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REPORT] 나를 위해 쓴다, 아낌없이 - 덕후가 주도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5.10.16 03:07 조회 9062





얼마 전 탤런트 심형탁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2012년 이후에는 옷을 구매한 적이 한번도 없으며 편의점에서 물티슈를 구매하는 것 조차 돈이 아깝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도라에몽을 구매하는 데 무려 150만 원을 쓴 경험이 있다고 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도라에몽 덕후'인 셈이다.

최근 경제적 불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심형탁처럼 평소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가 자신의 관심분야와 관련된 제품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극단적 가치소비족'이 주목받고 있다.


덕후가 덕후를 낚는다

우리 사회에 덕후의 수가 증가하고 극단적 가치 소비가 늘어낙 된 배경에는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우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증대로 입덕이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됐다. 과거에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도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도 관심 있는 자료들을 쉽게 모을 수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이타마르 시몬슨(Itamar Sionson) 교수는 <절대가치(Absolute Value)>라는 책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행태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인플루언스 믹스(Influence Mix)라 정의하고, 이는 P(개인의 과거경험, 믿음), O(타인을 통해 획득한 정보), M(마케팅 담당자가 제공한 정보)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주로 P와 M을 통해서만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지식을 얻고 절대 가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경험과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어(즉, O의 영향력이 증대) 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누구나 절대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즉 인터넷이 가져온 O의 역할 증대는 덕후가 되는 데 필요한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춰줬을 뿐 아니라, 덕후가 된 후에도 서로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오랜 기간 관심분야에 대한 덕후로 남을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덕후들에 의한 활발한 지식공유가 가져올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브랜드 역할의 감소라 할 수 있다. 덕후들 간 정보교환은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브랜드에 의존한 구매결정보다는 제품의 절대가치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다니엘 스미스(Daniel Smith) 교수가 <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소비자의 지식수준이 높아질수록 신제품을 출시할 때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는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의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이를 통해 추론해볼 때, 지식수준이 높은 덕후들은 신제품 구매 시 어떤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인지보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제품의 절대가치를 이해한 후 구매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브랜드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이름에 걸맞은 제품의 충분한 절대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렇지 않다면 덕후들에 의해 낱낱이 그 실상이 공개되면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절대적 가치가 충분히 높은 제품을 개발하여 덕후들의 인정만 받을 수 있다면, 유명 브랜드 없이도 시장에 진입하는 데 과거와 같은 많은 광고비가 필요치 않음을 의미한다.
 

덕후는 덕후를 낳는다

우리 사회에 덕후가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에 비해 극단적 가치소비에 대한 합리화(또는 죄책감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덕후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더 이상 부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행동이 미래에 가져다줄 긍정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오륙도(50~60대 퇴사)와 사오정(40~50대 퇴사)을 넘어 삼팔선(38세 퇴사)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과 같이 점점 더 정년 퇴임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정년 후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졌으며(물론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덕후들 중 오랜 시간 축적해온 해당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들(예, 자전거에 심취한 페달족의 자전거 판매숍 오픈)이 증가하고 있다. 같은 분야의 덕후만큼이나 덕후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해당분야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덕후들 간 판매와 구매가 활발해지는 덕후 관련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성공한 덕후 사례의 증가는 더 이상 덕후를 현업을 포기하고 불필요한 것에 심취한 무책임한 사람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해줌으로써 자신 있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 .



세계적인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Outlier)>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하루 3시간, 1주일에 20시간 10년을 투자하면 해당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음)'이 소개되면서 과거에는 다소 지나치게 보이던 덕후들의 시간적, 금전적 투자에 대한 사회적 변명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이와 더불어 회사업무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 대한 덕후들의 관심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근무의욕을 고취할 뿐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증대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회사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복지혜택을 통해 덕후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덕후들은 이러한 사회적 인정과 지지에 힘입어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그들 스스로의 전문성을 강화해나갈 것이며, 이는 덕후 관련 비즈니스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인과 덕후의 가장 큰 차이는 정보탐색 방식에 있다.

일반인은 구매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반면, 덕후는 평소에 지속적인 탐색을 한다. 따라서, 덕후는 이미 구매할 제품을 결정하고 구매 가능시점(돈을 모으거나, 제품 출시를 기다림)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매시점에만 집중화된 마케팅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브랜드 저널리즘과 같은 덕후들의 끊임없는 탐색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덕후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항상 브랜드 주변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필자가 만난 덕후들은 일반적인 소비자들과 달리 극단적 가치소비를 하는 자신들의 소비행태가 매우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아실현을 위해 돈을 쓰는 것만큼 더 바람직하고 떳떳한 행위는 없다며, 자신이 덕후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지도, 감출 이유도 없다고 했다. 이제 덕후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마케터 자신이 덕후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덕후는 덕후를 알아보고 덕후들에게 더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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