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 in Marketing] Why choose that? 꼭꼭 숨겨진 마음 속 패턴 읽기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3.08.13 01:46 조회 6162



최근 마케팅 학계에서는 경제학에 심리적 요소를 접목해 인간의 불합리한 패턴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 이슈로 떠올랐다. 똑같은 가치라도 소비자가 더 나은 가치로 여기게 하는 방법이 화두의 중심으로, 마케터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사람이 의사를 결정하려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완벽한 결정을 내릴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합리하지만 경험적으로 가장 안전한 대안을 찾게 되는데, 이를 ‘휴리스틱(Heuristic, 경험적·주먹구구식) 판단’이라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 휴리스틱에 의한 판단을 더 자주 한다.


덜컥 믿고 쉽게 선택하는 휴리스틱 패턴
먼저 ‘가용성 휴리스틱’은 객관적 정보에 근거하기보다는 구체적 예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지에 의존해 어떤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정보의 유무가 아니라 정보가 얼마나 잘 떠오르고 독특한지, 최근에 발생했는지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질병에 의한 사망보다 사고로 인한 사망에 더욱 생생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사고에 의한 사망률보다 16배가 높은데도 사고사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광고나 제품에 대한 설명을 생생하게 전달해야 소비자가 더 오래,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 이유다. ‘전형성 휴리스틱’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판단 대상이 해당 범주를 대표하는 속성을 어느 정도 포함하는지에 의존해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외딴 밤길을 걷고 있는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가 있을 때 많은 여성이 괴한이나 성추행범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몇 십 배는 더 많다.

이런 전형성 휴리스틱은 우연한 사건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생길 때가 많다. 사주를 보러 갔는데 과거에 일어난 사건 서너 가지를 연거푸 맞히면 미래에 대한 예견도 믿어버린다. 우연히 과거의 일 몇 가지를 맞혔다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을까? 비합리적인 판단이지만 점을 보러 간 사람은 그 판단에 이미 믿음을 가진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가격이 비싼 브랜드가 좋다는 편견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제품에 다른 가격표를 붙여놓고 더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높은 가격표가 붙은 제품을 고른다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선발 주자는 대표성을 강조하고, 후발 주자는 주먹구구식 판단을 하지 않도록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감정의 휴리스틱’은 객관적인 확률은 적지만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을 말한다. 지원자 10명 중 1명을 선발하는 회사와 100명 중 8명을 선발하는 회사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느 곳에 지원할까? 답은 두 번째 회사다. 확률은 더 낮지만 선발 인원이 많아 보이는 두 번째 회사의 합격률이 더 높다고 여기는 것이다.



새로움을 강조하는 ‘뉴(New)’, 자연적 느낌을 주는 ‘내추럴(Natural)’,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프리미엄(Premium)’ 등은 감정의 휴리스틱을 자극하기 위해 붙은 수식어다. 감정의 휴리스틱은 상품 간의 차이를 잘 모르는 화장품 등의 제품군이나 품질 경쟁이 심해서 대안이 많지만 실제로는 품질 차이가 작을 때 유용하다.


프레이밍 효과와 맥락 효과, 인식의 포인트를 옮겨라
우리가 주목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만한 또 다른 불합리 패턴으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가 있다. 어떤 비교의 틀(Frame)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판단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남자다운 남자가 좋아? 애교 있는 남자가 좋아?’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제시된 대안인 ‘남성성’과 ‘애교’라는 틀 속에서만 사고한다. 그 순간 평소 중요하게 여기던 경제력은 고려 대상에서 빠진다. 이것이 프레이밍 효과다.

판촉이나 설득에도 프레이밍은 유용하다. 한 제약 회사가 치료가 불가능하던 암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런데 약 400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가격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효과가 문제였다. 이 회사는 만약 암 치료에 효과가 없다면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환자에게 제안한다. 이 제안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을 ‘혹시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옮긴다.

구매를 망설이게 하던 기준이 ‘비싼가, 그렇지 않은가’에서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로 바뀐 것이다. 이 신약은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문제점을 안고도 성공한다. 사람의 판단을 바꾸는 또 하나의 강력한 요인은 ‘맥락 효과(Contextual Effect)’다. 제품이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느냐에 따라 가치 판단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시험에서 90점 받은 학생보다 70점 받은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50점 받은 학생이 추가되면 70점 받은 학생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원리다.

1990년대 중반 소형차 시장에서는 엑셀과 프라이드가 서로 경쟁을 하고 있었다. 엑셀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고, 프라이드는 저렴했다. 하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 제품군이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은 엑셀이 훨씬 높았다. 이 상황에서 티코가 시장에 진입하자 프라이드의 주관적 가치가 상승했다.

안전도도 중간, 가격도 중간선이던 프라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약진한 사례도 맥락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을 지배하는 불합리 패턴 세 가지
행동경제학의 연구 성과는 방대하고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꼭 알고 활용할 만한 불합리 패턴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는 일단 무엇인가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주관적으로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체험 마케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고객은 이미 경험한 것을 곧 ‘내가 보유한 가치’로 생각한다. 따라서 체험하지 못하게 될 때의 상실감에서 벗어나고자 제품을 구매하는 확률이 높아지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PAD 전략(Pennis-a-Day)’, 즉 ‘푼돈효과’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격 정보를 제시할때 전체 지불할 금액을 장기간에 걸친 여러 번의 작은 금액으로 분리해 제시하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손실로 인식한다. 10달러에 팔던 제품 가격을 9.99달러로 책정하면 전보다 매출이 5% 정도 늘어난다. ‘하루 1000원이면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라는 유니세프의 ‘1000원 기부 캠페인’, 음반에 수록된 음원을 한 곡씩 따로 판매해 성공을 거둔 아이튠스 스토어의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셋째, ‘시기 추론 이론(Temporal Construal Theory)’은 의사 결정의 결과가 발생되는 시점에 따라 대안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먼 미래에 결과가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추상적·낙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고, 가까운 미래에 결과가 발생하는 일은 구체적·현실적·실용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상품광고나 선거 캠페인에서 활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먼 미래에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TV광고에서는 바람직하고 추상적인 속성을, 구매 시점이 당면한 제품의 겉포장에는 구체적인 속성을 제시함이 효과적이다. 선거 캠페인에서도 초기에는 ‘변화와 미래를 선도할 지도자’ 같은 낙관적이고 바람직한 메시지가, 투표일 직전에는 ‘구체적인 공약을 실천하는 지도자’가 더 나은 메시지 전략이 된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마케팅 전쟁 얼마 전, 잘 모르는 여학생이 당돌하게도 라이터를 빌려달래서 당황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에 불을 붙이려 했는데, 무리 중 라이터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침 담배를 태우던 필자에게 라이터를 빌리러 온 것이다. 그 학생을 오해한 일은 충분히 다른 여지가 있었음에도 이외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은 늘 합리적이지도 않고 판단의 범주가 좁은 경우도 많다. 전통적인 경제학적 설명만으로 시장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이런 사실 때문에 기회도 생긴다. 소비자의 불합리한 행동에는 의외로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고객의 선택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같은 제품을 좀 더 좋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품질이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더 뛰어난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고객이 가치를 인식하는 불합리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마케터에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 마케팅은 결국 마음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홍성준
순천향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실무에서 쌓은 노하우와 이론을 바탕으로 차별화와 마케팅 혁신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저서로는 <차별화의 법칙>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디지털 혁명의 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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