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
우선 탁재훈에게는 어떤 드라마가 있을까를 궁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당장 떠오른 것은 3가지 물건. 고등학교 시절부터 고이고이 간직해온 클래식 기타, 팬으로 부터 받은 빨간색 가죽잠바, 그리고 겨울철의 파트너 스노보드.
드디어 <탁재훈 - 클래식 기타편>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여자친구앞에서 수줍게 기타를 연주했던, 그리고 그 순간 그녀로부터 키스를 당해버렸다는(과연?) 추억이 담겨있는 기타였다. 의외로 너무나 수줍어하면서 촬영에 들어간 탁재훈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연주하며 옛날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본인은 잔잔한 겨울밤에 어울리는 화면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했지만 스탭들은 느끼했다!).
<016> <라네즈> <맥도날드> 등의 광고로 CF업계의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는 유레카의 김규환감독은 분위기를 바꾸어 만능 스포츠 소년으로서의 탁재훈을 잡아보자고 제의. 스노 고글을 머리에 쓰고 스포티한 복장으로 스노보드 자랑을 마구 해대는 장난꾸러기 소년같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작년까지는 쌩쌩 날렸는데 올해는 진짜 바쁘고 잘나가서 못타겠다는 얄궂은 대사가 탁재훈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별로 밉게 들리지 않는게 신기했다. 하긴, 정말 그들은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하고도 계속해서 연말 특집프로에 나갈 정도로 잘나가는 연예인인걸. 촬영 당일날도 새벽 1시에 촬영이 들어갔는데 그것이 꼬꼬의 그날의 11번째 스케줄이었다고 한다.
신정환
끼로 똘똘 뭉쳐있는 신정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을때부터 매니저에게 통닭을 사오라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컨츄리꼬꼬는 닭을 먹어야 힘이 난다나?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신정환은 서울예전 (지금의 서울예술대학) 출신. 정말로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8mm카메라를 손에 들자 그는 순식간에 헐리우드 키드로 변신했다. 그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천가지 표정을 지어보이던 그는, 김감독이 NG를 낼때마다 NG화면을 몇번씩 확인하면서 더 나은 포즈를 잡아보려고 애썼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열정을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한다고나 할까.
그는 역시 프로였다. 촬영 중간중간 뜬금없이 썰렁한 농담을 마구 해대서 스탭진을 뒤집어지게 한 신정환. 자신도 역시 중고라며 "누가 나 안사갈까?"라고 익살스럽게 놀던 그가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