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예쁜 누나
TEXT. 이현화 (iPublics)
분명 이승기가 “누난 내 여자니까”라며 포문을 열었고, 이에 뒤질세라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라며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2013년, 한혜진과 기성용이 연상연하 커플의 진화를 예고했다. 괜찮은 남자는 죄다 유부남이거나 게이라더니, 원숙미로 치장한 골드미스와 존재만으로도 황홀한 젊은 청년은 오늘도 연애하기 바쁘다.
기성용의 축구화에서 HJ란 이니셜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우리의 의견은 분분했다. 초반에 저렇게 티 내면 오래 못 간다, ‘힐링 여신’ 한혜진이 뭐가 아쉬워서, 한창 끓는(?) 기성용이 하필 왜 8살 연상을…. 우리가 호사가에 빙의되어 한혜진과 기성용의 우열을 가리는 동안, 그들은 쿨하게 열애를 인정했고 이젠 당당히 결혼까지 한단다. ‘경악-질투-납득-행복하세요’의 가파른 감정곡선을 경험했던 지난 몇 개월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혜진-기성용 커플, 얼마 전 결혼한 백지영-정석원 커플만 봐도 지금 ‘연상연하’가 얼마나 대세인지 알 수 있다. 대중의 욕망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TV 드라마를 보면 더욱 심하다.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김수현부터 <7급공무원>의 최강희-주원, <야왕> 김성령-권상우,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유아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보영-이종석까지….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연상연하 커플투성이다. 이는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소셜데이트애플리케이션 ‘정오의 데이트’의 설문조사(총 18,467명 참여)에 의하면 연상연하 커플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은 58%, 남성은 62%가 yes라 답했으며 여성은 1~2살 연하까지(37%), 남성은 3~5살 연상까지(35%)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려 19살 어린 애인으로 화제가 된 팝의 여왕 마돈나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쿠
거’ 데미 무어의 이야기가 더 이상 바다 건너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에 관리가 잘된 몸매, 확실한 커리어로 지성미와 경제력을 두루 갖춘 골드미스로는 부족하다. <너는 펫>처럼 열 살 가까이 훌쩍 어린 남자를 애인으로 두어야만 비로소 ‘쿠거(cougar)’라는 영예로운 호칭이 허락된다. 본래 쿠거는 북미에서 퓨마를 지칭하는 단어다. 한마디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다. 해가 질 무렵 깨어나 어슬렁거리다 한 번 찍은 먹이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이런 탓에 쿠거족과 연애하는 젊은 청년들은 ‘새끼 짐승(cubs)’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가만히 되짚어보자. 쿠거족이 정말 요즘에야 대세가 된 것일까?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도 연상연하 커플은 매우 흔했다. 물론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로맨틱한 이유는 아니다. 알다시피 7080세대가 태어난 일제강점기엔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한 조혼이 만연했으며, 그 대상은 자연스레 초경이 지난 신부와 어린 신랑으로 귀결되었다. 근대소설에서 제국대학쯤 다니며 외국물을 먹은 남자가 집안에서 짝지어준 나이 많은 조강지처를 버리고 ‘모단걸’과 자유연애를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제법 낭만적인 연상연하 문화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장년-소년의 동성애가 권장되었던 것처럼, 11세기 후반에서 12세기 유럽에는 귀부인-기사로 이어지는 ‘궁정 연애(Minnesang)’가 있었다. 중세 유럽의 서정시와 기사도 로맨스에 기반한 것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 란슬롯과 기네비어 왕비처럼 결혼한 귀부인과 총각 기사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탄탄한 경제력(그것이 설사 남편의 것일지라도)과 궁정에서 다져놓은 입지, 풍부한(?) 성경험으로 풋내 나는 청년 기사를 무장해제한 그녀들은 애인을 사교계에 데뷔시키거나 연줄을 대어주는 등 안팎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기존의 쿠거는 종의 존속을 위한 사회적 요구이거나 혹은 여성의 부와 남성의 젊음을 등가교환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쿠거 역시 분명 그런 경향이 있었다. 먹고살기 팍팍한 요즘 ‘돈 많은 여자 잡아 여생을 편안히’를 표어로 삼는 새끼 짐승
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쿠거 커플은 말한다. 한국형 마초와 의존증에 걸린 된장녀를 피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되었다고. 쿠거 커플의 나이차가 점점 주는 동시에 결혼하는 비율이 해가 갈수록 상승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권리 요구가 당연시되는 만큼 남성에게 부과된 과도한 부담을 조금 내려놔도 이젠 괜찮은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때에 따라선 연봉 35억짜리 cup도 있다는 사실! 그러니 우리는 네가 아깝니 쟤가 아깝니 이러쿵저러쿵하기 전에 차라리 ‘연상연하’가 연상여성-연하 남성에만 해당되는 부조리를 지적하자.
할리우드 스타인 마돈나(54)와 데미 무어(50), 제니퍼 애니스톤(43)은 섹시한 쿠거의 좋은 예. 참고로 현재 가장 최고령의 셀러브리티 쿠거는 영국 여배우 조안 콜린스(79)로 무려 32세 연하의 남편을 자랑한다.
[TREND REPORT] 내겐 너무 예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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