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죽어있는 매체에 스토리로 생명을 불어넣어라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3.05.16 03:29 조회 8303


예전에는 신입 카피라이터를 채용했을 때 반드시 훈련시키는 게 있었다. 당연히 우선은 카피를 쓰는 훈련이고, 두번째는 타겟 프로필을 스토리로 엮어보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카피라이터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디자이너들이나 AE나 마케터들이나 각 분야에서 능력있는 사람들을 보면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성공한 브랜드들에는 스토리가 숨어있는 것이 많고, 성공한 가게에도 숨어있는 스토리들이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일부러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네이밍에 맞춰 스토리텔링까지 맞추는 작업도 함께 한다. 그런데 다시 우리 광고에 스토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불황이 원인인 것 같다. 불황에는 일단 광고주의 마음이 초조하고 조급해진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건조해진다. 줄어든 광고비에 뭘 돌아가느냐, 단도직입적으로 할 말만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고 안타까운 동의를 구하는 분들이 많다. 불황을 끝낼 묘안을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땐 크리에이터로서 소신을 주장한다는 게 가끔은 철없고 이기적인 청소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브랜드의 개성과 고유의 스토리가 있어야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이다. 불황이라고 하다가도 경기가 살아날 수 있고, 불황이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불황을 잘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선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가 훨씬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동영상 콘티를 짤 때는 스토리텔링을 당연시 한다. 주인공이 있고, 광고할 제품과 사람간의 관계를 설정한 다음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를 고심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인쇄(Print) 광고는 다르다. 인쇄(Print) 광고를 할 때는 팩트(Fact)만 생각할 때가 많다. 광고주도 전달해야 할 팩트(Fact)를 어떻게 하면 명확하고, 재미있고, 쉽게 전달할지를 요구한다. 아주 가끔 신입 아트나 카피라이터들 중에 인쇄(Print) 광고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스토리가 보이는 인쇄(Print) 아이디어를 가지고 회의실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어? 요것 봐라…. 재미있어하면서도, 광고주에게 제시해봤자 안사줄게 뻔한걸~ 하며 시안으로 제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어쩌다 용기를 내어 제시해봐도 결국 실제로 집행되는 것은 한 눈에 명확하게 팩트(Fact)가 보이는 광고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명확하게 팩트(Fact)가 보이는 광고가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가끔은 좀 색다른 인쇄(Print) 광고도 우리 인쇄 매체물에 보여지길 바란다는 의미일 뿐이다.
 
어쨌거나 외국의 인쇄(Print) 광고들을 보다가 제품의 USP와 그 제품의 강점 속에 녹아있는 스토리들이 아이디어로 쓰여진 광고물들을 찾게 되어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광고는 태국의 광고로, ‘바닥을 닦는 세제 - 펭귄’이라는 브랜드의 광고이다. 두 남자가 사이 좋게 술을 마시고 있는 게 마치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유리같이 환하게 비치는 바닥을 보니 뜻밖에 반전의 내용이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사이 좋아 보이는 두 사람, 그러나 바닥을 보니 서로 총과 칼을 숨기고 있는 적대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투명할 정도로 깨끗이 닦아준다는 클리너의 특징을 인간의 겉모습과 속 모습이 반전되는 스토리로 풀어낸 재미있는 광고이다<그림 1>.
 
 
이번엔 또 다른 시리즈 광고인데
관공서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두 남자가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반짝반짝 투명하게 빛나는 마루바닥을 보니 양복 입은 남자가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고 있다.
역시 겉모습은 공무원과 비즈니스맨의 일상적인 회의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뇌물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을 제품으로 깨끗이 닦인 마루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그림 2>.
 
 
투명할 정도로 깨끗이 닦아준다는 제품 컨셉을 인간의 이중성을 비춰보는 스토리텔링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세상에는 깨끗이 닦아주는 세제들이 종류별로 정말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한번만 닦아도 깨끗하다든지, 혹은 자연을 생각하는 세제라든지, 혹은 피부에 좋은 세제라든지 팩트(Fact)를 강조한 세제광고밖에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위의 태국 광고처럼 광고했을 때 얼마나 팔 수 있겠느냐 하고 물었을 때 난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크리에이티브도 있고, 저런 크리에이티브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부럽기만 하다.
 











다음에 소개할 광고는 음료수 광고이다.
브라질의 음료광고인데, 아마도 과일음료인가보다. <그림 3>은 일러스트로 된 키위가 면도기로 겨드랑이를 밀고 있는 그림이고, <그림 4>는 알알이 풍성한 포도송이가 온천을 즐기고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카피는 이렇다.
“The fussiest and freshest fruits” 대략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고 깨끗하고 신선한 과일”이란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 뜻을 알고 다시 비주얼을 보니 귀엽다. 호감이 간다. 제모까지 신경 쓰는 키위라니… 풍성한 육체를 온천 물에 담그고 행복해 하는 포도라니… 왠지 과일이 깨끗할 것 같고, 맛도 좋고 신선할 것만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과일을 무척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광고주의 품성과 유머감각이 보여 호감이 갔다.
 
우리나라나 아시아의 음료 광고들을 보면 대개 유명 탤런트나 아이돌이 등장해서 제품을 들고 있거나 마시는 모습이 크리에이티브의 주요부분을 차지한다. 역시나 이런 느낌의 크리에이티브는 우리나라에선 요원한 일일까?
 
난, 제모하는 키위를 보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보고 또 볼수록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얼른 키위의 껍질을 벗겨 그 달콤 새콤한 육즙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키위 주스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광고는 프랑스 파리에서 집행한 옥외(Outdoor) 광고이다.
“Smooth Valentine’s day”라는 Theme으로 진행된 옥외 광고 캠페인인데,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여 기획한 면도기 광고이다.
거리에 털이 뾰족뾰족 튀어나와있는 남자의 사진이 있고, 사람들이 그 털 하나를 뽑으면 장미꽃이 따라나오는 기획이다. 호기심에 털을 뽑아보는데 장미꽃이 달려 나오자 깜짝 놀라며 함께 있던 사람에게 그 장미꽃을 주며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 보는 이들에게 로맨틱한 감정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하는 캠페인이다.<그림 5>
발렌타인데이는 프로포즈를 하는 날, 털을 연상시키는 것을 뽑았을 때 장미꽃이 나오고 그 장미꽃으로 함께 있는 연인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프로포즈하게 하는 이벤트. 아이디어가 살아있다.
털을 뽑을 때 따라나온 장미꽃을 연인에게 선물하고 답례로 연인으로부터 키스를 받은 남자들은 “앗, 나도 깨끗하게 면도해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대다수의 남자들이 하는 착각 중에 여자들이 턱수염이 부숭부숭 나있는 터프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천만에! TV에 나오는 훈남 중에 털복숭이 수염을 가진 남자가 있었나? 내 기억으로는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면도기 옥외광고를 너무나 로맨틱한 상상과 스토리로 기획하여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발렌타인데이의 잊을 수 없는 스토리를 선물한 좋은 캠페인이다.
부드럽게 면도한 얼굴로 여자에게 프로포즈 하는 말끔하지만 뻔한 광고보다 더 뜨겁고 더 생명력이 팔딱팔딱 뛴다. 정말 놀랍고,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는 나 혼자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까?
지금까지 움직임이 없는 고정된 광고물과 지면 광고를 살펴보았는데, Print광고물, 혹은 단면으로 이루어진 광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우리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제품은 태어날 때부터 스토리를 갖고 태어난다. 우리가 찾지 않을 뿐이다. 제품에서 스토리를 찾다보면 입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게 15초의 이벤트가 되고, 우리의 아이디어가 누군가에게 15초의 서프라이징 파티가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노트를 펼친다.
비록, 뻔한 팩트(Fact)이거나, 너무 어려운 팩트(Fact)를 가졌더라도 그 팩트(Fact)들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즐거워하다보면 분명히 남들도 즐거워하고, 함께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아이디어가 탄생할 것이다.
홍경미 ·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  바닥으 닦는 세제-펭귄 ·  Hortifru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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