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 광고의 규제, 그 편견과 진실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4.08.26 05:36 조회 8009


글 조재영 청운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jyungcho@chungwoon.ac.kr

아무리 치밀하게 세워진 광고 전략일지라도 그 광고가 소비자를 만나게 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를 통해서다. 소비자에게 말을 걸면 쳐다보게 하는 힘, 그것이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는 데 있어 무한한 자유가 허용되지는 않는다. 광고에 있어서 규제는 그저 불편한 것이기만 할까.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는 규제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소비자를 감동시킬 수 있다.

광고 매체별, 업종별 규제 체계에 대한 이해
국내 광고는 광고의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에 의해 규제를 받으며 동시에 광고 매체별, 업종별로 규제를 받는다. 광고 규제 체계 및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동시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광고 매체 중에서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며 파급력이 큰 방송 광고(방송법에 근거한 방송 광고)는 그만큼 규제도 엄격해 사전자율심의를 받고 사후에 다시 법에 근거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전심의의 경우, 말이야 ‘자율’이지만 사실상 의무적인 심의이다. 방송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그 책임을 방송사가 지기 때문에 방송사 측에서는 의무적으로 심의 받기를 주문하기 때문이다.

방송 광고가 금지되고 있는 업종들 중 대표적인 것이 병원, 한의원, 치과 등의 의료 광고다. 의료 광고는 방송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매체에서 의료법에 근거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기 광고는 방송 광고가 가능하지만 의료기기법에 의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며 방송 광고를 할 때 ‘의료기기’라는 내용을 표시해야 한다. 대체로 규제가 느슨한 인쇄 광고는 사후자율심의체계를 따르고 있으나 의료 광고를 인쇄 매체에 집행할 경우 의료법에 근거해 엄격한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며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의약품 광고는 약사법에 의해, 건강기능식품광고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그 어떤 매체를 불문하고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인쇄 매체의 기사형 광고 규제 대상은 일반 신문, 잡지는 물론 인터넷 신문 및 잡지도 포함되며, 규제의 핵심 내용은 독자가 광고를 기사로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온라인 광고에 대해서는 사전 및 사후자율심의를 실행 중이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은 인증을 받아야 하고 스마트폰 앱을 비롯한 모바일 광고 콘텐츠는 업계의 사전자율심의를 받는다. 광고 규제 체계를 이해할 때 주목해야 하는 몇 가지 업종들로서 앞서 말한 의료, 의료기기,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광고 외에 화장품, 금융 및 주류 광고를 들 수 있다. 화장품 광고는 사전자율심의체계를 따르고 있으나 최근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되는 문제들도 증가하고 있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6월 ‘화장품 표시 광고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2013. 11. 29 개정)해 공포한 바 있다.

또한 금융 투자상품 및 보험상품 등의 금융 광고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규제도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이들은 비록 사전자율심의체계를 따르고 있으나 투자에 따른 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 수수료에 관한 사항 등 금융위원회의 고시사항이 강화되거나 ‘생명보험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 및 ‘손해보험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이 강화됐다.

주류 광고의 경우 방송 광고에 대해서는 사전자율심의와 함께 방송법에 근거한 사후심의를 받고 있으며 또한 국민건강증진법, 청소년 보호적 측면에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그리고 도시철도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1. 체코에서 시판 중인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Clavin 광고. 세로형 패키지를 통해 제품의 효능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clavin.cz
2.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위트 있게 담아낸 어린이용 타이레놀 광고. Vale Euro RSCG mexico에서 제작했다. ⓒJohnson & Johnson
3. 어른들이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아이들을 대입한 바이엘의 어린이 두통약 Actron 광고. Young & Rubicam Buenos Aires에서 제작했다. ⓒBayer

되는 광고, 안 되는 광고
광고 매체별, 업종별 규제 체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광고 크리에이터에게 있어서는 어떠한 표현이 규제를 받는 것인지, 즉 광고 표현에 대한 심의기준이 더 실질적이다. ‘광고심의’란 광고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행위라 할 수 있는 바, 그 어떤 매체, 업종이든지 불문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심의기준을 압축해 표현하면, ‘사실(제품)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대법원도 어느 정도의 과장은 인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사진을 촬영할 때 화장을 하고 어울리는 옷을 입어 더 멋지게 보이려고 하는 것처럼 제품도 광고에 등장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포장은 허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허, 불허의 경계선은 무엇인가. 심의기준에 따라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 복잡한 듯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의 안목이 달라도 공통으로 생각하는 판단 기준들이 있기 마련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일 뿐, 의약품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마치 의약품적 효능이 있는 것 같은 표현(‘효과’, ‘효능’, ‘치료’ 등), 마찬가지로 화장품의 경우에도 의약품적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암시하는 표현, 의약품을 의약품이 아닌 것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안전성 및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표현 등이다.

비교 광고의 경우, 직접적인 비교 광고가 허용되고 있으나 자사 제품의 우월성만을 내세운다든가 동등하지 않은 비교(동급, 동량 등 불명확한 비교), 부분적인 우월성을 전체의 우월성으로 주장하는 표현 등은 금지하고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 보호적 측면에서는 그들의 품성과 정서, 가치관을 해치는 표현, 신체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복장으로 출연시키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도록 하는 표현 등은 금지된다. 주류광고에 대해서는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표현이나 음주가 사회적 인정이나 성공에 필요하다고 주장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표현 등이 금지된다.


1,2. 시원함과 맛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맥주 광고와 달리 하이네켄은 독특한 스토리로 시선을 모은다. ‘Open Your City’는 명함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남자의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facebook.com/heineken
3. 맥도널드의 ‘MacFries Pedestrian Crossing’. 옥외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한다. ⓒMcDonald’s

광고 규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표시·광고법에 의하면,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및 비방 광고의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이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규정을 보면, 너무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렇게 법으로 제정해 운영하는 이유는 우선 그러한 부당 광고들이 비일비재하고 이를 적발해 처벌을 하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나아가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 하겠다. 더군다나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표현 방법이 광범위하다 보니 ‘사실’을 포장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어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규제 안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하다
혹자는 이와 같은 규제의 당위성을 외면이라도 하듯, 규제가 너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규제로 인해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발상에 제동이 걸리고 설득할 표현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거미줄같이 얼키설키한 규제들을 꿋꿋이 지켜내면서도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가슴 뜨거운 감동을 주며, 무릎을 탁 치는 웃음을 주는 멋진 광고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가 되묻고 싶다.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를 뛰어난 재치로 표현해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오히려 웃음을 제공한 체코의 ‘Clavin(이 광고는 제작비도 거의 안 들었을 것이다)’, 제품 자체는 전혀 보여주지 않고도 어린이가 머리 아플 때 필요하다는 의미로 그 효과를 명쾌히 표현한 ’타이레놀‘, 수많은 빌딩과 도로들로 복잡한 대도시 속에 비밀스런 모험이 가득하다는 것을 남자 주인공을 내세우며 멋진 스토리로 풀어간 ‘하이네켄(이 광고에서 정작 맥주는 끝 장면에서 병으로만 보여준다)’ 등 너무도 많다.

이들 광고들을 보면 규제가 있건 없건 상관없다는 듯, 법 없이도 사는 양심적인 사람처럼 규제 없이도 잘 나가는 광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광고는 결국 크리에이티브로 소비자에게 말을 건네듯이 크리에이티브는 광고의 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꽃일수록 시들면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추하게 보이듯이, 규제를 지키지 않은 크리에이티브는 곧 시들어 추한 몰골로 외면 받다가 초라하게 죽게 된다.

최근 기업들의 경영 철학으로 소비자를 최우선하는 패러다임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철학은 마케팅 프로모션 전략의 대전제가 돼 기업의 엔진을 가동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만족을 주고 싶다면 가장 먼저 광고를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 된 광고란, 정직하고 진실한 광고를 의미한다. 소비자는 결국 안다. 누가 속였고 누가 과장했는지. 아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사실을 전하고 전해서 전국에 퍼뜨린다. 그 결과, 사소한 무책임이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서 기업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정으로 능력 있는 크리에이터라면 광고 규제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은 물론, 기업 및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혹시 불편하게 느껴지는 규제가 있다면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근거를 들어 제안을 하면 된다. 광고 규제는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의약외품으로 분류됐던 치약, 치아미백제, 구강제 등 치아와 관련된 제품이 화장품으로 분류될 것이고, 탈모방지제가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와 함께 광고 규제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

이처럼 광고 규제는 결코 무거운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변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그것이 크리에이티브를 옥죈다는 편견이 있을 뿐, 진실은 소비자와 광고(기업)의 지속적인 관계는 물론 기업들 간의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의 초석인 것이다.


조재영은 청운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이다. 한국광고홍보학회 연구이사를 역임했으며, 저서로 <광고심의체계>, <광고비평>(공저) 등이 있으며 한국산학기술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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