥스 영화관 파티에 초대되었다. 무슨 007 작전처럼 진행된 이 게임은 2008년 개봉된 영화 <다크나이트(Dark Knight)>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위의 이메일은 몇 개월 전에 조커의 추종자가 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에게 발송된 것이었고, 조커의 추종자와 영화 속 지방검사인 하비덴트의 지지자 간에 사전 게임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것을 대체현실게임(Alternate Reality Game, ARG)이라고 하는데, 2001년 영화 <A.I.>를 홍보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기법이다. 그 후 많은 기업이 마케팅에서 고객의 참여와 인터랙션을 유도할 수 있는 ARG 방식을 활용했고,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미국 언론은 “whysoserious.com은 곧 개봉할 새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와 관련해 기묘한 일이 벌어지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전 세계에서 1000만여 명이 수수께끼와 퍼즐, 보물찾기 등이 연이어 쏟아지는 ‘배트맨’이라는 69년이나 된 스토리의 새로운 장에 빨려들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례 2】

2012년 미국 스타벅스가 인기 가수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제휴해서 ARG를 기획했는데, 스타벅스 매장 안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지령이 전달되고 미션을 수행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활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Experience)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케팅이 게임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는 인류 문화의 원형을 놀이에서 발견하면서 인간의 속성을‘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라고 명명했다. 즉, 인간은 놀이를 좋아하며, 인간의 본능인 놀이에서 문화나 학문 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제 비즈니스 생태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호이징가의 주장대로 새로운 문화와 학문, 비즈니스 등은 인간의 본능인 놀이에서 나올 것이다. 놀이와 재미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의 히트를 발 빠르게 캐치해 욘사마 신드롬을 마케팅에 접목함으로써 성공을 했다. 이것은 놀이와 재미를 상품에 융합(Convergence)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K-POP과 영화나 드라마 컨텐츠를 소재로 일관성 있게 한류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광고나 뮤직비디오 등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2009년에는 한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스타에비뉴를 오픈해 팬미팅이나 콘서트 등의 공연을 기획한다든지, 관광 여행(Entertourment)이나 화보집, 캘린더 등의 한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전방위적(Holistic)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류가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확산됨에 따라 방송사와 SNS 등과 제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사례 1】 

고객은 더 색다른 체험을 원한다  
재미와 놀이가 새로운 가치의 원천으로 떠올랐다. 강원도 화천군, 휴전선 아래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농촌 마을이었던 토고미에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부촌으로 바뀐 것도 마을 이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도시 사람을 대상으로 가족 회원을 모집하자는 것이었고, 입회비는 3만5000원.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회원들이 낸 회비로 새끼 오리를 사서 논에 풀어놓아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회원들에게 추수 후 오리쌀을 조금씩 보내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 회원들이 가족을 데려와서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매우 색다른 체험을 하고 가는 것이다. 또 이 마을에 토고 자연학교도 개설했고, 한여름 밤에는 논두렁 재즈 페스티벌도 열었다. 재즈 뮤지션, 유치원생 합창단, 국악 동호회원이 모여 음악을 즐긴 것이다. 이후 토고미 마을은 농촌 관광 상품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사례 4】

2009년에는 하이네켄이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소셜 마케팅이 화제가 되었다. 빅 매치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 동일한 시간에 클래식 콘서트를 기획해 1000여 명을 콘서트장에 모아놓고는 몰래 카메라를 연출한 것이다. 방송과 SNS를 통해 중계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례였다. 【사례 5】

또 2012년 초, 호주의 아트 시리즈 호텔은 ‘뱅크시를 훔쳐라’라는 절도 게임을 기획했다. 호텔 어딘가에 걸려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No Ball Games’라는 작품을 몰래 훔쳐 1월 15일까지 들키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목표 이상의 투숙 증대 효과를 가져왔다. 【사례 3】 

함께 만들라, 그러면 그들이 팔 것이다    
이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 등의 SNS가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재미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를 활용해 사냥꾼과 곰의 재미있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제공한 티펙스(Tipp-Ex)나 SNS를 통해 고객과 대화를 주고받은 올드 스파이스 가이의 사례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단지 상품을 잘 만들고 잘 팔면 성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상품에 재미와 감성의 옷을 입히고 게임 엔진을 장착해야 상품이 날아오를 수 있다. 그리고 고객을 참여시키고 고객과 함께 게임을 벌이는 마케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에는 ‘만들라, 그러면 그들이 살 것이다’였지만, 이제는 ‘함께 만들라, 그러면 그들이 팔 것이다’로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고객과 함께 놀이를 만들고 축제를 벌이면서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라. 이제 가치는 외부와 단절된 ‘공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즐기는 ‘광장(Platform)’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가치 방정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이제 고객들에게 상품을 팔려 하지 말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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