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s Up II] 스파익스 아카데미를 가다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4.10.31 02:16 조회 5131

글/사진 양선아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4학년

제35회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세운 내 목표는 오로지 ‘입상’이었다. 마침내 트로피를 두 손에 쥐었을 때 ‘내 인생에서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이 바뀐 건 바로 2014 스파익스 아시아. 광고제 기간 동안 나는 행복감에 몸부림쳤다. 스파익스 아시아는 4B연필로 그린 그림처럼, 내 꿈을 진하고 명확하게 그려 줬다.

설레는 만남
두근두근. 9월 23일 화요일, 행사가 열리는 선텍시티(Suntec City) 건너편 호텔에서 열다섯 명의 동남아시아 학생들과 첫 대면을 했다. 각 나라에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친구들로 구성된 대표 학생들은, 그간 광고를 좋아하는 국내 학생들만 만났던 내게 호기심 그 자체였다. 대만, 베트남, 스리랑카, 싱가포르, 중국,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한국, 그리고 홍콩…. 우리는 페이스북에 단체 소통 창구를 만들어 연락하고 지냈고, 광고제가 끝난 후에도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나는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금상 입상자 중에서 인터뷰를 통해 선발돼 스파익스 아시아에 왔지만, 그 친구들은 교수님의 추천을 받거나 인턴 활동 중 뽑혀서 참석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모두들 명성 높은 에이전시에서 한번쯤 인턴으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검증된 능력자들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과의 교류는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고, 그 시간들이 의미 있고 기분 좋게 느껴졌다.

공식적인 아카데미 시작에 앞서, 싱가포르 학생이 투어 가이드가 돼 처음 싱가포르를 방문한 우리에게 관광 명소들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 드디어 영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Young Creative Academy)의 첫 수업. 아카데미 기간 동안 싱가포르 폴리텍 대학 강사인 데이빗 탠(David Tan)이 학생들의 교육을 맡아줬고, 이 프로그램을 후원해 주는 제일기획의 소개 세션에서는 내가 괜히 더 들뜨고 뿌듯해졌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50개 중 6개만이 아시아권 회사인데, 그래서 우리는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말이 귀에 맴돌고 내 마음에 메아리쳤다.


1,2. 영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안내 보드와 클래스에 입장하는 학생들.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의 특별한 감동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됐다. 하나, 광고 전문가들이 직접 열다섯 명의 학생에게 강의를 해주는 아카데미 세션. 둘, 스파익스 아시아의 모든 참가자가 들을 수 있는 세미나. 셋, 기술적인 이야기 중심의 테크놀로지 토크(Tech Talk). 이외에도 네트워킹 파티, 시상식, 애프터파티 등은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행사들이었다.

스파익스 아시아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JWT 싱가포르와 북경의 CCO는 모두 여성인데, 전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3%만이 여성인 광고업계에서 대단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여성이 여성의 제품을 소구하는 데 있어 더욱 뛰어나며 여성 크리에이터로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전했다. 트위터의 글로벌 브랜드 대표 멜리사 반스(Melissa Barnes)는 “크리에이티브를 내는 과정은 더욱 빨라졌고 유동적이며 늘 오픈돼 있다. 이 과정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성공적인 전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일기획 인도법인 CCO 니마 남추(Nima Namchu)의 세미나도 참석했는데, 그는 인도에서 진행한 캠페인들을 소개하며 큰 여운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할로닉스 조명회사를 클라이언트로 한 <Safer City Project>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든 캠페인이 아닐까 싶다. 뉴델리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율이 높다. 특히 도시에서 가로등이 없는 곳은 더 심한데 할로닉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두운 장소들을 말해 달라 요청했고, 자료 수집과 투표를 통해 가장 필요한 곳에 옥외광고판 전면을 조명으로 만들어 더 이상 어둡지 않도록 했다.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광고…. 그런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싱가포르에 오기 전, 담당자로부터 포트폴리오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이유는 제일기획 홍콩의 ECD인 SP ONG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약속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몇몇 학생들의 대표 작품을 보며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그중 가장 기억나는 건 “항상 사람들을 즐겁게 하되,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지 말라”이다. 늘 사람들에게 재미와 유쾌함을 줘야 하지만, 사람들 스스로 뜻을 파악하고 자신을 스마트하게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덧붙여 아이디어가 기술보다는 우위에 있지만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라고 충고했다.

매 세션들마다 내 눈을 반짝이게 했고 새로운 정보로 넘쳐났지만, 가장 유익했던 세션을 꼽자면 Social deviant사의 마크 랜즈버그(Marc Lansberg) 세션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된 만큼 빅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자가 승자라는 것! 그의 말 중에서도 “If content is the king, context is the emperor”라는 말이 학생들을 감동시켰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퍼뜨리는지가 더욱 중요하며 한 개의 빅 아이디어를 갖는 것보다 다양한 플랫폼에 적합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는 게 좋다는 뜻이었다. ‘이제 내 아이디어 노트를 지금보다 더 풍부한 아이디어들로 가득히 채우리라’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1. 수업에 열중하는 아카데미 학생들.
2. 교실 벽면에 영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에서 배운 내용들이 붙어 있다.
3. 한때 아카데미 학생으로 참가했다가 지금은 강사로 나선 에미르 샤프리.


꿈을 살찌운 시간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광고제의 번외편이랄까? 바로 파티다. 광고인들은 일할 때 열정적으로 일하고 또 놀 때 역시 열정적이라 느꼈다. 파티가 열리면서 매일 각 나라에 있는 광고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에이전시에서 주최한 파티들은 규모가 굉장했고 아카데미 학생이었던 우리도 참석할 수 있었는데, 내가 감명 깊게 봤던 캠페인들의 제작자들을 직접 만나다니 꿈만 같았다.


4. 매우 유익했던 트위터 세미나.
5. 영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 졸업식.


시상식은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호텔의 대극장에서 열렸다. 애프터파티는 레오 버넷(Leo Burnett)의 주최로 Clifford Pier에서 열렸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웅장하고 화려한 파티의 모습에 도취된 우리는 기필코 광고를 하고 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카데미 졸업식에는 제일기획 싱가포르 법인의 날라 찬(Nalla Chan)이 참석해 업계 선배로서 인생 선배로서 많은 격려를 해줬다. 시종일관 멋진 미소를 보여줬던 그녀와 많은 이의 박수 속에 우리의 아카데미도 막을 내렸다. 아직 나는 대학 졸업까지 시간이 더 남았지만, 나에겐 대학 졸업장만큼이나 가치 있는 졸업장임이 분명했다.

세계를 무대로 크리에이터의 꿈을 펼치리라는 의지를 일깨워 주고, 나 스스로 안전 공간(Comfort Zone)에서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줬던 이번 아카데미. WPP의 클레어 레드클리프(Claire Radcliffe)가 말했다. “Advertising can change the world, this is why a lot of people come to this business.” 이 말을 듣고 격하게 공감했다. 진정으로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는 그 곳이 바로 에이전시가 아닐까? 내 안에서 끌어오르는 수많은 물음표들과 함께 스파익스 아시아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가 끝났다. 하지만 여기서의 인연도 내가 이곳에서 꾼 꿈도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며칠 전, 아카데미에 참여했던 친구가 한국을 찾아와 ‘생명의 다리’를 같이 보러 갔다. 그렇게 나는 혼자, 또 누군가와 같이 광고를 향한 더 높은 꿈을 꾸게 됐다. 나는 세계 모든 광고인들에게 다양한 차원의 자극을 제시해 보고 싶고, 미래 광고인에게 더 높은 꿈을 심어주고 싶다. 스파익스 아시아 아카데미의 학생에서 스파익스 아시아 수상자까지, 그리고 연사가 돼 무대 위에 올라가고 싶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토록 갈망했던 크리에이티브를, 그리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 줬던 시간. 좋은 기회를 선물해 준 제일기획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Cheil's Up은 제일기획 퍼포먼스 현황 및 성과, 이슈가 된 제일러를 소개하는 칼럼이다.
스파익스 아카데미 ·  크리에이티브 ·  제일기획 ·  아이디어 페스티벌 ·  광고제 ·  영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 ·  마크 랜즈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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